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리시, 5억 달러 유치… 베이조스가 베팅한 뇌 모방 AI


플러리시 AI 펀딩

챗GPT 응답 한 번에 500밀리리터 생수병 한 병 분량의 물이 쓰인다. 에너지는 더 심각하다. 지금 빅테크들이 짓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소도시 전체 전력을 집어삼킨다. 문제의 뿌리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 자체에 있다. 수천억 개 파라미터를 연산할 때마다 전부 깨워야 하고, 그때마다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반면 인간의 뇌는 860억 개 뉴런 중 극히 일부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면서 20와트(W)로 작동한다.

플러리시(Flourish)는 이 간극을 파고드는 스타트업이다. 기업가치 25억 달러에 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아마존(Amazon)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약 1억 달러를 직접 출자했고, 알파벳(Alphabet)의 스타트업 투자 부문 GV(Google Ventures), 딥테크 전문 벤처캐피탈 럭스 캐피탈(Lux Capital), 헬스케어 펀드 카탈리오(Catalio)가 함께 참여했다.

공동창업자 토머스 리어던(Thomas Reardon)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서 10대에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를 개발한 인물이다. 이후 방향을 틀어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에서 신경과학 박사를 받고 2015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스타트업 CTRL-labs를 창업했다. 손목에서 뇌 신호를 읽어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로 주목받았고, 2019년 메타(Meta)가 5억 달러에 인수했다. 메타 리얼리티 랩스(Meta Reality Labs)에서 AR 뉴럴 밴드(Neural Band) 연구를 이끌다 2025년 네이처(Nature)에 성과를 발표한 뒤 독립했다. 공동창업자 롭 윌리엄스(Rob Williams)는 아마존 S팀 출신 임원이다.

플러리시의 접근법은 칩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뇌 조직에서 알고리즘을 찾아내는 것이다. 핵심 방법론은 커넥토믹스(connectomics) — 뉴런 수백만 개의 연결망을 전자현미경으로 정밀하게 지도화하는 연구다. 분석 결과 뇌는 신호가 들어올 때마다 전체 네트워크를 돌리는 게 아니라 극히 일부 뉴런만 쓰는 희소 활성화(sparse activation) 패턴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플러리시는 사내 신경과학 연구소에서 이 원리를 AI 모델 아키텍처에 이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목표 소비 전력은 20~50W, 현 LLM 대비 10배 이상 낮추겠다는 것이다. 시스템 이름은 Cortex AI다.

경쟁사 현황

같은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파고드는 회사들이 있다. 언컨벤셔널 AI(Unconventional AI)는 실리콘의 물리적 특성을 그대로 활용하는 아날로그 회로로 AI 칩을 설계해, 하드웨어 레이어에서 뇌에 가까운 에너지 효율을 구현하겠다는 방식이다. 라이트스피드(Lightspeed)와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등이 참여한 4억7천5백만 달러 시드 라운드를 유치했다.

인텔(Intel)의 로이히 3(Loihi 3)은 생물학적 뉴런처럼 스파이크 신호가 발생할 때만 전력을 쓰는 뉴로모픽(neuromorphic) 프로세서로, 기존 GPU 대비 최대 100배 낮은 에너지로 AI 추론을 처리한다. 호주 스타트업 브레인칩(BrainChip)도 뉴로모픽 칩 아키다(Akida) 2.0으로 엣지 AI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들이 칩 설계에서 답을 찾는다면, 플러리시는 알고리즘·아키텍처 레이어를 뇌 연구에서 직접 끌어오겠다는 접근이다. 베이조스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베팅은, 트랜스포머 스케일링이 기계 지능의 최종 해답이 아닐 수 있다는 시각이 투자 세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주요 AI 기업들의 투자 관계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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