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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의 미디어 비껴보기] 워너와 디스커버리 합병..빅4 OTT 출현의 의미

2021-05-28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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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의 미디어 비껴보기] 워너와 디스커버리 합병..빅4 OTT 출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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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와 디스커버리 합병 – AT&T 수직결합 실패

2021년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과 OTT 경쟁환경에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지난5월18일 세계 최고 통신회사 ATT는 워너미디어를 기업분할한 뒤 디스커버리와 합병하여 새로운 미디어 회사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이 딜에서 중요한 이슈는 새로운 미디어회사가 가지는 의미와 ATT가 왜 워너미디어를 기업분할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두가지 의미에 대해 살펴보며 한국 미디어시장에 미치는 시사점도 아울러 정리해 보고자 한다.

글로벌OTT로 규모를 키우는 두 엔터기업의 결합 – Big 4의 등장

최근 저서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에서 필자는 앞으로 펼쳐질 미디어시장의 지각변동을 예측한 바 있다. 컴캐스트의 NBCU와 ATT의 워너미디어, Viacom의 CBS가 어떤 형태로라도 합종연횡하지 않으면 넷플릭스, 디즈니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진단이었다.

워너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으로 합산매출기준으로 보면 디즈니 다음으로 2위에 오를 수준의 ‘미디어 자이언트’가 탄생했다. 두 회사는 지난 1년동안 총410억달러이상 매출을 올렸다. 이는 넷플릭스와 NBC Universal보다 크다. 스트리밍 구독자수는 HBO MAX가 4천5백만, 디스커버리플러스 1천5백만이다. 이 기준으로는 3위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 이어 4번째 순위에 랭크될 수 있다.

회사 이름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이 신생 미디어그룹은 스트리밍 경쟁에 주요 재료가 되는 HBO 드라마와 Warner Bros, DC코믹스영화 IP들이 있고 Turner 케이블과 디스커버리의 케이블 채널들의 브랜드콤보들이 존재한다.

워너 미디어그룹이 영화,드라마 등에 강점이 있다면 디스커버리는 라이프스타일, 리얼리티, 다큐 등에 집중하고 있다. 콘텐츠 라인업의 중복이 낮고 상호보완적이다. 이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가 가진 콘텐츠가 다르지만 미디어 기업으로서 규모를 키워 스트리밍 경쟁에 필요한 판돈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워너미디어의 스포츠가 많은 케이블 채널 TNT와 TBS는 디스커버리가 보유한 글로벌스포츠사업과 결합하여 새로운 시너지도 가능하다.

반면 디즈니와 폭스의 결합처럼 유사 장르 콘텐츠의 수평적 확산과 활용 관점에서 시너지를 찾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HBO MAX와 디스커버리 플러스라는 OTT브랜드도 통합하기 어려운 점도 경쟁에 필요한 단일 전선을 형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제3의 브랜드로 플랫폼 통합도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다. HBO MAX는 스트리밍 서비스중 가장 비싼 가격인 15불을 유지해 왔다. 출시 1년만에 4천만명 수준의 가입자 확보는 디즈니플러스의 성장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는 아니다. 원더우먼 등 Warner Bros의 신작 영화를 OTT 동시 개봉하며 가입자를 모아왔지만 팬데믹 구름이 점차 걷히면서 극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다보니 2022년부터는 ‘극장우선’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광고가 포함된 9~10불 수준의 새로운 상품출시도 계획중이었다. 이런 전략들은 시너지창출의 방향대로 다시 수립될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MGM 합병 추진 : 영화장르 확대로 프라임비디오 차별화

[편집자주] 이 글이 발행된 후에 아마존이 MGM을 84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는 2017년 Amazon이 Whole Foods 인수에 지불한 137억 달러에 이어 Amazon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인수입니다.

워너와 디스커버리 합병 발표시점, 아마존이 007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MGM을 90억불에 인수 검토중이라는 소식도 타전되었다. MGM은 넷플릭스, 애플 등으로부터의 인수설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으나 최종 사인 후보로 아마존이 유력해졌다. MGM은 상대적으로 영화 콘텐츠 보유수준이 약했던 아마존에게 플랫폼가치를 높여줄 수 있다. 특히 MGM이 가진 프랜차이즈영화들(007, 록키, 로보캅, 금발이너무해 등)은 아마존 프라임비디오가 글로벌로 확장되는 데 있어 콘텐츠 친밀도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측면과 비교해 본다면 사실 워너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은 미디어기업 자체의 몸집을 키우는 전략적 의미는 크지만 OTT 경쟁의 즉각적 합병효과는 다소 미흡하다. 특히 디스커버리가 보유한 다수의 케이블 콘텐츠 자산들은 서서히 붕괴되어 가는 ‘레거시유산’의 자손들이라는 점에서 시너지 발휘는 제한적일 수 있다. 물론 디스커버리가 채널 브랜드로 유럽과 아시아지역에 자리잡고 있고 이를 활용한 HBO MAX의 글로벌 확장에 기여할 가능성은 있다.

콘텐츠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은 합병의 또다른 의미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병은 분명 OTT 경쟁에 필요한 몸집키우기에 방점이 찍혀 있는것은 확실하다. 아울러 이번 합병의 중요한 의미는 ‘리더쉽 회복’이다.

2018년 ATT 품에 안긴 TIME WARNER는 ‘워너미디어’로 개명후 사업부로 편재되었다. 타임워너, CNN, 터너 등 기존 사업조직의 리더들이 대거 해고되었다. ATT의 통신기업 문화안에서 미디어사업은 부속화되어갔다. 팬데믹 기간동안 워너미디어에 승인된 콘텐츠 투자금액은 20억불에 불과했다. 넷플릭스의 15% 수준이다.

합병 발표와 함께 CEO로 디스커버리 David Zaslav가 내정됐다. 합병법인의 지분71%는 ATT의 주주들에게 돌아갔고 경영권은 디스커버리가 갖는 구조다. (이사회의장 및 1석 많은 7석의 이사는 ATT가 선임한다)

새로운 사장은 첫 언론 인터뷰에서 합병법인이 200억불 콘텐츠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미디어브랜드들이 독립함으로써 경쟁과 의사결정의 눈이 미디어판의시각으로 다시 교체된 것이다. 전문성이 강화되고 콘텐츠 중심으로 조직문화가 되살아날 수 있게 되었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 실패 : 통신기업으로 회귀

이제 평가의 시각을 ATT 통신기업으로 돌려보자. 

2018년 타임워너 합병은 통신과 미디어의 수직결합 사례이다. 콘텐츠 제작, 생산과 유통을 단일 체계안에 수직화했다는 의미이다. 통신회사는 콘텐츠 우위력을 활용하여 네트워크 가치를 높이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수직결합의 명분이다. 당시 ATT는 “타임워너가 보유한 강력한 콘텐츠를 사용하여 시청자 참여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과 광고주를 마이크로 타겟팅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ATT의 전략은 성공한 것일까?

아래표를 보면 명확하다. 전략 실패다.

통신기업이 미디어를 과감하게 포용했지만 기업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ATT는 타임워너 인수 이전에 위성방송 DirecTV도 인수하였지만 가입자 하락으로 최근 사모펀드의 자본을 유치하여 외부로 분사시켰다. 671억불에 인수한 DirecTV는 30% 지분 매각 당시 기업가치를162억불로산정했다. 6년만에 가치는 25% 수준으로 하락한 셈이다. 2018년 승인된 타임워너 인수의 댓가는 850억불이었는데 이번 분사로 430억불을 받기로 했으니 명분은 찾았을지 몰라도 가치하락으로 이어졌다.

타임워너 인수 후 ATT는 개인화 광고솔루션 회사인 AppNexus와 웹비디오 회사인 Otter media 등을 차례로 사들였다. ATT는 TV 광고산업을 변화시키겠다는 야망으로 데이터와 개인화 그리고 주소기반 광고(addressable ad) 사업을 위한 기술부서인 Xandr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2020년 후반부터 Xandr의 매각을 추진하고 Otter media 산하의 애니메이션 전문비디오서비스 Crunchroll을 소니에 매각했다. 워너미디어의 분사로 개인화광고에 필요한 고객데이터를 ATT가 직접 매집하기 어려워졌다. 디지털 광고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90% 이상이 구글과 페이스북의 수익으로 돌아갔다. 결국 ATT가 꿈꾼 광고사업은 아이디어에 그치게 되었다.

스트리밍 사업은 실패수준은 아니지만 행보가 느리다. 2018년 당시의 언론 인터뷰를 돌아보면 ATT와 타임워너 모두 얼마나 현실인식이 안일했는지를 알 수 있다. 

2018년 당시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HBO CEO는 넷플릭스경쟁에 대해 “more is not better, only better is better” 이라고 답하며 HBO는 양보다는 품질로 승부하겠다고 응답하였다. 비슷한 시기 넷플릭스의 당시 콘텐츠책임자 Ted Sarandos(현재 공동CEO)는 타임워너 인수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 HBO가 우리(넷플릭스)가 되는 것보다 더 빨리 (넷플릭스가)HBO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한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독자 여러분이 아시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ATT는 미디어기업을 수직 계열화시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실패했다. 유료방송플랫폼 가입자는 증가했고 스트리밍 사업의 행보는 늦었다. 개인화 광고 등 신규사업영역은 모두 철수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DirecTV 와 타임워너 인수 등으로 인해 ATT는 부채가 증가하였다. 증가한 부채는 미디어사업부는 물론 무선, 5G네트워크 등 중요사업의 투자를 방해했다.

워너미디어를 분사시켜 ATT는 430억의 현금이 발생했고 새 회사의 지분71%는 ATT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ATT는 금번 합병 발표 후 “ATT는 5G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ATT 주주는 선도적 통신회사의 지분을 유지함과 동시에 새로운 미디어기업의 지분도 얻게 되었다”고 자신들의 위치를 명확히 했다. 세련된 수사로 자신들의 전략실패를 자인했다. 그리고 통신기업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작은 OTT들은 살아남기 힘든 경쟁상황 : 한국 OTT 시장은?

디스커버리가 워너와의 합병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작은 OTT는 빅 스트리머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미래인식 때문이다. 2021년 1분기 미국 OTT의 구독자 숫자를 분석한 아래 그래픽을 보면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가 20%~30% 수준을 과점하는 시장이다. 컴캐스트의 피콕 5%, 파라마운트플러스는 기타 5%에 포함되었다. 이번 합병이후 피콕, 파라마운트 등 추가적 이합집산은 불가피하다.

올해 3월 HBO MAX는 2025년까지 1억5천만가입자를 확보하고 50% 이상을 미국이외지역에서 모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미디어기업 출현으로 글로벌 OTT 확장은 콘텐츠의 투자규모와 함께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HBO MAX가 한국에 등장할 시점도 1~2년 이내가 될 것은 자명하다.

글로벌 OTT의 경쟁강도가 강해질수록 토종 OTT들이 가진 규모의 한계는 구독자의 숫자게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미디어기업들의 합종연횡은 OTT경쟁으로 촉발되었고 ‘위기’ 인식에서 출발한 경영전략이다. 국내의 미디어산업은 아직 위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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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로서 '제레미의 TV 2.0 이야기'를 연재했던 논객이자 미디어 현장에서 티빙과 옥수수 등 국내 토종 OTT를 두루 경험한 미디어 전문가이다.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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