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상 힉스필드, 4억 달러 투자유치…ARR 7억 달러 돌파


기업이 쓰는 영상·이미지는 이제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품질과 속도와 물량을 동시에 맞추는 게 문제다. 광고 하나에 촬영팀을 꾸리고 후반 작업을 돌리던 방식으로는 소셜미디어가 요구하는 분량을 감당할 수 없다. 이 병목을 파고든 회사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커졌다.

AI 영상 힉스필드, 4억 달러 투자유치…ARR 7억 달러 돌파

AI 영상·이미지 생성 플랫폼 힉스필드(Higgsfield)가 기업가치 54억 달러에 4억 달러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 1월 시리즈A 확장 당시 13억 달러였던 기업가치가 7개월 만에 네 배 이상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연간 매출 런레이트(ARR)는 2억 달러에서 7억 달러로 늘었다.

스냅에 회사를 판 창업자, 카자흐스탄 연구자

힉스필드는 2023년 설립됐다. 공동창업자 겸 CEO 알렉스 마슈라보프(Alex Mashrabov)는 컴퓨터 비전 기술 기업 AI팩토리(AI Factory)를 창업해 2019년 스냅(Snap)에 1억6,600만 달러에 매각한 인물이다. 스냅챗의 카메오와 얼굴 필터가 이 회사 기술이었고, 이후 그는 스냅에서 생성형 AI를 총괄하며 수억 명이 쓰는 AR 효과와 마이AI 챗봇을 만들었다. 공동창업자 겸 CTO 예르자트 둘라트(Yerzat Dulat)는 카자흐스탄 출신 AI 연구자로 깃허브에 다수의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공개해온 개발자다.

회사의 출발점은 ‘클릭투비디오(Click-to-Video)’였다. 다른 AI 영상 도구가 복잡한 프롬프트 작성을 요구하는 동안, 힉스필드는 큐레이션된 프리셋을 눌러 영화 같은 장면을 뽑아내는 쪽을 택했다. 지난해 9월 GFT벤처스 주도로 5천만 달러 시리즈A를 유치하며 카자흐스탄 최초의 유니콘이 됐고, 올해 1월 8천만 달러를 추가로 조달해 시리즈A 총액을 1억3천만 달러로 늘렸다. 이번 라운드까지 더하면 누적 조달액은 5억3천만 달러다.

42배를 만든 건 에이전트

이번 성장의 동력은 ‘슈퍼컴퓨터(Supercomputer)’다. 지난 5월 출시한 이 에이전트형 제품은 여러 장면으로 이뤄진 복잡한 영상 제작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출시 후 석 달 만에 에이전트 제품 사용자가 42배로 늘었고, 지금은 월 2천만 건 이상의 콘텐츠가 생성된다.

현재 238개 국가·지역에서 3천만 명 이상이 쓰고 있으며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포춘500 기업 가운데 390곳이 이 플랫폼으로 영상을 만든다. 고객군은 광고·마케팅,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방송, 패션, 리테일, 소비재, 기술, 금융, 제약에 걸쳐 있다.

마슈라보프 CEO는 “모든 비즈니스가 시각 콘텐츠를 필요로 하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품질과 속도와 규모로 만드는 일은 여전히 복잡하고 비싸다”며 “AI가 그 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다음 가치는 이 기술을 실제로 일하게 만드는 애플리케이션에서 나오고, 시각 미디어에서 그 전환을 이끄는 것이 힉스필드”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도 참여한 라운드

이번 라운드는 DST글로벌(DST Global)이 주도했다. 신규 투자자로 트라이브캐피털(Tribe Capital), 골드만삭스 얼터너티브의 그로스에쿼티, 스매시캐피털(Smash Capital), 피프스월(Fifth Wall), 밸러캐피털(Valor Capital), 인텔캐피털(Intel Capital), 리버티글로벌 테크벤처스(Liberty Global Tech Ventures), 미래에셋캐피탈, NTT도코모벤처스가 들어왔다. 기존 투자자인 액셀(Accel), 멘로벤처스(Menlo Ventures), AI캐피털파트너스, GFT벤처스, 카프라벤처스(Capra Ventures), BAM코너포인트, 브로드라이트캐피털도 참여했다.

투자자 구성이 눈에 띈다. 컴퓨팅·통신·유통·미디어·광고 업계의 전략적 투자자가 함께 들어왔는데, 이들이 이 플랫폼을 자기 사업의 인프라로 본다는 뜻이다. 슈퍼모델이자 임팩트 투자자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아르노(Natalia Vodianova Arnault)도 투자자 겸 자문으로 합류했다. 패션·뷰티·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25년 넘게 쌓은 경험을 보태게 된다.

DST글로벌 창업자 유리 밀너(Yuri Milner)는 “알렉스와 예르자트, 그리고 팀이 시각 창작을 위한 차세대 AI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월트디즈니 임원 출신으로 스매시캐피털을 공동창업한 케빈 메이어(Kevin Mayer)는 “미디어의 모든 기술 혁명은 새로운 창작 매체를 낳고 성장을 촉발한다”며 “힉스필드는 스토리텔러가 전통적 제작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금은 연구개발, 글로벌 인프라 확충, AI 인재 영입, 시장 진출 확대에 쓰인다.

무료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

회사는 창작자·학생·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며 두 가지를 함께 내놨다. 무료 교육 프로그램 ‘힉스필드 아카데미’는 상업용 수준의 AI 영상 제작을 가르치는데, 지금까지 40만 명 이상이 강의를 열람했고 6만7천 건의 수강이 완료됐다. 자사 대표 AI 영화인 ‘헬 그라인드’와 ‘더 컬리 힐 보이스’는 오픈소스로 공개해, 작업 파일 전체를 무료로 열어봤다.

오는 9월 시작하는 ‘힉스필드 포 굿’은 학교와 비영리단체가 시각 학습 자료를 만들고 여러 언어로 즉시 현지화하도록 돕는다. 25년간 190만 명의 학생을 만나온 비정부기구 YGA와 손잡고 학생 7만 명, 교육자 1만3천 명에게 도구를 제공한다. 둘라트 CTO는 중앙아시아 농촌 지역 8개 학교에서 STEM 프로그램을 직접 이끈다.

경쟁 구도: 매출로 앞질렀다

AI 영상 시장의 오랜 선두는 런웨이(Runway)다. 지난 2월 제너럴애틀랜틱(General Atlantic) 주도로 3억1,500만 달러 시리즈E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53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엔비디아·어도비·AMD·피델리티가 참여했다. 여기에도 미래에셋이 이름을 올렸다. 런웨이는 영상 생성을 넘어 ‘월드 모델’로 방향을 틀고 있고, 대부분의 주요 스튜디오가 이 도구를 쓴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구도가 뒤집혀 있다. 힉스필드는 시리즈B에서 런웨이의 시리즈E 기업가치를 넘어섰고(54억 대 53억 달러), ARR은 7억 달러로 런웨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2023년 창업한 회사가 2018년부터 쌓아온 회사를 매출에서 앞선 셈이다. 다만 두 회사가 겨냥하는 곳은 다르다. 런웨이가 할리우드와 스튜디오를 향한다면, 힉스필드 사용자의 상당수는 소셜미디어 마케터다. 시장 크기로 보면 후자가 더 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논리였고, 지금 숫자가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업용 아바타 영상에 특화한 신세시아(Synthesia)는 지난해 10월 2억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40억 달러에 이르렀고, 헤이젠(HeyGen)은 ARR 1억 달러를 넘겼다. 여기에 오픈AI의 소라, 구글의 비오, 중국 콰이쇼우의 클링 같은 빅테크·대형 모델이 같은 시장을 압박한다.

힉스필드의 대응은 정면 충돌을 피하는 쪽이다. 오픈AI나 구글과 모델 성능으로 겨루는 대신 이들의 모델을 자사 플랫폼에 통합하고, 기업용 보안·협업·대량 처리로 차별화한다. 모델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모델을 일하게 만드는 회사로 자리를 잡겠다는 것이다. 마슈라보프가 말한 “다음 가치는 애플리케이션에서 나온다”가 이 전략의 요약이다.

경쟁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영상·이미지·음성·음악까지: 생성AI 서비스 시장 지형도 2026을 참고하시길.

켄타우로스(Centaur)는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가 명명한 용어로, 연간 반복 매출(ARR)이 1억 달러를 넘어선 SaaS 기업을 지칭한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뜻하는 유니콘(Unicorn)이 투자 밸류에이션 기준이라면, 켄타우로스는 실제 매출 규모로 성장을 입증한 기업에 붙는 타이틀이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Higgsfield Raises $400M Series B at $5.4B — and Passes Runway on Re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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