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페이페이 리의 월드랩스 82억 달러에 인수…AI 하드웨어 승부수


칩을 잘 만들려면 그 칩 위에서 돌아갈 AI 모델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게 요즘 반도체 업계의 화두다. 엔비디아는 이미 자체 오픈웨이트 월드모델 ‘코스모스(Cosmos)’로 이 답을 갖고 있었고, AMD에게는 텍스트·영상 생성 모델 정도만 있었다. 그 격차를 AMD가 통째로 메우기로 했다.

AMD, 페이페이 리의 월드랩스 82억 달러에 인수…AI 하드웨어 승부수

AMD(나스닥: AMD)가 페이페이 리(Fei-Fei Li) 박사가 이끄는 AI 연구소 월드랩스(World Labs)를 인수하는 확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거래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약 82억 달러 규모이며, 연내 종결을 목표로 규제 승인 등 통상적 절차를 밟는다. 인수 후 월드랩스 창업자 리 박사는 AMD 수석부사장 겸 최고과학책임자(Chief Scientist)로 합류해 리사 수(Lisa Su)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월드랩스는 텍스트·이미지·영상을 입력받아 상호작용 가능한 3D 환경을 생성·복원·시뮬레이션하는 ‘공간 지능(spatial intelligence)’ 모델을 개발해왔다.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 교수인 리 박사가 이미지넷(ImageNet)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컴퓨터 비전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라면, 공동창업자 저스틴 존슨·크리스토프 라스너·벤 밀든홀은 각각 3D 그래픽·공간 컴퓨팅과 뉴럴 렌더링 기법 ‘네트프(NeRF)’ 개발 이력을 가진 연구자들이다. 2024년 창업한 월드랩스는 그해 9월 스텔스를 벗으며 2억3000만 달러(밸류 10억 달러)를 확보했고, 11월 첫 상용 제품 ‘마블(Marble)’을 출시했다. 마블은 텍스트나 이미지, 360도 파노라마 사진으로 편집·다운로드가 가능한 3D 공간을 만들어주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은 물론 로봇 학습용 시뮬레이션 환경으로도 쓰인다.

AMD와 월드랩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AMD GPU 기반 모델 학습·추론 최적화 파트너십을 맺어온 사이다. 리 박사는 올해 초 AMD의 CES 발표 행사에도 게스트로 등장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월드랩스가 10억 달러 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때 참여한 투자사가 다름 아닌 AMD와 엔비디아 양쪽 모두였다(당시 밸류에이션은 50억 달러, 오토데스크·피델리티·에머슨콜렉티브 등도 참여). 경쟁사인 두 칩 메이커가 동시에 지분을 대고 있던 회사를, 이번에 AMD가 통째로 사들인 셈이다.

리사 수 CEO는 “차세대 AI를 위한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려면 모델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페이페이와 월드랩스 팀의 뛰어난 연구 역량과 모델 전문성을 결합해 차세대 AI를 구동할 하드웨어·소프트웨어·시스템을 만들고 오픈 AI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리 박사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제 우리 기술이 통한다는 구체적 증거를 확보한 만큼, 노력을 확장하고 하드웨어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 모든 걸 쏟고 싶다”며 “전용 하드웨어 역량 없이는 AI의 효율이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이번 인수는 AMD가 올해 데이터센터용 풀스택 AI 인프라(헬리오스 랙, MI400 시리즈 GPU)를 내놓으며 오픈AI(6기가와트 규모 공급 계약)·메타·앤트로픽의 지지를 끌어낸 직후 나왔다. 하드웨어 쪽 진용은 갖췄지만, 앞으로 로봇·자율주행처럼 실제 물리 세계 데이터가 부족한 영역에서 AI를 훈련시키려면 합성 데이터를 만들어낼 월드모델 역량이 필수적이다. 월드랩스가 그 빈틈을 채워준다. AI 기업 인수합병과 월드모델 경쟁 구도 전반에 대해서는 여기를 참고하시길.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AMD to Acquire Fei-Fei Li’s World Labs for $8.2 Billion in AI Hardware 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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