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은 뒤처져도 오피스가 있다…MS의 승부수는 ‘가두리’


회사에서 AI를 쓰는 방법은 이미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다. 문서 초안은 챗GPT나 코파일럿에게 부탁하고, 코드는 깃허브 코파일럿을 켜서 짜고, 회의 내용 정리는 또 다른 도구를 연다. 문제는 이 도구들이 서로 남남이라는 데 있다. 챗봇에게 물어본 답을 워드 문서로 옮기려면 복사·붙여넣기를 해야 하고, 어제 시킨 일을 오늘 또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고, 정작 반복되는 후속 업무는 결국 사람이 챙겨야 한다. “회사 업무에 AI를 붙인다”는 말은 쉬워 보이지만, 흩어진 도구들을 하나로 묶어 실제 업무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넣는 것 — 이게 지금 AI 업계가 아직 풀지 못한 진짜 숙제다.

AI 모델은 뒤처져도 오피스가 있다…MS의 승부수는 '가두리'

MS의 답: 앱을 하나로 합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숙제에 대한 답을 코파일럿 앱 재설계로 내놨다. 그동안 따로 놀던 대화형 챗봇, 위임형 작업 도구, 코딩 도구, 자동 후속조치 기능을 홈(Home)·코드(Code)·오토파일럿(Autopilot)이라는 하나의 앱 안에 몰아넣었다. 이제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문서를 앱 밖으로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편집할 수 있고(홈), 코딩을 모르는 직원도 “이런 대시보드를 만들어줘”라고 말만 하면 실제로 작동하는 도구가 만들어지며(코드), 이름·역할·목표만 정해주면 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팀즈·아웃룩을 오가며 후속 업무를 알아서 챙기는 에이전트(오토파일럿)까지 한 앱 안에 들어 있다.

과금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월 30달러 정액 구독과 달리, 코워크·코드·오토파일럿은 쓴 만큼 청구하는 사용량 기반 방식이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파일럿 총괄 제이컵 안드레우 부사장은 비용 효율보다 결과물 품질을 우선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전트를 회사 안으로 실제로 들여오는 일이 그동안 거의 불가능했다며, 이번에 코딩 기능까지 얹은 건 사실상 “따라잡기”에 가깝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른 회사가 똑같은 기능을 내놔도 마이크로소프트만큼 파급력이 크지 않은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회사 컴퓨터마다 깔려 있는 오피스를 쥐고 있어서다. 전 세계 상용 오피스365 좌석은 4억5000만 개가 넘는다. 새 앱을 깔라고 설득할 필요 없이, 이미 열어놓은 워드·아웃룩·팀즈 안에서 그냥 쓰게 하면 된다. 그런데 정작 유료 AI 기능(코파일럿)을 쓰는 좌석은 이 중 7%가 채 안 된다. 이 격차를 메우는 게 이번 개편의 진짜 동기다.

정작 홈 탭에는 MS 자체 모델이 없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있다. 새 코드 탭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AI 모델을 직접 골라 쓸 수 있는데, 정작 가장 많이 쓰는 홈 탭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자체 모델이 아예 없다. 문서를 써달라고 시키면 그 밑에서 실제로 일하는 건 오픈AI의 GPT나 앤트로픽의 클로드다. 자체 AI 모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회사치고는 의아한 대목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느 모델이 제일 똑똑한가”라는 싸움에서는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안다. CNBC는 이번 개편을 “엔터프라이즈 채택 흐름에서 최근 앤트로픽에 밀려온 마이크로소프트의 반격”으로 짚었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가 확실히 쥐고 있는 건 유통이다 — 직원들이 이미 매일 열어보는 워드·엑셀·아웃룩·팀즈라는 자리다. 어느 회사 모델이 이기든 상관없이 그 모델을 자기 앱 안으로 데려와 쓰게만 하면, 사용자는 굳이 다른 앱으로 옮겨갈 이유가 없어진다. 모델은 남의 것을 빌려 쓰더라도 이용자는 자기 플랫폼 안에 붙잡아두는 전략인 셈이다.

이 전략은 이미 실무에 들어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처 에이전트는 올해 초부터 오픈AI GPT가 초안을 쓰면 앤트로픽 클로드가 사실관계와 인용을 검토하는 이중 모델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인·리서치 담당 부사장 스티브 거스타브슨은 “머리 두 개가 하나보다 낫다”며, 만들기와 검증하기는 서로 다른 인지 작업이라 한 모델이 둘 다 하면 같은 사각지대를 두 번 반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티아 나델라 CEO도 프런티어 프로그램이 특정 모델 하나가 아니라 “프런티어 생태계”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떤 모델이 이기든 자기 생태계 안으로 흡수하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같은 숙제, 세 회사의 다른 답

흩어진 AI 도구를 업무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묶어 넣는 이 숙제를 나머지 세 회사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다.

구글에는 오피스에 해당하는 워크스페이스(지메일·문서·시트)가 있지만, 오피스만큼 회사 표준으로 굳어져 있진 않다. 그래서 구글의 승부수는 회사가 이미 쓰고 있는 여러 시스템(세일즈포스·서비스나우·박스·워크데이)에 에이전트를 직접 꽂아 넣는 쪽이다. 올해 4월 버텍스AI·에이전트스페이스·제미나이 코드어시스트를 하나로 합쳐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로 재편했고, 모델 장터에는 자사 제미나이는 물론 경쟁사인 앤트로픽 클로드까지 200개 넘는 모델을 올려놨다. 오피스 안에서 다 해결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회사가 이미 쓰는 여러 시스템을 클라우드 차원에서 엮어주는 접근이다.

오픈AI에는 애초에 회사마다 깔려 있는 생산성 도구가 없다. 그래서 남의 오피스 속으로 파고드는 대신, 에이전트를 아예 사람 직원처럼 채용해 회사 시스템 접근권을 주는 쪽을 택했다. 올해 2월 내놓은 프런티어(Frontier)는 회사 데이터와 업무 맥락을 통째로 이해한 에이전트를 포천 500대 기업에 붙여주는 플랫폼이다. 다만 아직 소수 대기업 고객에게만 열려 있어, 이미 4억5000만 좌석에 깔려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앤트로픽은 아예 다른 문제를 풀기로 했다. 코파일럿이나 제미나이처럼 회사가 통째로 갈아탈 완성형 앱을 내놓는 대신, 슬랙·노션·피그마 같은 도구에 클로드가 별도 인증 절차 없이 바로 연결되게 하는 개방형 규격(MCP)을 표준으로 밀었다. 이 규격은 이제 구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의 관리형 서버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이전트 관리 체계에도 그대로 쓰인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안에서 결과물을 검증하는 것도 클로드다. 최종 화면을 누가 차지하든, 그 뒤에서 실제로 일하는 건 이미 앤트로픽인 셈이다.

그래도 남는 숙제

이번 개편이 곧바로 채택률을 뒤집는다는 보장은 없다. 4억5000만 좌석 중 7% 미만이라는 숫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년간 코파일럿을 여러 차례 손봐도 크게 움직이지 않았던 지표다. 홈 탭이 여전히 오픈AI·앤트로픽 모델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유통은 쥐고 있어도 지능 자체를 자기 것으로 대체하지는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이전트가 팀즈·아웃룩을 오가며 사람 대신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면 권한·감사·오작동 책임 같은 문제도 함께 커진다 — 마이크로소프트가 별도로 ‘에이전트 365’ 보안 체계를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발표가 보여주는 건, 회사 업무에 AI를 들여오는 싸움의 기준이 “어느 모델이 제일 똑똑한가”에서 “누가 이미 업무 흐름 안에 들어와 있고, 그 위에서 여러 모델을 자연스럽게 섞어 쓰게 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피스라는 자리를 쥔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인프라를 쥔 구글, 에이전트를 정직원처럼 관리하겠다는 오픈AI, 그리고 그 밑을 흐르는 연결 규격을 쥔 앤트로픽 — 넷 다 같은 문제를 각자 다른 층에서 풀고 있다.

주요 AI 기업들의 투자 관계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Microsoft Is Behind on AI Models. Its Answer Is to Own the Office Inst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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