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전용 은행에 월가가 베팅한다… 머큐리, 2억 달러 시리즈D 투자 유치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개설하는 계좌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이름, 머큐리(Mercury)다. 이 핀테크 기업이 기업가치 52억 달러에 2억 달러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머큐리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 플랫폼이다. 2019년 Immad Akhund가 창업했다. 그는 이전에 Y콤비네이터 출신 스타트업 하이퍼트랙(HyperTrack)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전통 은행이 스타트업에 요구하는 복잡한 서류와 높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머큐리의 출발점이었다.

몇 분 만에 끝나는 계좌 개설, 그리고 그 이상

머큐리의 첫인상은 속도다. 온라인으로 몇 분 만에 기업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전통 은행이라면 대표자 방문, 사업자등록증, 정관, 주주명부 등 서류를 챙겨 지점을 찾아야 한다. 심사에만 며칠이 걸린다. 머큐리는 이 과정을 온라인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단순히 빠른 계좌 개설만이 전부는 아니다. 머큐리는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았다. 기업용 체킹 계좌는 기본이고, 세이빙스 계좌는 유휴 자금에 이자를 제공한다. 직불카드와 가상카드를 무제한으로 발급할 수 있어 팀원별로 카드를 나눠주고 지출을 추적할 수 있다.

지불 관리 기능도 핵심이다. 국내외 송금, 청구서 자동 결제, 벤더 관리를 플랫폼 안에서 처리한다. 특히 ACH, 전신송금, 국제송금을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CFO들에게 인기다. 회계 소프트웨어 퀵북스(QuickBooks), 제로(Xero)와 자동 연동되어 장부 정리 시간을 줄여준다.

최근에는 자금 조달 지원 서비스도 추가했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투자금이 입금되면 별도 계좌로 분리해 관리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에 보고할 재무 리포트도 클릭 몇 번이면 생성된다.

이번 라운드는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이 리드했다. 기존 투자사인 코아투 매니지먼트(Coatue Management), CRV, a16z도 참여했다. 2021년 시리즈B에서 1억 2천만 달러를 유치한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당시 기업가치는 16억 달러였다.

머큐리의 강점은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밀착이다. Y콤비네이터, 테크스타즈 같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이 프로그램에 합격하면 자연스럽게 머큐리 계좌를 개설하는 구조다. 이 전략으로 현재 20만 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머큐리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SVB에 예치금을 두었던 스타트업들이 대안을 찾아 머큐리로 대거 이동했다.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다.

스타트업 뱅킹 시장의 각축전

스타트업 전용 금융 서비스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각자 다른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브렉스(Brex)는 기업용 신용카드로 시작했다. 2017년 창업 당시 스타트업은 신용 기록이 없어 법인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웠다. 브렉스는 은행 잔고와 투자 유치 내역을 기준으로 신용 한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비용 관리, 여행 예약, 청구서 지불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2022년 시리즈D-2에서 기업가치 122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이 분야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수만 개 기업이 브렉스를 사용 중이며, 특히 테크 스타트업 사이에서 점유율이 높다.

램프(Ramp)는 비용 절감에 집중한다. 2019년 창업한 램프는 기업 카드와 비용 관리 소프트웨어를 결합했다. 단순히 지출을 추적하는 것을 넘어 중복 구독을 찾아내고, 벤더 협상을 대신해주며, 지출 패턴을 분석해 절약 방안을 제안한다. 고객사 평균 3.3%의 비용을 줄인다는 것이 램프의 주장이다. 공격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024년 기업가치 75억 달러에 1억 5천만 달러를 유치했다.

노노뱅크(NorthOne)는 중소기업과 프리랜서에 집중한다. 대형 스타트업보다는 소규모 비즈니스를 타깃으로 삼았다. 월 사용료가 저렴하고 인터페이스가 단순해 금융 지식이 부족한 사업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틈새시장 공략 전략이다.

디바이드(Divvy)는 빌닷컴(Bill.com)에 인수되기 전까지 비용 관리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인수 후에는 빌닷컴의 청구서 지불 서비스와 결합해 종합 재무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전통 금융권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JP모건은 스타트업 뱅킹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 골드만삭스도 기업용 금융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SVB 파산 이후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하지만 전통 은행은 디지털 경험과 속도에서 핀테크 기업에 밀리는 모습이다.

머큐리는 이번 투자금으로 대출 상품과 자산 관리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이 성장해 중견기업이 되어도 떠나지 않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한 계좌 서비스를 넘어 스타트업의 전체 재무 생애주기를 책임지겠다는 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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