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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의 미디어 비껴보기] 네이버&카카오, 넥스트 마블 될까?

2021-04-30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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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의 미디어 비껴보기] 네이버&카카오, 넥스트 마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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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전 스타트업뉴스에서 미디어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는 제레미(Jeremy)님이 씨로켓에 기고한 글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가볍고 자극적인 것, 클리셰 덩어리,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인물, 신데렐라 스토리, 유치한 게 잘 팔린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판타지, 심심할 때 읽을 수 있는 글은 무엇일까? 웹소설을 떠올렸다면 여러분은 콘텐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웹툰에 이어 웹소설이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전세계 이용자를 사로잡을 매력적인 스토리 확보를 위해 웹소설 플랫폼 인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가 북미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링크)를 인수한데 이어 카카오는 미국 웹소설 서비스 회사인 ‘래디쉬(링크) 인수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가 격돌하고 있다. 인수 경쟁을 위해 만들어진 총알은 무려 1조 3천억원이 넘는다.

웹툰 IP로 확인된 파생 가치, 웹소설로 확장

두 회사가 펼치는 IP 확보 경쟁은 공통점이 많다. 두 회사는 각자 보유하고 있는 웹툰 플랫폼을 이미 글로벌로 확장한 바 있다. 네이버는 아시아와 북미, 유럽, 남미 등에 웹툰 플랫폼을 론칭해서 총 이용자 수가 7,200만명에 도달했다. 

일본에 진출한 카카오의 웹툰 ‘픽코마(링크)는 매출 및 이용자 수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 카카오재팬은 웹툰 제작사인 ‘스튜디오원픽’을 한국에 자회사로 설립하여 한국과 일본의 웹툰 협업 창작자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검증된 웹툰 IP를 다양한 언어로 변환해 서비스 중이다.

2020년 12월 네이버 웹툰 IP인 ‘스위트홈’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전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서 스위트홈은 여러나라에서 인기 차트 1위를 기록했다. IP의 힘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 힘을 바탕으로 미국 현지 플랫폼 ‘WEBTOON’ 에서도 ‘스위트홈’ 웹툰이 상위권에 올랐다. 소위 ‘서브컬쳐’로 인식되어 온 웹툰이 동영상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면서 강력한 대중문화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 동영상은 해외에서 다시 원작 웹툰의 재소환을 불러왔다.

이런 경험을 통해, 네이버나 카카오는 웹툰이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IP이며, 동영상으로 파생 가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점 등 산업적 가치를 간파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에 이어 또 다른 IP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는 ‘웹소설 플랫폼’에 주목했다.

미국의 네이버 ‘WEBTOON’의 스위트홈

9,000만 방문자를 가진 최대 웹소셜 플랫폼 왓패드

네이버가 6,000억 원에 인수한 ‘왓패드’는 9,000만 명의 방문자와 500만 명의 작가를 지난 대형 소설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광고기반 무료와 유료 구독 모델을 모두 보유한 ‘왓패드’는 10대~20대 이용자가 많다. 이들의 문화적 감성이 담긴 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호러 등의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왓패드’를 활용해 자신의 ‘글’과 소설을 실험하기 위해 수많은 젊은 작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의 연예 전문 매체 ‘Variety’는 이 현상을 두고 마치 ‘할리우드로 몰려든 영화 혁명의 시기’와 유사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왓패드는 작가들이 생산해 낸 웹 소설들을 출판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제작하기 위해 ‘왓패드북스’와 ‘왓패드스튜디오’를 별도 회사로 두고 있다. 왓패드 스튜디오는 원작 소설을 활용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키싱부스(The Kissing Booth)>를 제작했다. 10대 로맨스 영화인 <키싱부스>는 제작 후 4주 만에 넷플릭스에서 6,600만 명의 시청자를 모을 정도를 인기를 끌었다. <키싱부스>는 2021년 4월 2번째 영화가 공개되었고 <키싱부스 3>도 올해 안에 오픈 예정이다. 그 이외에도 훌루의 초 자연적인 스릴러 <Light as a Feather>와 인디영화 <After>도 왓패드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왓패드 스튜디오는 NBC유니버설 및 소니 픽처스와 협력해 약 100 개의 TV 및 영화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사실 <키싱부스> 공개 당시 비평가들의 평가는 매우 낮았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그 해 여름에 가장 많이 본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평단의 평가와 인기 순위가 괴리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소설을 왓패드에 연재한 작가 Beth Reekles는 소설 완성 당시 나이가 15세였다. 대사나 상황 하나하나가 10대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필자도 1,2 모두를 시청했다. 영화 댓글에는 ‘유치한데 왤케 재밌어..’ ‘키싱부스는 뇌를 빼놓고 봐야 한다 ’고 적혀있다. 이 말이 정확하다. 내친김에 씨로켓 독자 여러분들도 <키싱부스>를 보며 여러분들의 10대로 돌아가 환상을 누려보자. (그리고 혹시 15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독자라면 당장 키보드를 맡겨보기 바란다.)

키싱부스 집필 당시 15세의 Beth Reekles

왓패드는 아시아의 필리핀 방송국,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플릭스 인도’의 작가 발굴을 위해 ‘왓패드 인디아 어워드’를 개최하는 등 해외로 업력을 확대하고 있다. 왓패드 스스로 글로벌로 확장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의 인수 시너지는 당장 발휘될 것이다.

왓패드의 머신러닝 기술 “Story DNA”는 네이버에게 큰 이득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 시너지로 꼽을 수 있는 분야는 왓패드가 보유한 ‘기술력’에 있다. 왓패드는 Story DNA라는 머신 러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시청 이력과 커뮤니티 참여 트렌드를 분석하고 인기도에 기반한 장르 식별과 인기 이유 등을 계산할 수 있다. 

팬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이용자들이 댓글을 쓰는 빈도와 댓글 자체를 분석해 스토리에 반응하는 감정과 장르와 결합해 해석한다. 수천 편의 소설이 서로 인기도를 두고 경쟁할 때 어떤 스토리를 영화나 TV시리즈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객관화할 수 있다. 할리우드나 스트리밍으로 직행하는 티켓을 ‘로봇’이 결정하는 셈이다. 

아울러 왓패드 스토리를 고민하는 모든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자 그리고 할리우드 파트너들은 Story DNA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이 제작의 대세로 자리 잡아 나가면서 특히 영 어덜트(young adult) 픽션(10-20대 작가들이 만든 작품. 시청층은 30대까지 확대) 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핵심 콘텐츠가 되어 가고 있다. 왓패드가 보유한 플랫폼과 작가 시스템,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 인프라는 영 어덜트 고객 확보를 위한 스트리밍 사업자들에게 매력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를 통해 IP와 영상 제작의 시스템을 뒷받침할 기술 인프라를 확보했다.

웹소설 콘텐츠의 넷플릭스가 되고 싶은 래디쉬

카카오가 인수를 추진하는 웹툰 플랫폼 ‘타파스(Tapas)(링크)와 웹 소설 플랫폼 ‘래디쉬(링크) 모두 현지 미국인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한국인 경영자가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6년에 출범해 15년이 넘는 동안 광범위한 웹 소설의 팬 커뮤니티를 보유한 왓패드와 비교하면 래디쉬(radish)는 후발 주자로 모바일 중심 서비스로 탄생했다. 왓패드가 웹소설의 페이스북을 지향했다면 래디쉬는 소설 콘텐츠의 넷플릭스가 되고자 했다.

래디쉬는 플랫폼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2019년  ‘Radish Originals’를 출시했다. 미국 TV업계에서 에미상을 수상한 드라마 작가들을 모아 래디쉬에 필요한 독창적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로맨스, 판타지, 초자연적 미스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를 포함한 ‘Radish Originals’는 다양한 콘텐츠 발굴을 중시하고 있다. 

아울러 래디쉬가 후발 사업자로 취한 전략 중 하나는 빠르게 스토리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래디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타이틀이었던 <Torn Between Alphas>(늑대 인간과의 로맨스 이야기)는 1년 이내에 10개의 시즌을 출시했고 각 시즌들은 50개 이상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스토리를 기다리는 고객들을 붙잡아 두는 전략이다. 그리고 방대한 스토리 라인을 할리우드로 보내 영상 콘텐츠 확장을 위한 의사결정 속도도 높일 수 있다. 래디쉬는 작가들의 소설을 같은 장의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A / B 테스트를 통해 독자의 취향에 따라 스토리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왓패드와 유사한 기술 전략이다.

래디쉬 CEO인 이승윤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에서는 한번에 세 시즌을 몰아 볼 수 있다. 하지만 래디쉬에서는 1,000개의 에피소드를 몰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카카오가 래디쉬 인수를 마무리 짓는다면 속도와 품질 모두를 추구하는 양질의 웹소설 플랫폼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IP 플랫폼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기회

네이버, 카카오의 이런 움직임으로 스타트업들도 큰 기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왓패드나 래디쉬도 각각 16년, 5년 된 테크 기반의 작은 기업들이었다. 한국에도 웹툰, 웹소설 그리고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를 기술과 결합하여 IP를 만들어내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있다.

예를 들면  ‘채티’는 한국 최초의 채팅형 웹소설 플랫폼이다. 채팅 방식으로 소설을 쓰고 읽는 플랫폼이다. ‘채티’는 팬데믹 이후 월 방문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 100억원 이상을 유치했다. 대부분 이용자와 작가가 10대들로 구성되어 있다. 채팅 방식의 웹 소설이라는 독특함이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채티(링크)는 시장의 크기를 키우고 수익 모델을 탄탄하게 키워가고 있다. 최근  ‘채티’를 통해 발굴된 작가의 웹소설을 네이버 웹툰으로 콜라보하는 작업 등 스타작가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에게 양대 포털의 글로벌한 IP 플랫폼 확보 경쟁은 반가운 소식이다.

IP-플랫폼-스튜디오-글로벌의 생태계 확장

네이버, 카카오 모두 한국에 자사의 제작 스튜디오 (N스튜디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있다. 그리고 네이버는 티빙과 제휴를 맺었다. 카카오는 자사의 동영상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는 왓패드 인수를 통해 ‘왓패드 스튜디오’도 확보했다. 왓패드가 이미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HBO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입지를 강화시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 그 자체 만으로도 수익력이 담보되는 사업이므로 ‘플랫폼과 IP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된 점 역시 큰 성과이다. 아울러 한국과 글로벌 전체를 대상으로 창작자들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IP의 뿌리까지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분명하다. 한국과 미국 등지의 작가들이 쏟아내는 상상력을 ‘로컬’ 이라는 범주에서 해방시켜 글로벌로 통할 콘텐츠로 재탄생시킬 수 있게 되었다. 

마블은 소위 ‘히어로 캐릭터’ 만으로 스튜디오 모델로 확장했다. 그 힘이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히어로’라는 큰 범주안에서 7,000여 개의 캐릭터가 단일한 스토리 ‘유니버스’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네이버, 카카오가 확보한 각양각색의 스토리를 어떻게 조합하고 엮어 내느냐에 따라 그 가치의 크기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한국과 글로벌을 이어가는 웹툰, 웹소설 콘텐츠는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스토리를 수도 없이 뿜어 낼 것이다. 이 다양성을 산업화시켜내는 힘이 이들에게 주어졌다. ‘넥스트 마블’을 꿈꾸지 않을 이유가 없다.

파워블로거로서 '제레미의 TV 2.0 이야기'를 연재했던 논객이자 미디어 현장에서 티빙과 옥수수 등 국내 토종 OTT를 두루 경험한 미디어 전문가이다.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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