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링 컴퍼니, 30억달러 투자유치…밸류 230억달러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지상 도로는 3차원이 돼야 한다”며 만든 터널링 스타트업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등에 업고 몸값을 4배 가까이 키웠다.

더 보링 컴퍼니, 30억달러 투자유치…밸류 230억달러

더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는 도심 정체를 지하 터널망으로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머스크가 설립한 터널 굴착·교통 인프라 스타트업이다. 회사가 만드는 ‘루프(Loop)’는 지하철처럼 매 역마다 서지 않고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직행하는 급행 지하 교통망으로, 도심 지상 면적의 20~30%(주차장까지 포함하면 최대 60%)를 차지하는 도로를 지하로 옮겨 지상을 보행자·녹지 공간으로 되돌리는 것을 지향한다. 회사는 이 개념을 도시 내부(루프)뿐 아니라 도시 간(하이퍼루프)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

더 보링 컴퍼니는 30억 달러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UAE 정부 및 계열 투자기관이 라운드를 주도했으며,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안드리센호로위츠(a16z)·테마섹(Temasek)·발러이퀴티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바이캐피털(Vy Capital)·휴먼캐피털(Human Capital)·샤말홀딩(Shamal Holding)·바론캐피털(Baron Capital) 등 기존·신규 투자자가 참여했다. 이번 라운드로 기업가치는 230억 달러로 평가됐다.

더 보링 컴퍼니의 밸류는 2019년 8억~9억 달러에서 2022년 4월 세쿼이아·바이캐피털 공동 주도 6억7,590만 달러 시리즈C 유치 당시 56억7,500만 달러로 뛰었고, 이번 라운드로 다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조달한 자금은 UAE 전역에 걸친 150km 이상의 터널 인프라 구축과 라스베이거스·내슈빌·두바이 등 진행 중인 루프 프로젝트 확장, 그리고 차세대 굴착기 ‘프루프록(Prufrock)’ 연구개발에 투입된다.

굴착기가 판을 바꿨다: 프루프록과 무인 시공

더 보링 컴퍼니의 최근 2년은 라스베이거스 단일 루프 운영사에서 다중 도시 터널링 기업으로의 전환기였다. 그 중심에는 신형 굴착기 프루프록이 있다. 기존에는 굴착기를 땅속에 넣고 빼려면 별도의 발진 구덩이와 크레인, 대규모 토목 작업이 필요했지만, 프루프록은 ‘몬스터(The Monster)’라는 전용 운반차량에서 바로 발진·회수가 가능해 이 과정을 통째로 없앴다.

2025년 5월에는 굴착과 동시에 터널 링(고리형 구조물)을 세우면서 터널 내부에 인력이 전혀 없는 ‘ZPIT(Zero-People-in-Tunnel)’ 연속 굴착 방식을 시연했다. 2026년 8월에는 링 시공까지 완전 자동화됐다 — 무게 약 1,700kg의 콘크리트 세그먼트 6개를 1분 이내에 밀리미터 단위 정밀도로 조립하고, 이 과정을 텍사스 소재 ‘글로벌 운영 관제센터(Global Operations Control Center)’에서 원격 모니터링한다. 같은 시기 나온 지원 장비로는 테슬라 모델3의 배터리·구동계를 활용한 전기 세그먼트 운반차 ‘라이너 트럭 3(Liner Truck 3)’, 시간당 최대 990톤의 토사를 처리해 주당 최대 4마일(약 6.4km) 굴진 속도를 뒷받침하는 연속 컨베이어 ‘버티컬 카세트 7(Vertical Cassette 7)’이 있다.

라스베이거스를 넘어: 내슈빌·두바이·텍사스

라스베이거스 루프는 여전히 회사의 운영 쇼케이스다. 웨스트게이트·앙코르·퐁텐블로·사하라 라스베이거스에 신규 역과 연결로가 문을 열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앙코르 리조트를 잇는 연결로는 12주 만에 완공됐고, 윈 골프장 인근에서 크레인 없이 ‘포포이즈(porpoise)’ 방식으로 굴착기를 회수하며 마무리됐다 — 지상 도로로 15분 걸리는 구간을 약 55초로 줄인 구간이다. 회사는 여객 차량에 사이버트럭을 투입하고 일부 구간에서 완전자율주행(FSD) 주행을 시연했으며, 해리 리드 국제공항까지 제한적 운행을 시작했다. 전용 공항 연결 터널(각 3.7km)은 이미 완공돼 곧 개통을 앞두고 있다. 2025년 7월에는 미국 교통보안청(TSA)으로부터 보안·비상대응·복원력 부문 ‘골드 스탠더드’ 인증을 받았다. 이후 클라크카운티는 19개 역을 추가 승인해 인가된 네트워크가 총 123개 역으로 늘었고, 누적 탑승객은 400만 명을 넘었다. 회사는 최근 통산 25번째(라스베이거스 기준 14번째) 터널 굴착에 착수했다.

네바다주 밖에서도 사업이 시작됐다. 2025년 7월 테네시주와 함께 발표한 ‘뮤직시티 루프(Music City Loop)’는 내슈빌 도심과 뮤직시티센터, 로어 브로드웨이를 내슈빌 국제공항과 잇는 민자 지하 교통망이다. 2026년 2월 25일 테네시주 교통국 허가를 받은 당일 굴착이 시작됐으며, 이는 회사 최초의 경암(hard rock) 프로젝트로 그립력 181톤·추진력 68톤급 프루프록 메인빔 굴착기가 투입됐다. 2026년 8월 기준 굴착기 2대가 동시 굴진 중이고 3호기는 텍사스 배스트롭에서 최종 조립 후 내슈빌로 이송될 예정이며, 공항·컨벤션센터 역 설치를 위한 표결 통과와 주거·상업용 역 계약도 체결됐다.

해외에서는 두바이 도로교통청(RTA)과 두바이 루프 파일럿 구간(터널 6.4km, 역 4개) 건설 계약을 체결했으며, 착공은 2026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파일럿 구간용 프리캐스트(사전제작 콘크리트) 생산은 이미 시작됐다. 한편 텍사스 기가팩토리 내부에는 산업용 터널 ‘사이버터널(Cybertunnel)’을 완공했다 — 생산라인에서 출고장까지 사이버트럭을 옮기는 데 걸리던 시간을 지상도로(SH-130) 경유 약 12분에서 지하 경유 1분 이내로 줄였다.

경쟁 구도: 여전히 독보적이지만, 도전자는 있다

미국 도심 터널 공사비는 통상 마일당 2억5,000만~10억 달러에 달한다. 더 보링 컴퍼니는 프루프록으로 마일당 800만~1,000만 달러 수준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전통 공법 대비 약 99% 저렴한 수준이다. 이 압도적인 가격 격차 덕에 회사는 미국 내 민간 급행 지하교통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헤렌크네히트(Herrenknecht) 같은 전통 굴착기 제조사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규모 공공 인프라 발주에 머물러 있어, 도심 여객 터널이라는 틈새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지는 않는다.

가장 근접한 도전자로 꼽히는 곳은 어스그리드(EarthGrid)다. 최대 섭씨 2만7,000도의 플라즈마 토치로 암반을 녹여 뚫는 ‘플라즈마 굴착 로봇’을 개발 중이며, 누적 3,000만 달러 이상을 시드 단계에서 조달했다. 다만 어스그리드는 여객 운송이 아니라 재생에너지·통신망·상수도 등 유틸리티 배관을 위한 인프라 터널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승객을 태우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더 보링 컴퍼니의 루프 사업과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 결국 더 보링 컴퍼니의 진짜 경쟁 상대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마일당 수억~수십억 달러를 쓰는 전통적인 지하철·경전철 공공 프로젝트 그 자체인 셈이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The Boring Company Raises $3B Series D at $23B Valuation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