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이티브 CRM 라이트필드, 4700만달러 투자유치


한때 파워포인트를 대체하겠다며 2,000만 명 넘는 유저를 모았던 AI 프레젠테이션 스타트업이, 슬라이드 대신 세일즈포스(Salesforce)를 정조준한 CRM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AI 네이티브 CRM 라이트필드, 4700만달러 투자유치

라이트필드(Lightfield)는 “에이전트로 굴러가는 회사를 위한 CRM”을 표방하는 AI 네이티브 CRM 스타트업이다. 메타 출신 키스 페이리스(Keith Peiris)·헨리 리리아니(Henri Liriani)가 2020년 창업했으며, 원래는 AI 프레젠테이션 툴 ‘톰(Tome)’이었다. 톰은 그레이록(Greylock)에서 인큐베이팅돼 2,000만~2,500만 명의 유저를 모았고 2023년 8,100만 달러 규모 시리즈B를 유치하며 밸류 3억 달러를 인정받았지만, 2024년 인력을 70명에서 7명으로 줄이며 사업을 전면 재검토했다. 창업자들은 문제가 슬라이드가 아니라 영업 과정에 고객에 대한 기억이 전혀 남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판단했고, 1년간 스텔스로 처음부터 다시 만든 결과물이 라이트필드다.

라이트필드는 4,700만 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안드리센호로위츠(a16z)가 라운드를 주도했으며, 매버릭캐피털(Maverick Capital)·코튜(Coatue)·오데이셔스(Audacious)·알럼나이벤처스(Alumni Ventures)·그레이록·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가 참여했다. 코튜와 그레이록, 라이트스피드는 톰 시절부터 이어진 투자자다.

2025년 11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5,000개 이상 기업이 라이트필드에 가입했으며, 순매출유지율(NDR)은 400%에 달한다.

페이리스는 에이전트가 실패하는 이유는 모델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다루는 데이터가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이해에 필요한 구조가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라이트필드는 모든 고객 접점으로부터 비즈니스의 ‘세계모델(world model)’을 구축해, 모든 사람과 에이전트가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일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a16z의 조 슈미트 4세(Joe Schmidt IV) 파트너는 시스템 오브 레코드를 만드는 일은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한다며, 고객이 사업을 돌리는 데이터를 넘겨줄 만큼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팀이 1년도 안 돼 수천 개 기업으로부터 그 신뢰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세계모델’이란 무엇인가

라이트필드가 반복해서 쓰는 ‘비즈니스 세계모델’이라는 표현은, 쉽게 말하면 기존 CRM의 ‘표’를 ‘살아있는 관계망(그래프)’으로 바꾸는 것이다. 기존 CRM은 담당자가 통화나 미팅 뒤 기억을 더듬어 이름·거래단계·메모 칸을 손으로 채워 넣는 구조다. 담당자가 미처 적지 못한 내용은 그냥 사라지고, 에이전트는 이 빈칸투성이 표만 보고 판단해야 한다.

라이트필드는 반대로 이메일·캘린더·통화·슬랙·링크드인 등 모든 고객 접점을 자동으로 수집해, 사람과 회사와 대화를 서로 연결된 하나의 그래프로 엮는다. “이 사람이 어느 회사에서 일하고, 누구와 어떤 채널로 무슨 말을 주고받았으며, 그로 인해 거래가 어떻게 바뀌었는가”까지 시간 순으로 남기는 식이다. 사람이 직접 채워 넣은 표가 아니라 실제 벌어진 일을 그대로 기록한 관계망이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여기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추론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 위에서 에이전트는 표준 SDK로 동작하고 코드 샌드박스에서 분석을 실행하며, 평가(eval) 체계로 결과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또 API·MCP·CLI로 모든 레코드를 열어둬, 사람이 제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에이전트도 그대로 할 수 있게 만든다.

a16z의 알렉스 램펠(Alex Rampell) 제너럴 파트너는 모든 플랫폼 전환기마다 새로운 시스템 오브 레코드가 나왔다며, 세일즈포스가 클라우드 시대의 그것을 정의했다면 라이트필드는 에이전트 시대의 그것을 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전트로 일하는 기업들에게는 AI 기능을 얹은 CRM이 아니라 처음부터 에이전트가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쟁 구도: 레거시 CRM에 도전하는 AI 네이티브 진영

CRM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여전히 세일즈포스와 허브스팟(HubSpot)이며, 두 회사도 각각 에이전트포스(Agentforce)와 브리즈(Breeze)로 에이전트 기능을 얹는 중이다. 하지만 라이트필드가 정말 겨루는 상대는 처음부터 AI 네이티브로 설계된 신생 CRM·GTM 플랫폼들이다.

영국 런던의 애티오(Attio)는 GV(구글벤처스) 주도 5,200만 달러 시리즈B를 유치해 누적 조달액 1억1,600만 달러를 기록했고, 러브어블(Lovable)·그래놀라(Granola) 등 AI 기업을 포함해 5,000개 이상 기업이 쓰고 있으며 올해 ARR 4배 성장을 목표로 한다. 애티오가 자동 데이터 수집과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워크플로에 방점을 찍는다면, 라이트필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에이전트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세계모델’ 구축을 핵심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또 다른 축에는 CRM 자체보다 파이프라인 생성에 집중하는 AI 네이티브 GTM 스타트업들이 있다. 커서(Cursor)·퍼플렉시티(Perplexity) 등을 고객사로 둔 유니파이(Unify)는 배터리벤처스(Battery Ventures) 주도 4,000만 달러 시리즈B를 유치해 밸류 2억6,000만 달러를 인정받았으며, AI 에이전트로 잠재고객 발굴부터 개인화된 아웃바운드까지 자동화한다. 다만 유니파이는 영업 전 단계(파이프라인 생성)에, 라이트필드는 영업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록 시스템’ 자리에 초점을 맞춘다는 차이가 있다.

CRM이 SaaS 최후의 보루로 꼽혀온 것을 감안하면, 이 경쟁의 승자가 곧 에이전트 시대 영업 소프트웨어의 표준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AI-Native CRM Lightfield Raises $47M Series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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