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게이츠 베팅한 ‘곰팡이 신약’ 라이프마인, 2억6,300만 달러 투자유치


전 세계 160만 명 이상이 장기를 이식받고 살아간다. 이들은 이식된 장기가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지금 쓰이는 칼시뉴린 억제제(타크로리무스·사이클로스포린 등)는 30여 년간 거의 바뀌지 않았다. 효과는 확실하지만 신장 독성, 당뇨병 유발, 심혈관 부작용 같은 심각한 독성이 따라붙어, 장기 생존율을 오히려 갉아먹는다는 게 오랜 딜레마였다.

베이조스·게이츠 베팅한 '곰팡이 신약' 라이프마인, 2억6,300만 달러 투자유치

미국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의 임상 단계 바이오제약사 라이프마인 테라퓨틱스(LifeMine Therapeutics)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리드 파이프라인 ‘LIFE-001’은 구조·작용기전 모두 새로운 ‘칼시뉴린 활성 억제제(CNai)’로, 기존 약물이 의존하던 중간 매개 단백질(이뮤노필린)을 거치지 않고 칼시뉴린 효소의 활성 자체를 직접 차단한다. 이 덕분에 기존 약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던 장기 손상을 회피하도록 설계됐다. 성인 120명 이상이 참여한 임상 1상(단회·반복 용량 증량)에서 LIFE-001은 지금까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신장·대사·심혈관 안전성 신호가 관찰되지 않으며 기존 약물 대비 뚜렷이 개선된 프로필을 보였다.

복용 방식도 바꿨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알약을 먹고 혈중 농도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LIFE-001은 장기 지속형 주사제(long-acting injectable)로 개발돼 혈중 농도가 요동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앤드루 캐머런 존스홉킨스병원 외과과장은 “효능은 유지하면서 다장기 독성을 크게 줄인 차세대 칼시뉴린 활성 억제제라면, 수십 년 만에 이식 분야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라며 “LIFE-001의 초기 임상 프로필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LIFE-001이 주목받는 더 큰 이유는 이 약이 라이프마인의 신약 발굴 플랫폼을 처음으로 임상에서 검증한 ‘첫 증거’라는 점이다. 라이프마인은 곰팡이(진균)의 유전체를 디지털로 탐색해 신약 후보를 찾아내는 ‘탑다운 신약 발굴(Top-Down Drug Discovery)’ 기술을 내세운다. 페니실린과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 등 인류사에 남은 의약품 상당수가 곰팡이에서 나온 만큼, 수억 년간 진화한 진균 유전체를 인간 유전학·유전체학·바이오인포매틱스·머신러닝·합성생물학과 결합해 빠르게 탐색하겠다는 구상이다.

라이프마인을 이끄는 그렉 버딘(Gregory Verdine) 공동창업자 겸 CEO는 하버드대 교수 출신의 연쇄 창업자다. 그가 세운 항암제 기업 파라빌리스(Parabilis, 옛 포그파마)는 지난 6월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최근 몇 년 새 최대 규모 바이오 IPO 중 하나로 기록됐다. 공동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인 릭 클라우스너(Rick Klausner)는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소장을 지낸 인물로, 이번 라운드를 주도한 밀키웨이인베스트먼츠의 매니징파트너를 겸한다. 회사는 최근 버텍스(Vertex) 출신 이브 징겔러를 최고상업책임자(CCO)로 영입하는 등 상업화 대비 경영진도 강화하고 있다.

라이프마인은 이번에 총 2억6,300만 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밀키웨이인베스트먼츠(Milky Way Investments)가 주도하고 초과 청약된 1억8,8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E가 핵심으로, 신규 투자자로 베이조스 익스페디션스(Bezos Expeditions), 게이츠 프런티어(Gates Frontier), RA캐피털(RA Capital Management)이 합류했다. 기존 투자자인 GV(구글벤처스), 로라캐피털파트너스, GSK, 인버스, 아크벤처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도 지원을 이어갔다. 여기에 앞서 마무리한 7,500만 달러 규모 시리즈D를 더해 총 2억6,300만 달러가 됐고, 창업 이래 누적 조달액은 5억5,800만 달러에 이른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투자 조직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30년 묵은 이식 표준치료에 던지는 도전장

자금은 LIFE-001의 임상 개발에 집중 투입된다. 계획된 신장 이식 대상 임상 2상과 췌도세포(islet cell) 이식 대상 임상 1b상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형 조달로 라이프마인이 임상 2상 진입과 함께 2028년경 나스닥 상장까지 염두에 두고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릭 클라우스너 의장은 “LIFE-001은 진화생물학을 활용해 근본적으로 새로운 작용기전의 약을 찾아내는 라이프마인 접근법의 힘을 보여준다”며 “차별화된 신약을 새로운 세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의 첫 임상적 검증”이라고 말했다. 30여 년간 정체됐던 이식 면역억제 분야에서, 곰팡이에서 길어 올린 신약이 표준치료를 다시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Bezos and Gates Back ‘Fungi-Derived’ Drugmaker LifeMine in $263M Ra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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