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R&D AI 인프라 미쓰럴, 2,000만 달러 시리즈A 유치


지난해 AI 신약개발 분야에 투입된 벤처캐피털은 1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년보다 23%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이 돈이 지금 만들어내는 건 대부분 ‘가설’이다. AI가 하루 만에 새로운 단백질 서열이나 잠재적 치료 표적을 쏟아내지만, 그중 어떤 가설이 실제 다운스트림 실험과 환자에게서 통할지 걸러내는 능력은 따라가지 못한다. 업계 전반에서 “가설은 넘치는데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약 R&D AI 인프라 미쓰럴, 2,000만 달러 시리즈A 유치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미쓰럴(Mithrl)은 이 병목을 인프라의 문제로 규정한 스타트업이다. 회사는 스스로를 ‘사이언티픽 디시전 엔진(Scientific Decision Engine)’이라 부르는데, 이는 알파폴드(AlphaFold)나 ESM처럼 단백질 서열·구조를 예측하거나 새 분자를 생성하는 ‘생물학 파운데이션 모델’과는 층위가 다른 접근이다. 미쓰럴의 ‘생물학 세계모델(biomedical world model)’은 분자 자체가 아니라, 동료 검토를 거친 논문과 공개·파트너 데이터셋에 담긴 유전자·경로·질병 사이의 생물학적 관계와 근거를 축적한 지식 시스템이다.

회사는 이 세계모델 위에 모델 라우팅과 토큰 최적화, 컨텍스트 오케스트레이션을 담당하는 에이전트 하네스를 얹어 ‘미쓰럴-1(Mithrl-1)’이라는 이름으로 각 고객사의 자체 환경에 통째로 배포한다. 고객사는 이미 신뢰하는 프론티어 모델(구조 예측 모델 포함) 중에서 골라 쓸 수 있어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자사의 독점 데이터와 파이프라인을 얹어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운영한다.

이 조합은 이미 끝난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타깃을 추적할지 정하고 다음 실험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후보물질을 평가하고 임상 전환을 판단하는 단계까지, R&D 의사결정 전 구간에 관여한다. 다만 산출물은 언제나 ‘분자 설계도’가 아니라 근거와 신뢰도가 딸린 판단·설명이다 — 타깃에 실제로 결합할 새 분자나 항체 서열을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일은 하지 않는다. AI 에이전트는 검증된 생물학 지식 범위 안에서만 추론하도록 설계돼, 넓은 데이터 풀을 헤매며 답을 찾는 방식보다 훨씬 적은 연산으로 결과를 낸다. 최근 벤치마크에서는 같은 프론티어 모델을 그대로 쓰는 표준 워크플로 대비 토큰을 45% 덜 소모했다. 모든 결과물에는 어떤 자료를 근거로 어떻게 도출됐는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출처와 신뢰도 점수가 따라붙는다.

회사에 따르면 미쓰럴의 생물학 세계모델은 프론티어 모델 단독 대비 답변당 검증 근거를 16배 더 많이 제시하고, 전문가가 평가한 생물의학 벤치마크에서 과학적 정확도 0.96점을 받았다. 미쓰럴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의 점수(0.60점)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플랫폼이 만들어낸 발견은 지금까지 고객사 명의의 특허 출원 6건 이상으로 이어졌다.

상위 10대 제약사와 임상 단계 바이오텍, 유전체 플랫폼 파트너사 등이 이미 미쓰럴을 쓰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엘리퍼스바이오사이언시스(Elephas Biosciences)와 종양 실시간 기능 프로파일링에 AI 분석을 결합해 새로운 면역항암 반응 신호를 찾는 공동 연구도 발표했다.

미쓰럴은 비벡 아다시(Vivek Adarsh)와 샤라 발라크리시난(Shara Balakrishnan)이 2023년 공동창업했다. CEO를 맡은 아다시는 엔비디아에서 CUDA 컴파일러 개발에 참여하고 HP랩스에서 분산 시스템을 연구했던 컴퓨터과학자다. 조부가 신장질환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당시 그 병에는 FDA 승인 치료제가 없었던 개인적 경험이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미쓰럴의 목표는 “아이디어에서 임상시험계획서(IND) 신청까지 걸리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아다시는 “신약 후보가 실제 다운스트림 실험과 환자에게서 효과가 있을지를 가리는 것이 진짜 질문”이라며 “미쓰럴은 추측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연구와 고객사의 자체 근거를 놓고 그 회사의 최고 과학자들이 하는 방식 그대로 추론하며, 매번 그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회사는 2024년 11월 본파이어벤처스(Bonfire Ventures)가 주도한 400만 달러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미쓰럴은 오비어스벤처스(Obvious Ventures)가 주도하고 헤드라인(Headline), AGI하우스(AGI House)와 여러 제약업계 임원이 참여한 2,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A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금은 두 방향으로 쓰인다. 현재 30명 규모인 인력을 늘려 대형 조직 배포 수요에 대응하고, 면역질환·종양학·당뇨·대사질환·심혈관질환 등 고객사가 주로 다루는 치료 영역으로 플랫폼 적용 범위를 넓힌다. 회사는 다음 주부터 2세대 플랫폼 미쓰럴-1의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다.

오비어스벤처스의 로한 가네시(Rohan Ganesh) 파트너는 “AI 신약개발 스택은 앱 레이어에서 이미 포화 상태지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그 가운데 계층, 즉 각 제약사가 필요로 하는 고유 데이터와 세계모델, 커스텀 인프라에 있다”며 “모든 조직의 요구가 다르고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지점에서 미쓰럴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구도를 볼 때 먼저 구분해야 할 건, 자이라 테라퓨틱스나 아이소모픽 랩스처럼 타깃에 결합할 새 분자·항체 서열을 직접 설계하는 곳들과 미쓰럴은 애초에 다른 레이어에 있다는 점이다. 미쓰럴이 겨루는 상대는 오히려 제약사 내부 환경에 배포되는 ‘데이터·의사결정 인프라’를 표방하는 곳들이다.

아르곤 AI(Argon AI)는 생명과학 기업에 특화한 AI 워크스페이스로 550만 달러 시드를 유치했다. 상업·임상 조직에 흩어진 문서와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해 전략적 의사결정에 쓸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미쓰럴과 방향이 겹친다. 특정 질환을 정하지 않고 과학 연구 자체를 잘 수행하는 감각을 AI에 가르치겠다는 인히런트(Inherent)도 있다. 이 회사가 내놓은 27B 규모 AI 에이전트 ‘패러데이(Faraday)’는 논문 재현 능력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8과 오픈AI의 GPT-5.5를 앞섰다고 주장한다. 다만 미쓰럴처럼 동료 검토된 생물학 지식 기반과 특정 질환 영역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범용 과학 추론 능력 자체를 겨루는 쪽에 가깝다. 신약개발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 구도는 AI 바이오테크 지형도 2026을 참고하시길.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Mithrl Raises $20M to Scale Its Biopharma AI Infrastru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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