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커, 8500만 달러 유치… 유럽 로보틱스 역대 최대 시리즈A


지금까지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작업만 반복했다. 작업이 바뀌면 엔지니어를 불러야 했고, 재프로그래밍에 며칠이 걸렸다. 유연성이 없어 인력을 대체하기는커녕, 인력이 로봇을 보조하는 경우도 많았다.

THEKER photo seriesA - 와우테일

테커(THEKER)는 이 공식을 바꾸려 한다.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이 AI 로보틱스 스타트업은 최근 8500만 달러(약 1180억 원)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유럽 로보틱스 스타트업 역대 최대 시리즈A 라운드다. CRV가 리드했고, 삼성(Samsung), LVMH, 카타이(Cathay), 20VC, 헨켈(Henkel), 코렐리아(Korelya), 소나에(Sonae), 메르카도나(Mercadona)가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인디텍스(Inditex), Kfund, 키보 벤처스(Kibo Ventures) 등도 재참여했다.

라운드의 의미는 규모만이 아니다. CRV의 스페인 첫 투자, 삼성의 스페인 기업 최초 투자, LVMH의 스페인 스타트업 생태계 첫 투자가 동시에 이뤄졌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소비자 기술, 럭셔리 산업의 대표 주자가 한 스타트업에 동시에 베팅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엔지니어 두 명이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한 것

테커는 2022년 로보틱스·AI 엔지니어 카를라 고메스 카노(Carla Gómez Cano)지아치앙 예 주(Jiaqiang Ye Zhu)가 공동 창업했다. 이번 시리즈A는 씨드 라운드 이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나왔다. 그 씨드 라운드 자체가 스페인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사업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방증이다.

고메스 카노 공동창업자는 “파일럿을 돌리려고 테커를 만든 게 아니다. 도착하는 날부터 작동하고 그다음 날부터 계속 개선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AI 네이티브 범용 로봇이란 무엇인가

테커가 만드는 건 AI 네이티브 범용 로봇(generalist robot)이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개발한 풀스택 시스템으로, 기존 산업용 로봇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단일 작업에 특화되어 있다. 특정 부품을 특정 방향으로 집어 특정 위치에 올려놓는 동작만 정확하게 수행한다. 제품이 바뀌거나 작업 환경이 달라지면 재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테커의 로봇은 다르다. 형태가 제각각인 물체, 혼합 SKU(재고 관리 단위), 불규칙한 배치 환경에서도 별도 프로그래밍 없이 실시간으로 적응한다. 현장에 도입하는 데 며칠이면 충분하고, 실제 생산 데이터를 쌓으며 작동할수록 스스로 정확해진다. 이미 유럽 전역 생산 현장에 배치돼 처리량 증가, 다운타임 감소, 인력 부족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CRV의 제너럴 파트너 리드 크리스천(Reid Christian)은 “테커가 풀고 있는 것은 로보틱스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범용 AI를 실제 생산 현장에 가져오는 것이다. 카를라와 지아치앙이 만든 것은 극히 드물다. 깊이 있는 기술 플랫폼과 실제 상업 배포 모멘텀이 결합된 회사”라고 평가했다.

삼성은 왜 스페인 로봇 스타트업에 처음 투자했나

이번 투자자 명단에서 한국 독자의 눈길을 끄는 이름이 있다. 삼성이다. 스페인 기업에 대한 삼성의 첫 번째 직접 투자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을 반도체, 스마트폰에 이은 차세대 사업 축으로 공식화하고 있다. 지난해 한종희 부회장은 “로봇은 삼성의 미래 핵심 사업”이라고 직접 밝혔고, 삼성리서치에 로봇 전담 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협동 로봇·가정용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테커 투자는 그 전략의 연장선이다. AI 기반 산업용 범용 로봇이 테커가 직접 만드는 하드웨어 로봇이라는 점에서, 삼성이 로봇 생태계 내 유망 기술 파트너를 일찌감치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LVMH와 헨켈, 메르카도나의 참여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단순 재무 투자자가 아니라 잠재 고객이자 전략적 파트너다. 럭셔리 제품 포장·물류부터 대형 슈퍼마켓 유통, 산업재 제조까지 실제 배포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범용 로봇 경쟁, 이미 치열하다

테커가 뛰어든 AI 로보틱스 시장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이미 포진해 있다. 다만 회사마다 접근 방식이 다르다.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는 구글 딥마인드 출신들이 창업해 다양한 로봇 플랫폼에서 범용으로 실행할 수 있는 AI 정책 모델 개발에 집중한다. 로봇 하드웨어 자체보다는 로봇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는 두뇌 소프트웨어가 주력이다. 스킬드 AI(Skild AI)는 카네기멜론대 교수진이 공동 창업해 여러 제조사의 로봇에 이식할 수 있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다.

반면 피규어 AI(Figure AI)앱트로닉(Apptronik)은 테커와 더 비슷한 방향이다.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해 BMW·GE에어로스페이스 등 제조 현장에 직접 투입하고 있다. 테커와의 차이는 폼팩터다. 피규어·앱트로닉이 사람 형태의 휴머노이드를 고집하는 반면, 테커는 실제 산업 현장 배포 효율을 최우선으로 설계한다.

피지컬 AI 시대의 로봇 경쟁 구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