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없는 노동자를 위한 HR 앱, 휴맨드 6,600만 달러 투자유치


전 세계 노동력의 80%는 책상 앞에 앉아 일하지 않는다. 공장 현장, 물류 창고, 병원, 건설 현장, 식당 주방 — 이른바 ‘데스크리스(deskless)’ 노동자들이다. 수십 년간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이들을 외면해왔다. 워크데이(Workday), SAP 석세스팩터(SuccessFactors) 같은 HR 솔루션은 사무실 PC 앞의 직원을 기준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 27억 명에 달하는 비사무직 근로자들은 오늘도 종이 서류, 구두 지시, 메신저 단체방에 의존하며 디지털 전환의 혜택 밖에 머물러 있다.

Humand funding - 와우테일

아르헨티나 스타트업 휴맨드(Humand)는 바로 이 공백을 파고든다. 비사무직 근로자를 위한 AI 기반 HR 운영 플랫폼을 개발하는 휴맨드는 23일 6,6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창업 5년 만에 51개국 1,500개 이상 기업, 16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성과가 이번 투자로 이어졌다.

휴맨드의 플랫폼은 스마트폰 하나로 회사 전 직원을 연결하는 모바일 앱이다. 내부 소셜 네트워크, 채팅, AI 챗봇, 교육·온보딩, 전자서명, 설문, 복리후생, 근태 관리까지 HR 업무 전반을 단일 앱으로 처리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AI를 플랫폼 전반에 깊숙이 내장했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복잡한 메뉴를 뒤질 필요 없이 자연어로 바로 질문하거나 요청을 넣을 수 있고, AI 에이전트가 반복 업무를 처리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회사가 내세우는 목표는 “모든 직원의 손바닥 위에 AI를 올려놓는 것”이다. 지멘스(Siemens), 홈디포(The Home Depot), 필립스(Philips), 미니소(MINISO), 도미노피자(Domino’s), 피렐리(Pirelli)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이미 고객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0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회사를 세운 공동 창업자는 니콜라스 베네손(Nicolas Benenzon) CEO와 헤로니모 마스페로(Geronimo Maspero) CTO다. 두 사람은 수억 명의 현장 근로자들이 기업 소프트웨어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는 현실을 직접 목격하고, 이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창업 직후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에 선정되며 실리콘밸리의 인정을 받았고, 이후 라틴아메리카를 넘어 아시아, 유럽, 북미로 빠르게 영역을 넓혀왔다.

베네손 CEO는 이번 투자 유치와 관련해 “목표는 단순하다. 데스크리스 근로자를 둔 기업의 기본 운영 체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노동력의 대부분이 수십 년간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소외돼 왔다. 우리는 그들에게도 사무직 직원과 같은 디지털 접근성과 목소리를 주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이번 시리즈A는 굿워터 캐피탈(Goodwater Capital)과 카섹 벤처스(Kaszek Ventures)가 공동으로 주도했다. 굿워터 캐피탈의 에릭 킴 창업자 겸 대표는 “약 30억 명의 데스크리스 근로자들이 사무직 중심 소프트웨어에서 방치돼 왔는데, 휴맨드는 소셜 네트워크에 버금가는 참여율을 끌어내는 모바일 퍼스트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이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Y컴비네이터, 뉴토피아(Newtopia),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 창업자 마르코스 갈페린(Marcos Galperin), 드롭박스(Dropbox) 공동 창업자 아라쉬 페르도시(Arash Ferdowsi), 버셀(Vercel) 창업자 기예르모 라우흐(Guillermo Rauch), 웹플로우(Webflow) 창업자 블라드 막달린(Vlad Magdalin), 리프트(Lyft) 창업자 라자트 수리(Rajat Suri) 등 실리콘밸리와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창업자들도 투자에 이름을 올렸다.

데스크리스 HR 플랫폼 시장에는 이미 여러 강자가 포진해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커넥팀(Connecteam)은 2022년 시리즈C로 1억 2,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8억 달러 이상을 인정받았다. 스위스 스타트업 비키퍼(Beekeeper)는 누적 1억 4,600만 달러를 조달한 끝에 2025년 7월 룸앱스(LumApps)에 인수됐다. 줌(Zoom)이 품에 안은 워크비보(Workvivo)는 메타 워크플레이스 서비스 종료 이후 대안 플랫폼으로 빠르게 부상 중이다. 휴맨드는 이들과 달리 AI 에이전트를 핵심에 놓고 HR·커뮤니케이션·업무 자동화를 하나의 앱에 완전 통합한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미국 시장 공략 가속화, 제품 기능 고도화, 팀 확충에 집중 투입될 계획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출발해 5년 만에 51개국 시장을 개척한 휴맨드가 이번 투자를 발판 삼아 글로벌 HR 시장의 주류로 올라설 수 있을지 눈길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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