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나, 원자 두께 신소재로 우주 태양광 시장 도전…400만 달러 시드 투자 유치


수천 기의 위성이 저궤도를 빽빽이 채우고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우주 인프라 확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전력 공급’이 떠오르고 있다. 기존 우주용 태양광 패널은 성능이 높으면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저렴하면 우주 방사선에 빠르게 망가진다. 이 고질적인 딜레마를 새로운 소재로 돌파하려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Arinna founders 1 - 와우테일

우주용 초박형 태양광 패널 스타트업 아리나(Arinna)가 4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스페이스캐뎃 벤처스(SpaceCadet Ventures)가 주도했으며, 아노락 캐피털(Anorak Capital)과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파운데이션(Breakthrough Energy Foundation)이 참여했다.

회사 이름 아리나는 히타이트 신화 속 태양의 여신에서 따왔으며, 발음은 영어의 ‘arena’와 같다. 창업자들은 우주 산업에서 전력 문제가 핵심 병목이라는 현실에 착안해, 스탠퍼드 박사 과정에서 개발한 신소재를 상업화하기 위해 이 회사를 세웠다.

아리나는 쿠샤 나지프(Koosha Nazif) CEO와 알렉스 시어러(Alex Shearer) CTO가 공동 창업했다. 나지프는 이란 샤리프 공과대학교에서 기계공학 학사를 받고, 스탠퍼드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전기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애플에서 OLED·LCD 디스플레이 개발에 참여하고 HP 랩스에서 3D 전자기기 열관리 연구를 수행하는 등 산업 현장 경험도 쌓았다. 박사 후 연구원으로는 2차원 반도체 기반 유연 광전자 소자와 태양전지 개발에 집중했다. 시어러는 스탠퍼드 화학공학과 박사 출신의 재료 합성 및 반도체 소자 전문가로, 아리나에서 핵심 소재 기술을 실제 양산 공정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지프는 두 사람의 역할 분담을 이렇게 표현했다. “쿠샤가 건축가라면, 나는 시공자입니다.”

두 사람은 스탠퍼드 박사 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나지프가 기존 반도체에 필적하는 광전지 소자를 구현할 소재를 연구했다면, 시어러는 그 소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두 연구가 맞물리면서 아리나의 핵심 기술이 탄생했다. 두 사람은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펠로우십을 함께 수료했으며, 스탠퍼드 톰캣 에너지 센터(TomKat Center for Sustainable Energy)의 혁신 이전 프로그램 지원도 받았다.

아리나가 내세우는 기술의 핵심은 전이금속 다이칼코게나이드(Transition Metal Dichalcogenides, TMD)다. 원자 단위로 얇은 2차원 반도체로, 학계에서 수십 년간 연구됐지만 우주 태양전지에 상업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 아리나는 이 소재를 기반으로 기존 우주용 태양광 패널보다 효율이 32% 높고, 별도의 보호 커버 없이 궤도에서 15년을 견딜 수 있으며, 수 주 안에 납품 가능한 초박형 유연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우주 태양광 시장은 크게 두 세대의 흐름으로 나뉜다. 스페이스X 이전, 위성 하나하나를 맞춤 제작하던 시절에는 희토류 원소 기반의 3족-5족(III-V)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가 주류였다. 효율은 높지만 가격이 비싸고 제조 기간이 긴 탓에 소수의 프리미엄 위성에만 쓰였다. 이 시장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는 솔에어로(SolAero)는 2022년 로켓랩(Rocket Lab)에 8,000만 달러에 인수됐다. 반면 뉴스페이스 시대에 위성을 대량 양산하는 사업자들은 저렴한 실리콘 패널로 눈을 돌렸지만, 우주 방사선 앞에서 빠르게 성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틈새를 공략하는 경쟁자도 있다. 애리조나주 텀페에 본사를 둔 솔레스티얼(Solestial)은 방사선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는 실리콘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2025년 5월 시리즈A로 1,7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에어버스 벤처스(Airbus Ventures)와 미쓰비시 전기(Mitsubishi Electric) 등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현재 연간 1메가와트 규모의 생산 능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아리나도 초박형·유연 패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방향은 비슷하지만, TMD라는 전혀 다른 소재 계열에서 출발한다는 게 핵심 차이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재료과학자이자 시니어 디렉터 벤 개디(Ben Gaddy)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동안 태양광 기술 개발은 기존 소재에서 미세한 효율 향상을 쥐어짜는 방식이었는데, 아리나는 완전히 다른 소재 계열을 다루고 있다.”

아리나는 올해 안에 처음으로 제품을 궤도에서 시험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스페이스X의 밴드왜건(Bandwagon)-4 발사체에 탑승한 헤이븐(Haven) 데모 위성이 궤도 진입에 성공하며 초기 기술 가능성을 일부 입증했다. 이번 투자금으로 고객사에 납품할 검증용 패널을 제작하고 2차원 광전지의 효율과 내구성을 실증한 뒤, 2028년까지 메가와트 규모 양산 시설을 구축한다는 로드맵이다.

스페이스캐뎃 벤처스의 제너럴 파트너 위즈 쿠자이(Wiz Khuzai)는 “우리가 투자한 우주 기업들에서 공통으로 확인하는 게 있다면 전력이 병목이라는 것”이라며 “아리나가 차세대 우주 전력 수요의 잠금을 해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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