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마켓 폴리마켓·칼시, 내부자 거래 스캔들로 미 의회 조사 직면


예측마켓(prediction market) 업계가 일련의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미국 의회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미군 특수부대원이 군사 작전 기밀을 이용해 베네수엘라 관련 베팅으로 40만 달러 이상을 챙겼다는 혐의로 체포된 데 이어, 이란 전쟁과 관련된 수억 달러 규모의 의심스러운 거래가 잇따라 드러나면서다.

Polymarket Kashi issue - 와우테일

예측마켓은 사용자들이 선거·스포츠·전쟁 등 각종 사건의 결과에 베팅하는 플랫폼으로, 최근 수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양대 플랫폼인 폴리마켓(Polymarket)칼시(Kalshi)는 현재 매주 수십억 달러의 거래량을 기록 중이다.

특수부대원, 마두로 작전 기밀로 40만 달러 수익

미 법무부는 22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전 대통령 체포 작전에 참여한 특수부대원 개넌 켄 반 다이크(Gannon Ken Van Dyke)를 기소했다. 혐의는 작전에서 얻은 기밀을 이용해 폴리마켓에서 4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반 다이크는 ‘절대 결의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의 계획·실행에 관여하면서 알게 된 기밀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약 한 달간 “베네수엘라에 미군이 투입될 것인가”, “마두로가 1월 31일 이전에 권력을 잃을 것인가” 등 총 13건의 베팅에 3만 3,034달러를 쏟아부었다. 수익을 챙긴 뒤에는 계정과의 연결고리를 지우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상품거래소법 위반, 전신 사기, 불법 금전 거래 등의 혐의를 받는 반 다이크의 사건은, 예측마켓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란 전쟁, 예측마켓의 ‘기밀 창구’로 전락

내부자 거래 의혹이 가장 심각하게 제기된 분야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버블맵스(Bubblemaps)가 CNN에 공유한 분석에 따르면, 한 익명의 트레이더는 2024년부터 이란 관련 베팅으로 거의 1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이 트레이더는 5자리 금액 베팅의 93%를 적중시켰으며, 2024년 10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2025년 6월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 그리고 올 2월 미·이스라엘 연합 기습 공격이 있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베팅을 완료한 패턴을 보였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의 사망을 전후한 거래도 파문을 일으켰다. ‘Magamyman’이라는 계정명을 쓰는 트레이더는 하메네이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하기 직전 폴리마켓에 베팅해 55만 3,000달러를 거뒀다.

칼시는 하메네이 사망 후 논란에 휩싸였다. 540만 달러 이상이 몰린 관련 마켓을 운영했지만, 막상 사망이 확인되자 “죽음으로 직접 이익을 취하는 마켓은 운영하지 않는다”며 수익 대신 부분 환불을 결정한 것이다. 자사 SNS에서 적극 홍보까지 했던 마켓의 결과가 뒤바뀌자, 이용자들 사이에서 “사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이란 휴전 관련 베팅에는 1억 7,000만 달러 이상이 유입됐는데, 이 역시 사전에 누군가 기밀 정보를 입수해 베팅했는지 의혹을 사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 리처드 블루멘솔(Richard Blumenthal)은 폴리마켓에 서한을 보내 “역사상 유례없는 기밀 거래 및 착취 시장으로 전락했으며, 같은 수상한 베팅을 주시하는 외국 정보기관의 허니팟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칼시, 자체 선거 후보 3명 퇴출

칼시는 또 다른 내부자 거래 문제에도 발목이 잡혔다. 2026년 중간선거 예비선거가 시작된 가운데, 자신의 선거 결과에 베팅한 후보 3명을 “정치 내부자 거래”로 적발해 5년 이용 정지 및 벌금을 부과했다.

적발된 인물은 버지니아 상원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마크 모란(Mark Moran), 텍사스 하원의원 선거 공화당 경선에 출마한 이지키엘 엔리케스(Ezekiel Enriquez), 미네소타 하원의원 선거 민주당 경선에 나선 매트 클라인(Matt Klein) 주 상원의원이다. 클라인과 엔리케스는 각각 100달러 미만을 베팅했고, 모란은 100달러를 베팅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모란의 반응이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이 사태에 주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일부러 발각되고 싶었다”며, 상원의원이 되면 칼시에 25% 악덕세를 부과해 국가부채 상환에 쓰겠다고 공언했다.

칼시는 올 2월에도 유튜브 스타 미스터비스트(MrBeast)의 직원과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후보를 같은 이유로 퇴출한 전례가 있다. 또 애리조나주는 올 3월 칼시가 불법 도박 영업을 했다는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폴리마켓, 운영 미숙 겹치며 칼시에 1위 내줘

내부자 거래 논란에 더해 폴리마켓은 자체적인 운영 실수로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수수료 체계 개편을 엉성하게 단행해 직원 스스로 “롤아웃이 최악이었다”고 인정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최근에는 5분 예정이었던 서버 재가동 작업이 1시간 이상의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올해 누적 거래량에서 칼시(375억 달러)가 폴리마켓(292억 달러)에 앞서며 업계 1위를 가져갔다. 기업가치 평가에서도 칼시는 코투(Coatue) 주도로 220억 달러에 10억 달러를 조달한 반면, 폴리마켓은 150억 달러 수준에서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마켓의 최대 기관 투자자인 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ICE,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도 폴리마켓 CEO 셰인 코플란(Shayne Coplan)에게 속도를 높이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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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인가, 금융 파생상품인가 — 예측마켓의 법적 지위

예측마켓이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도박 아니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플랫폼은 미국 법률 체계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칼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정식 허가를 받은 지정계약시장(DCM)이다. 핵심 논리는 “예측마켓 베팅은 도박이 아니라 선물 계약(futures contract)”이라는 것이다. CFTC가 연방 차원에서 규제하는 금융 파생상품으로 분류되면, 각 주(州)의 도박 금지법을 피해 전국 단위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칼시는 2018년 창업 후 1년 반에 걸쳐 CFTC를 설득해 2020년 라이선스를 취득했고, 이후 선거 관련 베팅 허용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서도 이겨 현재의 사업 모델을 확립했다.

폴리마켓은 처지가 다르다. 2022년 CFTC와 미 법무부(DOJ)로부터 미국인 대상 무허가 영업을 이유로 제재를 받은 뒤, 공식적으로는 지오블록을 통해 미국 사용자를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VPN을 쓰면 손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제 미국인 이용자가 상당수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폴리마켓은 현재 CFTC 라이선스 취득을 추진 중이며, 미국 재진입을 위한 제한적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메인 플랫폼은 여전히 크립토 기반의 해외 거래소로 운영되며, 이 부분은 미국 규제 밖에 있다.

다만 이 “선물 계약” 논리를 주 정부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네바다·메릴랜드·뉴욕 등 여러 주가 칼시를 상대로 불법 도박 영업 혐의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이며, 애리조나주는 올 3월 형사 고발까지 했다. 연방과 주 정부 간의 법적 공방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구조의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인물이 있다. 금융 개혁 단체 베터마켓(Better Markets)의 아만다 피셔(Amanda Fischer) 정책국장은 “전쟁, 암살, 테러 관련 베팅은 연방법상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하의 CFTC는 어떤 계약이 허용되는지에 대한 집행을 사실상 완전히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폴리마켓 CEO 셰인 코플란이 예전 인터뷰에서 “내부자가 정보를 시장에 공개하는 금전적 유인을 만들어주는 게 쿨하다”고 발언한 사실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규제 지형은 어떻게 바뀌나

스캔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의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미 의회에는 공직자의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예측마켓 베팅을 금지하는 법안이 상·하원 각각 발의됐으며, 전쟁·암살 관련 베팅을 아예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두 법안 모두 공화·민주 양당 의원이 공동 서명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이해충돌 논란도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벤처캐피털 ‘1789 캐피털(1789 Capital)’을 통해 폴리마켓에 투자했고, 동시에 칼시의 유급 전략 고문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직접 경쟁 관계인 두 회사에 동시 관여하는 구조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CFTC가 규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두 플랫폼도 자체 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칼시와 폴리마켓은 올 3월 상원의원 두 명이 예측마켓을 위협하는 법안을 발의한 직후, 정치 후보자의 자기 레이스 베팅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양사 모두 ‘영구 선물(perpetual futures)’ 마켓 출시를 준비 중이고, 미디어·스포츠 기관과의 제휴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예측마켓”이라는 상표를 미 특허청에 각각 동시 출원해 법적 다툼까지 벌이는 두 회사에게, 규제의 향방은 사업의 존폐를 가를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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