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전용 칩 에치드, 스텔스 탈출… 8억 달러 조달·10억 달러 계약


AI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엔비디아(NVIDIA) GPU를 겨냥한 ‘추론 전용 칩’ 도전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베일에 싸여 있던 한 곳이 2년간의 침묵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다.

트랜스포머 전용 칩 에치드, 스텔스 탈출… 8억 달러 조달·10억 달러 계약

에치드(Etched)는 작동하는 칩과 10억 달러가 넘는 고객 계약, 그리고 총 8억 달러의 투자 유치를 공개하며 스텔스에서 나왔다. 2022년 하버드를 중퇴한 개빈 우베르티(Gavin Uberti)와 로버트 바켄(Robert Wachen) 두 창업자가 세운 이 회사는, 시드 투자를 받은 지 3년도 안 돼 실물 칩을 손에 쥐고 시장에 나섰다.

‘소후’, 트랜스포머를 실리콘에 새기다

에치드의 칩 ‘소후(Sohu)’는 접근법부터 다르다. 무엇이든 처리하는 범용 GPU와 달리, 오늘날 대부분의 AI 모델이 쓰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구조를 아예 실리콘에 통째로 새겨 넣었다. 특정 구조만 파고든 대신, 그 구조에서만큼은 압도적인 처리량과 지연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기술적 성과도 만만치 않다. 에치드는 TSMC의 N4P 공정에서 첫 설계(A0) 칩을 단번에 성공시켰다. 반도체 업계에서 첫 시도에 제대로 작동하는 칩을 뽑아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TSMC와 함께 칩을 낮은 전압에서 구동해 발열을 줄이고 성능을 더 짜내는 ‘저전압 추론’ 기술도 개발했다. 프리필과 디코드 워크로드를 모두 처리하는 랙 스케일 시스템으로 구현됐으며, 현재 딥시크(DeepSeek)·큐원(Qwen)·라마(Llama) 등 다양한 모델을 돌리고 있다.

8억 달러와 화려한 투자자 명단

에치드가 이날 공개한 누적 투자액은 8억 달러다. 여러 비공개 라운드에 걸쳐 조달했으며, 가장 최근은 지난해 12월 50억 달러 기업가치에 5억 달러를 유치한 라운드다. 특히 이번 투자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 계열의 벤처테크 얼라이언스(VentureTech Alliance)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깊은 파운드리 파트너십을 예고했다.

투자자 면면은 화려하다. 피터 틸(Peter Thiel)을 비롯해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 허드슨 리버 트레이딩(HRT), 점프 트레이딩(Jump Trading), 투 시그마(Two Sigma) 등 월가의 대형 퀀트들과 스트라이프스(Stripes), 리빗 캐피털(Ribbit Capital), 래디컬 벤처스(Radical Ventures)가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앤드리 카파시, 제프리 힌턴, 페이페이 리, 스탠리 드러켄밀러, 미스트랄 CEO 아서 멘시, 코그니션 CEO 스콧 우 등 AI 업계 거물들도 개인 투자자로 합류했다.

“생산이 곧 제품이다”

에치드는 이미 랙 스케일 시스템의 양산에 돌입했다. 대만에 공장을 세웠고, 산호세 본사에는 데이터센터와 테스트 시설, 시제품 연구소를 한데 모아 설계부터 검증, 생산까지 한 지붕 아래에서 처리한다. 2027년 기가와트급 생산이 목표다. 회사는 엔비디아·브로드컴·구글 TPU·SK하이닉스, 그리고 고빈도 매매(HFT) 퀀트 기업 출신 등 400명이 넘는 인력을 꾸렸다. “생산이 곧 제품”이라는 게 회사가 내건 원칙이다.

추론 칩, 엔비디아를 향한 협공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추론 칩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저녁 접시만 한 칩’으로 알려진 세레브라스(Cerebras)IPO로 55억 달러를 조달하며 상장했고, 포지트론 AI(Positron AI)엔비디아의 3분의 1 전력으로 같은 성능을 내세워 유니콘에 올랐다. 구글 TPU 설계자들이 세운 맷엑스(MatX) 역시 5억 달러를 유치했다. 한때 추론 칩 대항마로 꼽히던 그록(Groq)은 최근 칩 자산을 엔비디아에 넘기고 추론 클라우드로 방향을 틀었고, 오픈AI마저 브로드컴과 자체 추론 칩 ‘할라페뇨’를 공개하며 이 전장에 뛰어들었다. 에치드는 ‘트랜스포머 전용’이라는 극단적 특화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경쟁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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