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 1,100만 달러 유치.. AI 가젯 누구나 만드는 인텔리전스 레이어 구축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컴퓨팅 기기의 형태를 두고 빅테크와 스타트업 모두가 각자의 답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시장을 장악한 폼팩터는 없다. AI 안경, 핀, 반지, 펜던트 등 다양한 형태의 기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이 기기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인프라는 누가 깔고 있는가. 이라(Era)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era funding - 와우테일

에라는 AI 가젯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스타트업으로, 1,1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앱스트랙트 벤처스(Abstract Ventures)와 박스그룹(BoxGroup)이 공동 주도한 900만 달러 시드 라운드에 콜라보레이티브 펀드(Collaborative Fund)와 모질라 벤처스(Mozilla Ventures)가 참여했고, 이전 토폴로지 벤처스(Topology Ventures)와 베타웍스(Betaworks)의 200만 달러 프리시드를 합산한 누적 조달금이다. 플리커(Flickr) 공동창업자 카테리나 페이크(Caterina Fake), 아이폰 키보드 개발자 켄 코시엔다(Ken Kocienda) 등 실리콘밸리 베테랑 엔젤 투자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라를 이끄는 리즈 도먼(Liz Dorman) CEO는 AI 하드웨어 실패의 역사를 몸소 겪은 인물이다. 휴메인(Humane)에서 AI 오케스트레이션을 담당했고, 휴메인이 HP에 인수된 뒤 HP로 이직했다가 이라를 창업했다. CTO 알렉스 올먼(Alex Ollman)과는 실리콘밸리 컴퓨터 역사 박물관에서 8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올먼은 HP에서 엔터프라이즈용 에이전틱 프레임워크를 개발한 엔지니어로, 둘은 그 자리에서 소비자 가전 100여 점을 모으는 공통 취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CPO 메건 골(Megan Gole)은 조니 아이브(Jony Ive)와 샘 알트먼(Sam Altman)의 io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물로, 도먼과는 “패션처럼 표현력 있는 기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통된 믿음으로 연결됐다. 프린스턴, 하버드, CMU, 파슨스 등 출신의 디자이너·엔지니어로 구성된 팀은 2000년대 키즈로서 기술에 빠져든 공통 경험도 공유한다.

이라의 핵심 주장은 앱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먼은 AI 모델을 활용하면 앱 레이어 자체를 대체할 수 있으며, 이라가 만드는 것은 어떤 기기에든 올라탈 수 있는 ‘인텔리전스 레이어’라고 설명했다. 이라는 기기를 직접 제조하지 않는다. 대신 하드웨어 메이커가 AI 기기를 만들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레이어를 제공한다. 14개 이상의 공급업체로부터 130개 넘는 LLM을 연동해 안경, 주얼리, 홈 스피커 등 다양한 폼팩터에 맞춤형 음성 생성, 멀티모달 입력 처리, 추론 기능을 제공한다.

이달 초 뉴욕에서 열린 아티스트 쇼케이스는 이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개발자 키트를 받은 30명의 아티스트들이 각자 만든 미니 가젯을 선보였다. 프랑스에 관한 사실과 농담을 들려주는 기념품, 보유 주식을 보고 퇴직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기기, 공기질 측정 가젯 등 실험적인 오브젝트들이 등장했다. 이라는 이 플랫폼을 오픈소스와 메이커 커뮤니티에도 공개해 더 다양한 형태의 기기가 나올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라 플랫폼 기반의 첫 상용 제품은 5월 출시 예정이다.

AI 가젯 시장은 아직 성공 방정식이 없다. 이라 창업자들이 몸담았던 휴메인의 AI 핀은 결국 HP 품에 안겼고, 래빗(Rabbit)은 잠잠해진 지 오래다.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경쟁자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브릴리언트 랩스(Brilliant Labs)는 AI 안경 ‘할로(Halo)’를 직접 제조하면서 동시에 오픈소스 SDK로 개발자들이 그 위에서 앱을 만들 수 있게 한다. 하드웨어와 플랫폼을 묶어 파는 전략이다. 반면 스탠퍼드 AI 연구실 출신의 카르테시아(Cartesia)는 하드웨어와 무관하게 AI 기기에 필수적인 실시간 음성 AI 인프라를 API 형태로 공급한다. 6,400만 달러 시리즈A를 유치한 카르테시아는 이미 AI 가젯 보이스 레이어의 주요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이라는 특정 폼팩터나 특정 기능에 베팅하는 대신, 어떤 기기에든 올라탈 수 있는 풀스택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를 노린다는 점에서 이들과 방향이 다르다. 투자자 케이시 카루소(Casey Caruso) 토폴로지 벤처스 창업자 겸 매니징 파트너는 이라의 차별점으로 모델 간 동적 라우팅과 연결성 같은 실세계 제약 조건을 관리하는 역량을 꼽았다. 도먼은 “기술의 미래가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손에서만 나올 필요는 없다”며 “사람들이 자신의 기기를 다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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