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파운데이션 모델 어플라이드컴퓨팅, 2,000만 달러 투자유치


정유공장 하나에는 온도·압력·유속·점도까지 측정하는 센서가 수천 개씩 깔려 있다. 그런데도 정작 현장에서 운영 판단에 실제로 쓰이는 데이터는 전체의 8%가 채 안 된다. 센서 데이터, 엔지니어링 문서, 물리·화학 지식이 서로 따로 놀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를 실시간으로 맞물리게 하는 게 진짜 어려운 문제라는 게 업계의 오랜 딜레마였다.

에너지 파운데이션 모델 어플라이드컴퓨팅, 2,000만 달러 투자유치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곳이 영국의 산업 AI 스타트업 어플라이드컴퓨팅(Applied Computing)이다. 자체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 ‘오비탈(Orbital)’은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일반 LLM과 달리, 시계열 모델과 물리 기반 모델, 언어 모델을 하나로 결합해 공장 전체의 상태를 예측한다.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물리·화학 법칙과 설비 제약, 운영자의 조작 이력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다. 이상 징후를 잡아내고 원인을 추적한 뒤, 한 곳을 고치면 다른 공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뮬레이션까지 몇 분 안에 끝낸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예전 같으면 며칠에서 몇 주씩 걸리던 조사를 초 단위로 압축한 셈이다. 2023년 창업 이후 18개월 만에 스텔스 상태를 벗어나 연환산매출(ARR) 두 자릿수 백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상장된 대형 업스트림·다운스트림·석유화학 기업들이 이미 오비탈을 쓰고 있다. 인도 IT기업 위프로(Wipro), 엔지니어링 대기업 KBR과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KBR은 오비탈을 자사 디지털 플랫폼 ‘인사이트 3.0(INSITE 3.0)’에 통합해 암모니아 생산 공정에 활용 중이다. 미국 대형 업스트림 사업자와도 협력 중이며, 조만간 유럽 대형 석유기업과의 파트너십도 발표할 예정이다. 본사는 런던에 있고 인도 벵갈루루에 운영 허브를, 최근에는 미국 휴스턴에도 사무소를 열었다.

CEO 겸 공동창업자 칼럼 애덤슨(Callum Adamson)은 2017년 프리랜서 기술인력을 기업에 연결해주는 워크포스 테크 기업 디스트리뷰티드(Distributed)를 창업해 캐피타(Capita), RBS, 마스터카드 등을 고객사로 확보한 경력이 있는 연쇄창업자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AI책임자(CAO)인 샘 투크라(Sam Tukra) 박사는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출신이다. 두 사람은 2023년 함께 어플라이드컴퓨팅을 세웠다.

어플라이드컴퓨팅은 엔지니어링 대기업 KBR이 주도하고 데이터브릭스벤처스(Databricks Ventures)가 참여한 시리즈A에서 2,000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1,070만 유로 시드를 유치한 지 1년여 만이다. 특히 이번 라운드는 투자 유치와 동시에 KBR과 다년 계약을 맺는 전략적 투자 성격이 짙어, 자금뿐 아니라 KBR이 보유한 운영 데이터·업계 전문성과 고객 네트워크까지 확보하게 됐다. 새 자금은 해외 진출, 연구·엔지니어링 인력 채용, 에너지 고객사 대상 배포 확대에 쓰인다. CEO 애덤슨은 “회사의 해자는 산업 데이터나 공정 지식에 대한 접근권이 아니라, 오비탈과 경쟁할 모델을 만들 수 있는 AI 연구자들을 모으는 능력”이라며 “최상위권 AI 연구자라면 어디서 일하고 싶겠나. 셸(Shell)이 그 목록에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 AI, 거대 소프트웨어 공룡들과의 승부

어플라이드컴퓨팅이 뛰어든 산업용 AI 시장에는 이미 뿌리 깊은 강자들이 버티고 있다. 아스펜테크(AspenTech)는 업스트림·정유·화학 공정을 위한 시뮬레이션·AI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오래전부터 팔아왔고, 아베바(AVEVA)는 물리 기반 공정 시뮬레이션과 ‘만약에(what-if)’ 최적화 도구를 제공한다. 산업 데이터 계층에 특화된 코그나이트(Cognite)는 최근 슈나이더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에 31억 달러에 인수되며 아베바의 산업 인텔리전스 플랫폼과 결합될 예정이고, 시크(Seeq)도 비슷한 데이터 분석·AI 워크플로 영역에서 경쟁한다. 이들 대부분이 데이터 분석·시뮬레이션에 방점을 찍는 반면, 어플라이드컴퓨팅은 공장 전체를 하나의 파운데이션 모델로 예측한다는 차별점을 내세우며 이 오래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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