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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의 미디어 비껴보기] OTT가 ‘스타트업’을 다루는 방법

2022-03-25 4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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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의 미디어 비껴보기] OTT가 ‘스타트업’을 다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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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할리우드와 OTT들에게 풍부한 스토리를 제공해왔다. 2010년 영화 <The Social Network> , 2015년 <Steve Jobs>는 페이스북과 애플의 창업자의 호기심과 성공 그리고 번민 등을 다루고 있다. 이 두편의 영화는 스타트업을 꿈꾸고 실행하는 이들에게 비록 ‘노력의 열매’에 대한 희망을 전달했다.

기존 스타트업 콘텐츠와 다른 스토리

2022년 OTT에 등장한 스타트업 ‘드라마’들은 전혀 다른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현재 Apple TV+에서 방영 중인 <We Crashed>는 공유 오피스를 창시한 위 워크(We Work)의 창업자를 소재로 한 8부작 드라마이다. 


훌루에서 방영중(4월에는 디즈니플러스에도 글로벌로 방영 준비)인 현재 사기죄로 기소된 헬스케어 스타트업 Theranos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를 다룬 <The Dropout>



SHOWTIME에서 제작한 우버(Uber)창업자의 리더십을 소재로 한 <Super Pumped>가 출시됐다. 

현재 한국에서는 <We Crashed>의 시청이 가능하고 <The Dropout>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4월 부터 서비스될 가능성이 있고 우버의 드라마는 하반기 티빙을 통해 런칭될 파라마운트+에 서비스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최근 개봉된 3편의 스타트업 드라마들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사기, 기만, 비도덕, 성희롱, 부족한 리더십을 소재로 택했다. We Work의 괴짜 설립자인 Adam Neumann, 우버의 공동 창업자인 Travis Kalanick는 모두 회사에서 쫓겨났다.

2019년 실제 기사

″스타트업 리더의 추락”…위워크 CEO, 결국 사퇴

“최고의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 리더의 신속한 추락”(월스트리트저널) 글로벌 공유사무실업체 위워크를 만들고 키운 애덤 뉴먼 최고경영자(CEO)겸 창업자가 결국 물러났다. 상장을 앞두고 뉴먼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이어진데다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 역시 사퇴를 요구했다.

위워크와 우버는 공유 경제의 철학을 사업으로 성공시킨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이지만 성장 이면에 도사리고 있던 비도덕적 리더십이 발목을 잡았다(물론 창업자는 몰락했지만 기업들은 아직 건재하다).

현재 애플TV+에서 (한국에) 매주 금요일 공개되고 있는 <We Crahshed>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아담 노이먼의 부인(앤 헤서웨이 분) 의 반 페미니즘적 발언에 대해 기자가 기사를 쓰려고 하자, 위워크 지분의 일부를 기자에게 주며 입 막음을 한다. 성장의 초기 시점에 벌어진 이런 비도적인 경영 관행엔 브레이크는 없었다.

아담 노이먼은 새벽 2시에 회의 일정을 잡는 것을 즐기고, 매주 월요일 아침 회의에 술잔을 돌리며 직원들의 정신을 독려하지만 이들은 회사안에 ‘섹스방’을 만들어 도덕의 경계를 넘었다.

우버의 공동 창업자 칼라닉은 스트립 클럽에서 회사 모임을 빈번하게 열었고, 여성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을 허용하는 기업 문화를 오히려 권장했다. 아담 노이먼은 자신이 퇴진하는 조건으로 무려 1조에 달하는 투자 회수와 위로금을 챙겨 먹튀했다.

스타트업 리더십의 이면

2010년대 중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실리콘밸리를 지배했고 실리콘밸리는 미국을 지배했다. 모든 스타트업들은 세상을 바꾸려고 했고 스티브 잡스를 우상화했다. 기술 낙관주의에 빠진 실리콘밸리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을 문제로 삼지 않았다.

물론 이 드라마들은 재미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었다. 특히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특별함 감정을 선사한다. 위워크 창업자 뉴먼이 초기 사업 아이디어(무릎 패드가 내장된 아기옷 등) 로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앤 해서웨이가 역할을 맡은 레베카와의 러브스토리, 초기 창업 시기의 투자 거절과 우연한 투자 기회, 농담 처럼 만들어진 브랜드(위 워크) , 과감한 마지막 베팅의 성공 등은 스타트업 종사들에겐 미래의 잭팟을 기대하게 만들 수 있다(특히 we crashed는 470억달러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숭배로 읽힐 수 있는 위험도 있지만 분명 이 드라마들은 유니콘의 잘못된 성장 해법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아담 뉴먼역할을 맡은 배우 ‘자레드 레토(Jared Reto)’는 실제 인물과 매우 닮았다. 유대계 창업자로 특이한 그의 액센트, 부인 역인 앤 해서웨이를 집요하게 쫏아다니는 스토커급 연기는 매우 재미있다.  투자자를 설득할때의 그의 담대함은 ‘사기’와 ‘진실’ 사이를 오고가는 느낌이다.  자레드 레토는 마블  신작 영화의 새로운 뱀파이어 빌런으로도 출연 예정이다. 이 배우의 연기는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이다.

OTT 시리즈의 연료 ‘팟캐스트’

4,5년전의 스타트업 스토리들이 이렇게 빠르게 OTT 시리즈로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팟캐스트’ 플랫폼 덕분이다. 팟캐스트 네트워크인 Wondery에 제공된 <Wondery’s Business Wars>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밝혀진 위워크 관계자들의 독점 인터뷰와 창업자 아담 노이만에 대한 심층 분석들이 시나리오로 각색되었다. (훌루의 시리즈 The Dropout 도ABC NEWS의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이 팟캐스트를 제작한 David Brown은 “기술 유니콘이 꿈에서 재앙으로 추락했는지 이들의 오만과 과잉에 대해 밝히고 싶었다” 고 인터뷰를 했다. 결국 사실을 기반으로 한 각색 없는 기록들에 입혀진 드라마 표현들은 현실 보다 아름답고 더 잔인하다.

팩트에 기반한 드라마

이렇게 사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는 힘이 있다. 실제 회사 명과 실명 그대로를 출연시킴으로써 콘텐츠에 몰입도를 높였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는 팩트에 기반한 제작은 가능하더라도 사명과 실명을 그대로 쓰는 것이 불가능한 드라마 제작 환경은 개선이 필요하다.


팩트를 기반으로 한 기록의 장르는 다큐멘터리가 대표적이다. 현재 넷플릭스에 서비스 중인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란 작품은 한국 스타트업이 겪는 진솔한 고통을 다루고 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 스타트업 드라마의 소재와 달리 진정성에 기반한 열정이 잘못된 집단 이기주의(택시업계)와 일관성 없는 저급한 정치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가 오히려 드라마로 만들어 졌다면 더 큰 울림이 있지 않았을까?

스트리밍 경쟁의 소재로 ‘몰락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성공 스토리의 교훈 보다 타인의 몰락이 주는 경고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벌어진 일들이란 점에서 ‘관음’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OTT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감정을 장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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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로서 '제레미의 TV 2.0 이야기'를 연재했던 논객이자 미디어 현장에서 티빙과 옥수수 등 국내 토종 OTT를 두루 경험한 미디어 전문가이다.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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