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로봇 AI ‘피지컬 인텔리전스’ 인수설… 진실은?


지난 주말 ‘AI 트위터(X)’가 소문 하나로 들썩였다. 앤트로픽(Anthropic)이 로봇용 AI 스타트업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를 인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테크 블로거 로버트 스코블(Robert Scoble)이 지난 18일 X에 “익명의 투자자에게서 앤트로픽이 이 회사를 인수한다고 들었으며, 다만 거래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적으면서 소문이 급속히 번졌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는 확인되지 않는데, 작성자가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앤트로픽, 로봇 AI '피지컬 인텔리전스' 인수설… 진실은?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한 사실도, 완전한 헛소문도 아니다’에 가깝다. 정보업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에 따르면 두 회사는 실제로 올봄 인수를 놓고 협상을 벌인 적이 있다. 스코블이 세부 사항은 틀렸을지 몰라도, ‘무언가 오갔다’는 점 자체는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거래는 아니다. 피지컬 인텔리전스의 카롤 하우스만(Karol Hausman) CEO는 사내 슬랙에 미국 드라마 ‘오피스’ 캐릭터가 고개를 젓는 GIF를 올리며 보도를 부인했다.

피지컬 인텔리전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투자자 겸 창업자 라클런 그룸(Lachy Groom)과 하우스만이 공동 창업한 회사다. 지금까지 10억 달러 넘게 유치했고, 올봄에는 기업가치 110억 달러에 1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기업가치 56억 달러에 6억 달러를 유치한 바 있다. 세탁물 개기부터 상자 조립까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범용 로봇 정책 모델 ‘π0.5(파이 제로닷파이브)’는 로봇 연구 현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로봇 두뇌’ 중 하나로 꼽힌다.

앤트로픽은 왜 로봇을 넘보나… ‘프로젝트 페치’가 남긴 것

소문의 진위와 별개로, 앤트로픽이 물리 AI(Physical AI)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앤트로픽은 자사 연구 ‘프로젝트 페치(Project Fetch)’에서 클로드(Claude)에게 로봇 개를 프로그래밍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지난 6월 공개한 2단계 결과에 따르면, 클로드 오퍼스 4.7은 로봇 프로그래밍 과제를 9분 만에 끝냈다. AI의 도움을 받은 인간 팀이 181분 걸린 것과 비교하면 20배 빠른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 성과가 로봇 능력을 키우려는 의도적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모델 자체가 좋아지면서 따라온 부수 효과였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은 재귀적 자기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에 이어 ‘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 즉 로봇 영역도 비슷하게 비용은 낮아지고 성과는 커지는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본다. 다만 오픈AI(OpenAI)처럼 자체 하드웨어 랩을 차리기보다는, 로봇 하드웨어 위에 얹는 소프트웨어 계층을 제공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피지컬 인텔리전스처럼 검증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가진 회사와의 협업·인수설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여기에 최근 파트너십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앤트로픽은 지난 7월 IT서비스 기업 UST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클로드를 반도체·자동차·제조·통신 등의 엔지니어링 플랫폼에 심기로 했다. 설계 검증, 반도체 검증, 공장 운영, 현장 서비스 같은 공정에 클로드를 투입하는 것인데, 이는 지능을 화면 밖 장비와 로봇으로 옮기는 물리 AI의 토대가 되는 작업들이다. 앤트로픽 스스로도 이 제휴를 “클로드를 물리 AI로 가져가는 일”로 규정했다. UST는 전 세계 엔지니어 2만 명에게 클로드 활용 교육을 진행하고, 반도체 검증 시간을 50~70% 단축하는 자체 플랫폼에도 클로드를 접목한다.

실탄 채우는 두 AI 공룡의 인수 경쟁

이번 소문은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올해 내내 벌여온 공격적 인수 행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읽힌다. 앤트로픽은 최근 메타(Meta)와 컴퓨팅 파워 확보를 위한 초기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고, 자체 AI 칩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와 논의하는 등 인프라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모델·인프라·인재를 빨아들이며 AI·로보틱스 통합 지형을 다시 그리는 중이다. 피지컬 인텔리전스 인수설의 진위는 아직 안갯속이지만, 프론티어 AI 랩이 로봇으로 손을 뻗는 흐름 자체는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대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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