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원자 양자컴퓨터 오라토믹, 3억 달러 시리즈A 유치


양자컴퓨터는 잡음에 극도로 취약하다. 큐비트(qubit) 하나하나가 미세한 진동이나 온도 변화에도 계산 값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논리 큐비트 하나를 얻으려면 수많은 물리적 큐비트를 묶어 서로의 오류를 실시간으로 검증하게 하는 ‘오류 정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업계는 진짜 쓸모 있는 내결함성(fault-tolerant) 양자컴퓨터를 만들려면 물리적 큐비트가 수백만 개는 있어야 한다고 봐왔고, 이 때문에 상용화는 아득히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다.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오라토믹, 3억 달러 시리즈A 유치

이 통념에 도전장을 낸 곳이 미국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오라토믹(Oratomic)이다. 오라토믹은 레이저를 ‘광학 핀셋’처럼 이용해 개별 원자를 붙잡고 계산 도중에도 자유롭게 재배열하는 중성원자(neutral-atom) 방식으로 양자컴퓨터를 만든다. 원자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는 특성 덕분에, 원자 하나가 주변의 더 많은 원자와 오류 정정 관계를 맺을 수 있어 훨씬 적은 수의 큐비트로도 오류 정정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이를 근거로 오라토믹은 수백만 개가 아니라 1만~2만 개의 재구성 가능한 중성원자 큐비트만으로 실용적 수준의 내결함성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오라토믹은 지난 3월 스텔스에서 벗어나며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창업 멤버 전원이 원래는 “상업적으로 쓸모 있는 양자컴퓨팅은 아직 멀었다”고 믿던 연구자들이었다.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물리학자들이 주축이 됐고, 버클리·하버드·아마존·구글 출신 연구자들도 합류했다. CEO 돌레브 블루브스타인(Dolev Bluvstein)은 “이 연구 결과를 본 순간 우리 모두의 생각이 동시에 바뀌었다”고 말했다. 공동창업자인 캘텍 교수 매뉴얼 엔드레스(Manuel Endres)는 이미 실험실에서 원자 약 6천 개를 배열에 가두는 데 성공해, 회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험적 근거를 마련했다.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이라는 용어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이론물리학자 존 프레스킬(John Preskill)도 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라토믹은 아치벤처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스파크캐피탈(Spark Capital)·코슬라벤처스(Khosla Ventures)가 공동 주도한 3억 달러 규모 시리즈A를 유치했다고 7일 밝혔다. 베조스 익스페디션스(Bezos Expeditions), 인덱스벤처스(Index Ventures), 제너럴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 로워카본캐피탈(Lowercarbon Capital), 베인캐피털(Bain Capital) 등이 참여했고, 양자컴퓨팅 이론가 스콧 애론슨(Scott Aaronson)과 로빈후드(Robinhood) 공동창업자 바이주 바트(Baiju Bhatt)도 개인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코슬라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는 자신의 SNS에 “지난 10년간 십여 곳의 양자컴퓨팅 스타트업을 검토해왔는데, 오픈AI에 투자했을 때처럼 오라토믹에 우리 회사 역대 최대 규모의 초기 투자를 했다”며 “쇼어 알고리즘을 풀어내는, 진짜 ‘양자컴퓨팅’에 가장 먼저 도달할 곳”이라고 평가했다.

오라토믹은 대부분의 경쟁사가 택한 노이즈 중간 규모 양자(NISQ) 프로토타입을 연구자·기업에 판매하는 방식은 아예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곧바로 내결함성 단계로 직행하겠다는 것이다. 블루브스타인 CEO는 이 접근이 100만 큐비트급 광자 방식으로 내년 말까지 실용 양자컴퓨터를 내놓겠다는 사이퀀텀(PsiQuantum)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1만~2만 개의 큐비트뿐이고, 이보다 약간 작은 규모에서 필요한 핵심 구성 요소를 이미 실험으로 모두 입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양자컴퓨팅을 향한 투자 열기는 최근 부쩍 뜨거워졌다. 같은 중성원자 방식을 쓰는 아톰컴퓨팅(Atom Computing)과 하버드·MIT 출신 연구진이 만든 큐에라(QuEra)도 오라토믹의 가장 가까운 경쟁자로 꼽힌다. 큐에라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긴밀히 협력하며 2028년 내결함성 양자컴퓨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트랩드이온(trapped-ion) 방식의 퀀티늄(Quantinuum)은 최근 기업가치 127억 달러로 상장을 신청했고, 초전도 큐비트 방식을 쓰는 구글·IBM 같은 빅테크도 이 경쟁에 뛰어들어 있다. 아이온큐(IonQ)·리게티(Rigetti) 등 상장된 양자컴퓨팅 기업들의 주가도 최근 1년 반 사이 크게 뛰었다.

내결함성 양자컴퓨터가 실현되면 생명공학·화학·물류부터 AI·암호학까지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다만 오라토믹 스스로도 밝혔듯, 이런 컴퓨터는 현재 널리 쓰이는 공개키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쇼어 알고리즘을 구동할 잠재력도 함께 지닌다. 각국 정부와 표준화 기구들이 2035년을 목표로 양자내성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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