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바이오 필그림, 2500만 달러 투자유치…밸류 1.5억 달러


현대전에서 부상병 후송(medevac)이 지연되거나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 늘고 있다. 드론과 정찰 자산이 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시대에는 부상병을 데리러 갈 헬기 한 대를 띄우는 일 자체가 목숨을 건 도박이 된다. 그 결과 미군 교리는 이제 ‘부상당한 병사’가 아니라 ‘더는 싸울 수 없는 병사’를 전투 손실의 기준으로 다시 쓰고 있다. 후송이 오기 전 몇 시간, 며칠을 버텨야 하는 병사를 위한 기술을 만들겠다는 회사가 바로 필그림(Pilgrim)이다.

국방 바이오 필그림, 2500만 달러 투자유치…밸류 1.5억 달러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 본사를 둔 필그림은 국방 생명공학 스타트업으로, 세 갈래의 하드웨어를 개발한다. 혈액에 닿으면 젤 형태로 굳어 대량 출혈을 몇 초 안에 막는 지혈제 ‘킹스포일(Kingsfoil)’, 신경작용제 등 화학 위협을 막는 흡입형 해독제 ‘보이저(Voyager)’, 그리고 공기 중 생물학적 위협을 실시간으로 감지·식별하는 자율 생체감시 장비 ‘아르구스(Argus)’다. 이번 투자는 아르구스를 뒷받침한다. 무게 23kg의 이 장비는 공기 포집과 유전체 시퀀싱을 결합해 에볼라·탄저균 같은 병원체를 탐지하며, 이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생체감시 협약을 맺고 미국 전역에 배치되고 있다.

필그림을 세운 건 2022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창업에 뛰어든 제이크 애들러(Jake Adler)다. 그는 열두 살 때부터 이런저런 사업을 시작했고, 2023년 틸 펠로우십(Thiel Fellowship)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양쪽 허벅지에 상처를 낸 뒤 한쪽에만 킹스포일을 발라 지혈 효과를 비교하는 영상을 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영상은 곧바로 시드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당시 투자를 이끈 칸토스(Cantos)의 이언 라운트리 파트너는 애들러를 “튀는 사람, 좀 별난 사람을 찾는다”며 “제이크는 예외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애들러는 국방부를 자신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으며, 군의관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민간 응급실보다 5~10년은 앞서 있다고 말한다.

필그림은 2500만 달러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복수 매체가 보도했다. 버클리벤처스(Buckley Ventures)가 라운드를 주도했고, 기업가치는 1억5000만 달러로 평가됐다. 시드 단계 스타트업 밸류가 통상 수백만~수천만 달러대에 형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필그림의 기업가치는 그보다 한 자릿수 이상 높은 수준으로 시리즈 B급 스타트업과 견줄 만하다. 창업 2년차, 매출도 아직 초기 단계인 회사에 투자자들이 이 정도 밸류를 부여했다는 건 국방 바이오라는 틈새시장의 성장성을 그만큼 높게 본다는 뜻이다.

투자자 면면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앤트로픽의 프런티어 레드팀을 이끄는 로건 그레이엄(Logan Graham)과 테크니컬 스태프인 숄토 더글러스(Sholto Douglas)가 개인 자격으로 투자했고, 코인베이스 공동창업자 프레드 어시람(Fred Ehrsam)도 참여했다. 피터 틸,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 피그마 CEO 딜런 필드, 램프 공동창업자 카림 아티예, 바이오해킹 기업가 브라이언 존슨 등 기존 초기 투자자들도 이번 라운드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필그림의 자금 조달 속도도 눈에 띈다. 2025년 3월 틸캐피탈(Thiel Capital)·칸토스·리팩터캐피탈(Refactor Capital)이 참여한 325만 달러 프리시드를 시작으로, 같은 해 8월 데이원벤처스(Day One Ventures)가 가세하며 430만 달러로 늘렸다. 창업 약 2년 만에 이번 2500만 달러 시드까지, 국방 바이오라는 좁은 분야에서 스타 창업자급 자금 조달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생체감시 시장에는 이미 자리 잡은 경쟁자들이 있다. 나스닥 상장사 징코바이오웍스의 생체보안 부문 징코 바이오시큐리티(Ginkgo Biosecurity)는 미국 공항 7곳에서 CDC와 함께 여행자 기반 유전체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필그림이 자율 하드웨어로 공기 중 병원체를 직접 잡아낸다면, 징코는 여행자 검체와 폐수 시퀀싱 데이터를 축적해 감시망을 짜는 방식이라 접근 철학이 다르다. 국방부 산하 연구비를 받은 카유가바이오텍(Cayuga Biotech)도 합성 폴리포스페이트 나노입자 기반 지혈제로 킹스포일과 같은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Defense Biotech Pilgrim Raises $25M Seed at $150M Valu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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