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딩스푼, 노코드 에어테이블 인수…117억 달러 유니콘의 추락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기업 벤딩스푼(Bending Spoons)이 미국의 노코드 협업 플랫폼 에어테이블(Airtable)을 전액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4일 밝혔다. 인수 가격은 기업가치(EV) 기준 12억8,500만 달러이며, 에어테이블이 보유한 순현금을 더한 지분가치는 약 22억5,000만 달러다. 지난 7월 1일 나스닥에 상장한 벤딩스푼의 상장 후 첫 인수다.

벤딩스푼, 노코드 에어테이블 인수…117억 달러 유니콘의 추락

에어테이블은 스프레드시트의 익숙함과 데이터베이스의 깊이를 결합해, 코드를 짜거나 개발팀을 기다리지 않고도 팀이 필요한 맞춤형 앱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노코드’ 플랫폼이다. 2013년 하위 리우(Howie Liu)가 공동 창업했으며, 현재 50만 곳 넘는 조직과 포춘100 기업의 80%가 제품·마케팅 등 핵심 업무를 에어테이블 위에서 굴린다. 연환산매출(ARR)은 2026년 6월 기준 약 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0% 넘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이번 인수는 에어테이블의 ‘추락’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읽힌다. 에어테이블은 2021년 12월 헤지펀드 XN이 주도한 시리즈F에서 7억3,500만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17억 달러를 인정받은 대표 SaaS 유니콘이었다. 이후 세컨더리 시장에서 40억 달러 안팎까지 밸류가 내려앉았고, 이번 인수가는 그 고점 대비 8할 넘게 낮은 수준이다. 한때 하늘 높이 치솟았던 소프트웨어 유니콘들의 눈높이가 현실로 조정되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수자인 벤딩스푼은 독특한 ‘롤업(roll-up)‘ 전략으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디지털 사업을 사들여 팀·기술·UI·수익화를 깊숙이 개조하고, 거기서 나온 이익을 다시 인수에 재투자하는 복리형 사이클을 10년 넘게 돌려왔으며, 지금까지 인수한 주요 사업을 되판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회사는 강조한다. 에버노트(Evernote), 위트랜스퍼(WeTransfer), 비메오(Vimeo), 스트림야드(StreamYard), 레미니(Remini) 등을 거느리고 있고, 올해 1월 AOL, 3월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를 잇따라 인수했다. 지난 3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5억 명, 유료 고객은 900만 명을 넘는다.

이번 거래는 양사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으며, 규제 승인 등 통상적인 종결 조건을 거쳐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종료 전까지 두 회사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벤딩스푼의 루카 페라리(Luca Ferrari) CEO는 “에어테이블은 팀이 데이터를 조직하고 핵심 워크플로를 관리하는 방식을 새롭게 짜온 선구적 브랜드”라고 평가했고, 에어테이블의 하위 리우 CEO는 “벤딩스푼과의 결합으로 미래의 AI 네이티브 플랫폼을 더 과감하게 만들 자원과 장기적 지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노코드·업무관리 격전지, SaaS 몸값 조정 속 재편

에어테이블이 속한 노코드·업무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은 노션(Notion), 먼데이닷컴(Monday.com), 스마트시트(Smartsheet), 코다(Coda) 등이 각축하는 격전지다. 팬데믹 시기 폭등했던 이들 SaaS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조정되면서, 몸값이 낮아진 업체를 사들여 개조하는 롤업·인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외 노코드 흐름의 다른 사례로는, 공장 현장을 노코드로 디지털화하는 튤립(Tulip)이 1억2,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유니콘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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