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직접 사서 쓴다’…에이전트 프로덕션 인프라 사피옴, 3,500만 달러 투자유치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모든 소프트웨어와 금융 시스템은 ‘사람이 조작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었다. 계정을 만들고, 인증을 통과하고, 결제를 승인하고, 청구서를 확인하는 주체는 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조작 주체(operator)가 사람이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어떤 도구를 쓸지, 어떤 서비스를 호출할지, 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검색하고 코드를 실행하고 결제까지 한다. 문제는 인터넷과 금융 인프라가 20년간 ‘사람인 척하는 소프트웨어’를 침입자로 간주하고 막아왔다는 점이다.

'AI 에이전트가 직접 사서 쓴다'…에이전트 프로덕션 인프라 사피옴, 3,500만 달러 투자유치

사피옴(Sapiom)이 겨냥하는 지점이 여기다. 사피옴은 AI 에이전트를 위한 ‘프로덕션 인프라’로, 에이전트와 그것이 사용하는 모델·컴퓨트·도구·서비스 사이에 자리 잡고 에이전트가 실제로 행동하려는 그 순간에 무엇이 허용되는지를 강제한다. 데모 수준의 에이전트는 주말이면 누구나 만들지만, 실제 프로덕션에서 중단 없이 돌리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로 가트너는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2027년 말까지 폐기될 것이라며 비용 급증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사피옴이 가장 먼저 마주한 균열은 ‘돈’이었다. 에이전트는 애초에 스스로 무언가를 결제할 방법이 없다. 1센트짜리 문자 한 통을 보내려 해도 등록된 카드도, 승인할 사람도 없어서, 팀들은 한도를 건 공용 카드 정보를 에이전트에 쥐여주고 사고가 안 나길 바랄 뿐이었다. 카드 시스템은 사람의 가끔 결제를 전제로 설계됐지, 소프트웨어의 연속적 거래를 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피옴은 코인베이스의 x402 등 이 목적을 위해 등장한 공개 표준 위에 결제 기능을 얹어, 에이전트가 폐쇄형 시스템이 아닌 열린 인프라로 실물 경제에 접근하도록 했다.

또 다른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피옴으로 옮겨오기 전 한 고객사는 “어제 에이전트가 몇 개 돌았고 비용은 얼마였나”라는 질문에 “1만2,000달러”라는 총액밖에 답하지 못했다. 어떤 에이전트가 그 비용을 냈는지, 무엇에 쓴 돈인지 아무도 몰랐다. 사피옴은 이를 ‘단순 관측(observability)’을 넘어서는 문제로 본다. 관측이 ‘행동한 뒤 무슨 일이 있었나’를 알려준다면, 사피옴은 ‘행동하기 전에 무엇이 허용되는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사피옴은 이를 세 가지 제품으로 구현한다. 모든 호출을 답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가장 싼) 모델로 연결해 기존 워크로드 비용을 낮추는 ‘라우터(Router)’, 아이디어에서 작동하는 에이전트까지 만들어 배포하는 ‘에이전트 스튜디오(Agent Studio)’, 그리고 샌드박스·메모리·시크릿·도구 접근·자동 복구를 갖춰 프로덕션에서 에이전트를 운영하게 하는 ‘런타임(Runtime)’이다. 모든 모델 호출·도구 호출·재시도는 비용과 결과가 붙은 채 실행 기록으로 남는다. 회사에 따르면 출시 6개월 만에 2억7,000만 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했고, 하루 10만 건 이상의 에이전트 실행을 구동하며, 앞서 그 ‘1만2,000달러’ 고객사의 월 추론 비용을 약 120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수준으로 낮췄다.

사피옴을 창업한 일란 저비브(Ilan Zerbib) CEO는 자동 환불 소비자 에이전트 ‘어니(Earny)’를 창업·매각했고, 쇼피파이(Shopify)에서 결제 담당 이사로 숍페이(Shop Pay)를 1,000억 달러 거래액 이상으로 키운 인물이다. 그는 “자율 소프트웨어는 가능성에서 프로덕션 단계로 넘어왔고, 에이전트는 이미 대규모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서비스를 쓰며 돈을 옮기고 있다”며 “이번 투자로 다음 1조 개의 에이전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통제되고, 신뢰받는지에 대한 표준을 사피옴이 세우겠다”고 말했다.

사피옴은 드래곤플라이(Dragonfly)가 주도한 시리즈A로 3,500만 달러를 유치해 누적 5,000만 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창업 11개월, 1,500만 달러 시드 발표 6개월 만이다. 엑셀(Accel), 그래디언트, 코인베이스벤처스(Coinbase Ventures), 오퍼레이터콜렉티브, 포머스캐피털, 반에크벤처스가 참여했고, 기존 투자자인 옥타벤처스, 멘로벤처스(Menlo Ventures), 앤트로픽(Anthropic), 어레이벤처스도 지원을 이어갔다. 드래곤플라이의 하시브 쿠레시(Haseeb Qureshi) 매니징파트너가 이사회에 합류한다.

나이브와 닮은 듯 다른…’에이전트 인프라’ 경쟁 본격화

에이전트가 ‘앱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일하고 돈을 쓰는’ 단계로 가면서, 그 아래를 받치는 인프라 경쟁이 뜨겁다. 특히 최근 시리즈A를 유치한 나이브(Naïve)와 비교되는데, 결이 다르다. 나이브가 코딩 에이전트가 만든 ‘제품’에 법인·결제·규정준수·백오피스를 붙여 ‘회사’로 만드는 쪽이라면, 사피옴은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컴퓨팅 자원을 직접 사서 쓰도록 결제·거버넌스·실행 경로를 통제하는 쪽이다. 에이전트 결제·인프라 영역엔 내추럴(Natural), 아케이드(Arcade) 등도 자본을 유치하며 뛰어들고 있다. 앞서 시드 단계였던 사피옴이 반년 만에 시리즈A로 몸집을 키운 것은 이 시장의 성장 속도를 보여준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Agents That Buy What They Need’: Agent-Production Infrastructure Sapiom Raises $35M Series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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