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조직 표적 RNAi 문워크, 7천만 달러 투자유치


위고비·젭바운드 같은 GLP-1 계열 ‘인크레틴’ 약물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비만 치료제로 영역을 넓혔고, 지금은 심부전·만성콩팥병·지방간 등으로 적응증을 계속 확장하며 제약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그만큼 압도적인 약효를 내지만, 동시에 소화기 부작용과 근육량 손실, 투약 중단 시 요요라는 구조적 한계도 안고 있다(자세한 작동 원리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그런데 정작 그 인크레틴 시장의 최강자인 일라이릴리(Eli Lilly)가, GLP-1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이 한계를 보완할 다른 방식에도 베팅했다. 펩타이드가 아닌 저분자 경구약으로 이 한계를 넘겠다는 앰브로시아에 이어, 이번엔 RNA간섭(RNAi) 기술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이 대형 투자를 유치했다.

지방조직 표적 RNAi 문워크, 7천만 달러 투자유치

GLP-1은 어떻게 작동하고, 왜 한계가 있나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은 원래 식사 후 장에서 자연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혈당이 높을 때만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며, 뇌의 식욕 중추에 직접 작용해 식욕 자체를 억제한다 — 이 마지막 작용이 체중 감량 효과의 핵심이다. 다만 천연 GLP-1은 몸속에서 몇 분 만에 분해되기 때문에,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젭바운드(터제파타이드) 같은 치료제는 분해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꾼 ‘유사체’를 주 1회 주사로 투여해 이 효과를 지속시킨다.

문제는 이 약효가 위장관 작용과 식욕 억제 그 자체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위 배출이 느려지는 만큼 오심·구토 같은 소화기 부작용이 따르고, 식욕이 줄면서 근육량까지 함께 빠지며, 투약을 중단하면 억눌렸던 식욕이 돌아와 체중이 다시 늘어난다. 문워크를 비롯한 RNAi 진영은 이 인크레틴 경로 자체를 건드리지 않는다. 식욕을 억제하는 대신 지방조직 생물학에 직접 작용해 체중을 줄이는 방식이라, GLP-1의 수치를 그대로 뛰어넘기보다는 부작용 없이 근육량을 지키면서 몇 달에 한 번만 투여해도 되는 대안 — 또는 GLP-1과 함께 쓰는 병용 옵션 — 을 노린다.

RNA를 잘라 유전자를 잠재우는 기술, siRNA

문워크바이오사이언시스(Moonwalk Biosciences)는 지방조직(adipose tissue)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RNA간섭(RNAi)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테크 기업이다. 이 회사의 기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siRNA(small interfering RNA, 짧은간섭RNA)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 몸의 세포는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를 mRNA(전령RNA)로 옮겨 적은 뒤, 이 mRNA를 설계도 삼아 단백질을 만든다. 특정 질병이 특정 단백질이 과다하게 만들어지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작동해서 생긴다면, 그 단백질 자체를 표적으로 삼는 대신 ‘설계도’인 mRNA를 미리 없애버리면 문제의 단백질 생산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siRNA는 21~23개 염기 길이의 짧은 이중가닥 RNA 조각으로, 표적 mRNA와 정확히 들어맞는 서열을 갖도록 설계된다. 세포 안에 들어간 siRNA는 RISC(RNA유도침묵복합체)라는 단백질 복합체와 결합해 표적 mRNA를 찾아가 잘라버리고, 그 결과 해당 단백질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자연적인 유전자 침묵 현상을 ‘RNA 간섭(RNAi)’이라 부르며, siRNA 기반 치료제는 이미 파티시란(patisiran)·기보시란(givosiran)·인클리시란(inclisiran) 등 여러 약물이 희귀 유전질환·고지혈증 치료제로 승인받아 임상에서 쓰이고 있다.

다만 기존 siRNA 치료제 대부분은 간(肝)에만 전달되도록 설계돼, 그 밖의 조직을 표적으로 삼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문워크는 중국 바이오기업 쑤저우쓰란생명과학(Suzhou Siran Biotechnology)으로부터 독점 라이선스한 지방조직 표적 화학기술을 siRNA에 결합해, 다른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지방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치료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인간 유전체·후성유전체·다중오믹스 데이터를 결합한 자체 발굴 플랫폼으로 에너지 항상성·지방생성·지방분해·발열대사에 관여하는 새로운 표적을 찾아낸다.

CRISPR 대가와 전 일루미나 CTO가 함께 만든 회사

문워크는 2024년 1월 5700만 달러 규모 시드·시리즈A로 출범했다. 공동창업자 겸 CEO 알렉스 아라바니스(Alex Aravanis)는 유전체 분석기업 일루미나(Illumina)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고, 암 조기진단 스타트업 그레일(GRAIL)을 공동창업한 인물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 크리스퍼(CRISPR)의 개발자로 잘 알려진 펑 장(Feng Zhang) MIT 교수도 과학공동창업자로 참여했다. 출범 당시엔 후성유전체를 정밀하게 재프로그래밍하는 치료제 플랫폼을 내세웠는데, 이번 라운드에서는 그 발굴 역량을 지방조직 표적 siRNA 파이프라인으로 확장한 성과를 앞세웠다.

오버섭스크라이브드 시리즈B, 임상 개발 총괄도 영입

문워크는 알파웨이브글로벌(Alpha Wave Global)과 YK바이오벤처스(YK Bioventures)가 공동 주도한 시리즈B에서 7천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목표액을 초과 모집한 오버섭스크라이브드 라운드로, 일라이릴리와 가오롱벤처스(Gaorong Ventures)가 신규 투자자로, 기존 투자자인 ARCH벤처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코슬라벤처스(Khosla Ventures)·퓨처벤처스(Future Ventures)가 후속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번 자금은 선도 후보물질 ‘MW101’을 2027년 하반기 첫 인체 임상에 진입시키고, 조직 표적 siRNA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며, 자체 발굴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다. 회사는 또 스티븐 제드조스(Stephen Djedjos) 박사를 임상개발 수석부사장으로 새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제드조스 박사는 20년 이상의 임상·신약개발 경력을 갖췄으며, 최근까지 인크레틴 계열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카일레라 테라퓨틱스(Kailera Therapeutics)에서 임상개발 총괄을 지냈다. 그 전에는 미네랄리스 테라퓨틱스, 사나 바이오테크놀로지, 길리어드 사이언스, 암젠을 거쳤으며 암젠 재직 시절 콜레스테롤 치료제 레파타(Repatha)의 개발·승인에 기여했다.

문워크에 따르면 여러 전임상 시험에서 식욕을 억제하지 않고도 체중·지방량을 뚜렷이 줄이면서 근육량은 그대로 유지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비인간영장류 시험에서는 단 한 번 투여로 지방조직에 대한 표적 결합이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 분기 1회 또는 반기 1회 투여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아라바니스 CEO는 MW101이 “GLP-1만큼의 감량 수치를 반드시 뛰어넘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소화기 부작용 없이 근육량을 지키고 반기 1회 투여로도 의미 있는 감량 효과를 낸다면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나아가 GLP-1과 함께 쓰는 병용요법으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비인크레틴 진영의 경쟁 구도

지방조직 등 간 이외 조직을 표적하는 siRNA 개발사로는 세인진바이오(SanegeneBio)가 있다. 세인진바이오 역시 자체 지방조직 표적 siRNA 후보물질(SGB-7342)로 비만 적응증에 도전 중이며, 지난해 12월 1억1000만 달러 시리즈B를 유치했는데 이 라운드에도 일라이릴리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인크레틴 계열에서는 카일레라 테라퓨틱스가 출범 1년 만에 누적 10억 달러를 유치하며 몸집을 키웠고, 경구 투여 방식에서는 앰브로시아가 펩타이드의 한계를 넘어서는 저분자(small molecule) 기반 경구용 비만 치료제로 1억 달러를 유치한 바 있다. GLP-1을 밀어내려는 경쟁이라기보다, GLP-1의 부작용·투약 빈도 문제를 RNAi·경구 저분자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완하려는 시도들이 늘어나는 흐름에 가깝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