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와우파트너스입니다. 와우파트너스는 지난 2월에 립스(LIPS) 운영사에 선정되었습니다. 립스(LIPS)는 Lifestyle business Incubating Program for Strong Enterprise의 약자로, 로컬(Local) 및 라이프스타일(Lifestyle) 분야 창업자를 지원하는…
영상업계가 AI 도입에서 겪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구체적이다. 우선 영상업계 종사자들은 어떤 기술이 존재하고 그 기술로 자신의 문제 중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기술을 갖춘 기업이 영상업계에 뛰어들면, 이번엔 영상 콘텐츠 특유의 맥락, 즉 어떤 인물이 어떤 행사에 어떤 자격으로 등장했는지, 같은 장면이라도 시기와 용도에 따라 다르게 분류돼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결과물의 품질이 떨어진다. 여기에 오랫동안 아날로그 방식으로 자료를 관리해온 업계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이런 기술이 있는데 왜 안 쓰냐”고 물어도 “도입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원래 하던 대로 하는 게 익숙하다”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문제는 그 사이에도 콘텐츠는 계속 쌓인다는 점이다. 영화제 출품작, 방송 아카이브, 각종 행사 기록물은 매년 방대한 양으로 늘어나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 원하는 장면 하나를 다시 찾아내는 일은 여전히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수작업으로 남아 있다. 텍스트 검색은 LLM(거대언어모델)의 등장으로 이미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방대한 영상 아카이브 안에서 특정 장면을 자연어로 불러내는 일은 여전히 기술의 사각지대에 가깝다. 배우나 감독에게 갑작스러운 이슈가 생겨 관련 영상을 급히 찾아야 하는 순간처럼, 자료가 잘 분류돼 있느냐 아니냐가 실제 대응 속도를 가르는 경우도 있다.
에프팔육이(F862)는 바로 이 틈에서 사업을 다시 그렸다. 영화학을 전공하고 영화제 현장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최지원 대표가 2024년 창업한 에프팔육이는 작년 이맘때, 사장되는 단편영화 콘텐츠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서비스 ‘에이키노(AiKINO)’로 처음 소개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 생성형 AI 영상 기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면서 시장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들어찼다. 에프팔육이는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 대신 ‘이미 쌓여 있는 것을 어떻게 잘 불러낼 것인가’로 질문을 바꿨고, 그 답으로 콘텐츠 데이터 서비스 ‘콜투엠(Call2M)’을 내놓았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수십 년 치 기록물을 디지털화해 온 경험이 이 전환의 출발점이 됐다. 팔란티어가 기업이 스스로 도입하기 어려운 AI 기술을 직접 현장에 들어가 구현해주듯, 에프팔육이도 영상업계가 겪는 이 도입의 간극을 직접 메워주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에프팔육이는 경기콘텐츠진흥원, 판교경기문화창조허브가 운영하는 ‘판교허브 투자유치 밸류업 패키지’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트업이 자사의 서비스와 성장 가능성을 투자자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년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작년에는 에프팔육이가 가지고 있던 단편영화 스톡 콘텐츠에 AI 영상 생성 기술을 더해서 ‘에이키노’라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이미 쌓여 있는 좋은 영상들이 사장되는 게 아까워서, 이 콘텐츠를 활용해 AI로 새로운 영상을 만들 수 있게 해주자는 개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1년 사이 AI 영상 생성 기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실제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검증해봤는데, 이 속도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왕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라면, 오히려 잘 발전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에프팔육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결론을 내렸고, 그 답이 디지털 아카이빙이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기록물을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오고 있었는데, 이 작업에 에프팔육이가 가진 노하우와 AI 기술을 결합했을 때 훨씬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스톡 콘텐츠도 결국 데이터가 쌓여 있는 것이고, 아카이빙도 데이터가 쌓여 있는 것이니, 우리의 관심사는 결국 하나였습니다. 이미 쌓여 있는 데이터에 어떻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죠.
‘콜투엠’은 정확히 어떤 서비스인가요?
디지털 아카이빙이라고 하면 흔히 아날로그 필름을 디지털 파일로 바꾸는 작업만 떠올리시는데, 직접 해보면서 느낀 핵심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분류 체계를 잡는 일, 즉 어떤 정보를 어떤 기준으로 넣을 것인가를 설계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영상이든 이미지든 문서든, 그 안에 담긴 인물·장면·상황·맥락을 데이터로 구조화해두면 나중에 자연어로 검색해서 원하는 장면을 바로 불러낼 수 있습니다. 에프팔육이는 이 작업을 ‘태깅’이라고 부르는데, 서비스 이름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자연어로 쉽게 콘텐츠와 메타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로 ‘콜투엠(Call2M)’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있나요?
부산국제영화제의 수십 년 치 기록물을 아카이빙하면서 올해도 추가로 진행된 회차분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이 단순히 ‘기록을 잘 보관해뒀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로 올해 작업을 하면서 몇 번의 연락을 받았는데, 배우나 감독처럼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분들과 관련해 특수한 이슈가 생겼을 때 관련 자료를 빠르게 찾아 불러와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미리 아카이빙하고 태깅해둔 덕분에 그런 순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고, 처음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내부에서도 ‘이 작업이 실제로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까’라는 시선이 일부 있었지만, 실제 상황에서 필요한 자료를 빠르게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되면서 작업의 실질적인 효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아카이빙을 일회성 작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구축해야 할 필요성에도 힘이 실렸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기술만 가진 곳이었다면 그 안에 누가 등장하는지조차 알아보지 못했을 텐데, 에프팔육이는 영상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이런 태깅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영상업계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편입니다. 기술로 개선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은데도 “원래 하던 대로 하자”는 기조가 강하고, 새로운 걸 도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다 보니 영상산업에서 AI를 도입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정작 어떤 기술이 있고 그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기술 이해도는 높은 기업들이 영상산업에 직접 뛰어들어보면, 영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크고 작은 제약에 부딪히는 걸 많이 봤습니다.
에프팔육이는 그 중간에 있습니다. 영상에 대한 이해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모두 가지고 있다 보니, 기술이 필요한 영상업계 관계자분들도, 영상업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기술 기업분들도 에프팔육이를 찾아오십니다. 처음엔 “이런 것도 기술로 개선이 가능한가요?” 정도의 가벼운 문의로 시작해서, 에프팔육이가 방향을 잡아드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제 구축 계약과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컨설팅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수주로 연결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에프팔육이가 먼저 찾아 나서기보다 90% 이상 먼저 연락이 오는 상황입니다.
이런 위치를 두고 ‘한국의 영상업계 팔란티어’라는 말씀을 드리곤 하는데, 팔란티어가 기업이 스스로 도입하기 어려운 AI 기술을 직접 현장에 나가 구현해주는 것처럼, 에프팔육이도 영상업계가 AI를 도입하고 싶어도 막상 도입하면 실패하는 지점에 직접 들어가 컨설팅부터 구축까지 함께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주력하고 있는 디지털 아카이빙·태깅은 그 첫 번째 접점이자, 실제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영역입니다.
팀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크게 콘텐츠팀과 기술팀으로 나뉘어 있고, 지금은 소수 인력으로 최대한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영상산업에 대한 이해를 가진 인력과 기술을 다루는 인력이 함께 있어야, 어떤 기술을 어디에 써야 할 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 운영이 사업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작년에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이라는 영화제의 운영사로 선정됐습니다. 경기도 소재 11개 대학교와 4개 고등학교가 연합해 만든 영화제인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교들과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었고, 올해는 해외 학교들과도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영화제 운영 자체가 에프팔육이의 주력 매출 사업은 아닙니다. 오히려 영상산업에 계속 남아 있을 다음 세대 인재들과 일찍부터 관계를 만들고, 그들에게 우리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일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유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작년 초에 시드 투자를 받았고, 원래는 작년 하반기에 시드 브릿지와 팁스(TIPS)를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사업 방향에 여러 변화가 있으면서 투자 전략도 함께 수정하게 됐고, 지금은 2027년 2분기를 목표로 시리즈A, 약 3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자금 활용 계획은 향후 사업 방향 및 계획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공개적인 기사에서 다루기보다는 관심 있는 투자자분들께 별도로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작년 인터뷰에서 말씀드렸던 목표 금액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 그만큼 지난 1년 간 우리의 사업 방향과 실제 성과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투자유치와 별개로 최근에는 여러 기업들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사업 협력 제안도 계속 받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집중하고 있는 디지털 아카이빙·태깅 외에도, 영상 관련해 눈여겨보고 있는 영역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직은 공개하기 이른 단계라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투자자분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는 이 부분도 함께 설명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콘텐츠진흥원(판교허브)으로부터는 어떤 도움을 받고 있나요?
작년에도 경기콘텐츠진흥원과의 인연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 그때는 성격이 조금 다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올해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판교허브 투자유치 밸류업 패키지’에 처음 참여하게 됐는데, 그동안 대중을 대상으로 한 보도자료나 기사, 인터뷰는 많이 진행해왔지만 투자자분들을 직접 겨냥한 인터뷰는 처음이라 새로운 도움을 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또한 에프팔육이가 운영하고 있는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 역시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경기영화학교연합이 함께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이런 인연들이 쌓이면서 우리를 알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아왔고, 이번 밸류업 패키지 역시 투자자분들께 에프팔육이의 방향성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보신 투자자분들이라면 저마다의 강점을 가진 기업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아실 겁니다. 에프팔육이에게 지난 1년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상산업에 대한 이해와 기술에 대한 이해가 만나는 지점에서 에프팔육이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걸 확인했고, 그 답을 바탕으로 지금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앞으로도 이 지점에서 계속 증명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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