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맞춤형 스위치 넥스트홉 AI, 42억 달러 가치에 5억 달러 투자유치


AI 데이터센터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그 안을 연결하는 네트워킹 인프라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 어마어마한 수의 GPU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팅 시스템처럼 묶어 동시에 돌리려면, 이들 사이에 데이터를 쉼 없이 주고받는 스위치와 네트워크 장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기존 장비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네트워크 하드웨어를 설계하거나, 자신들의 요구에 딱 맞는 맞춤형 장비를 만들어줄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nexthop ai logo - 와우테일

바로 이 틈새를 파고든 기업이 넥스트홉 AI(Nexthop AI)다. 넥스트홉 AI는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 주도로 5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투자자 수요가 목표를 초과한 이른바 ‘초과청약’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번 투자로 기업가치는 42억 달러로 뛰어올랐다.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a16z)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고, 알티미터(Altimeter)와 기존 투자자들도 함께했다.

지난해 3월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주도의 시리즈A에서 1억 1천만 달러를 유치하며 스텔스 모드를 끝낸 지 약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웨스트브릿지 캐피탈(WestBridge Capital), 배터리 벤처스(Battery Ventures) 등이 초기 라운드에 참여한 바 있다.

넥스트홉 AI의 창업자 겸 CEO 안슐 사다나(Anshul Sadana)는 네트워킹 업계에서 2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아리스타 네트웍스(Arista Networks)에 2007년 합류해 17년간 근무했으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면서 회사를 IPO로 이끌고 시가총액 1000억 달러의 네트워킹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 이전에는 시스코(Cisco)에서 8년간 엔지니어링 리더로 일하며 Catalyst 스위치 제품 라인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100명에 가까운 넥스트홉 AI 팀 역시 구글, 아마존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와 주요 네트워킹 기업 출신의 베테랑들로 구성됐다.

사다나가 회사를 창업한 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AI 워크로드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 네트워크 장비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데이터센터가 진화하고 있었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자신들만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원했지만 기존 네트워킹 업체들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AI 클러스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AI 서비스가 올바른 비용 구조에서 작동하기 어렵다”며, 이 인프라 계층을 최적화하는 것이 넥스트홉 AI의 핵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넥스트홉 AI의 사업 모델은 JDM(Joint Development Manufacturing, 공동개발 제조)이다. 고객인 하이퍼스케일러 또는 네오클라우드와 엔지니어링 팀 수준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맞춤형 네트워킹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다. 제공 범위는 브로드컴(Broadcom)의 최신 머천트 실리콘 칩을 탑재한 커스텀 스위치 하드웨어부터, SONiC·FBOSS 같은 오픈소스 네트워크 운영 체제 기반의 소프트웨어 스택, 사전 검증된 광학 및 전기 케이블 솔루션까지 아우른다. 이번 투자 발표와 함께 스케일아웃, 스케일어크로스, 프런트엔드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신제품 라인업도 공개했다. 사다나는 성능, 전력 효율, 배포 속도 세 가지 지표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밝혔다.

라이트스피드의 구루 차할(Guru Chahal) 파트너는 “AI의 급성장이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아키텍처의 근본적인 재편을 강제하고 있으며, 이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법한 거대한 인프라 시장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2031년까지 100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a16z의 라구 라가람(Raghu Raghuram) 제너럴 파트너도 “AI 클러스터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고, 이제 네트워킹은 전체 시스템 성능의 핵심이 됐다”며 “안슐과 팀이 A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 과제 중 하나를 다루고 있다”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이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리서치 기관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의 딜런 패텔(Dylan Patel) 창업자는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이 전면 재설계되고 있으며, 2031년까지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스케일어크로스 네트워킹으로의 전환은 차세대 대규모 AI 클러스터를 가능하게 하고 총소유비용(TCO)을 낮추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I 네트워킹 시장의 두 전선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두 가지 연결 방식을 구분해야 한다. ‘스케일업(Scale-Up)’은 하나의 랙 안에 빼곡히 들어찬 수십 개의 GPU를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초저지연과 극도로 높은 대역폭이 필요하고, 엔비디아가 NVSwitch/NVLink로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스케일아웃(Scale-Out)’은 이렇게 구성된 랙들을 서로 연결해 수백~수천 개의 랙이 하나의 거대한 AI 클러스터를 이루게 만드는 것이다. 이더넷 스위치가 핵심 장비이고, 넥스트홉 AI의 주전장이 바로 여기다.

스케일아웃 시장에서 넥스트홉 AI가 맞닥뜨리는 직접 경쟁자는 세 곳이다. 아리스타 네트웍스(Arista Networks)는 총 이더넷 데이터센터 스위치 시장 1위를 유지하며 800G 기반 고속 스위치 플랫폼으로 AI 인프라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2025년 AI 네트워킹에서만 15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고 2026년에는 1.6T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시스코(Cisco)는 자체 설계 칩 실리콘 원(Silicon One)을 앞세워 2026 회계연도 AI 인프라 매출 목표를 30억 달러로 상향했다. 엔비디아(NVIDIA)는 스케일아웃 영역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스펙트럼-X(Spectrum-X) 이더넷 스위치와 블루필드(BlueField) DPU를 결합해 2025년 2분기 이더넷 스위치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며 시장을 흔들었다. 메타와 오라클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한 엔비디아는 GPU와 네트워킹을 묶어 수직통합으로 파는 전략을 구사한다.

넥스트홉 AI의 차별점은 이 세 경쟁자 모두가 표준화된 카탈로그 제품을 판다는 사실에서 온다. 넥스트홉은 고객 엔지니어링팀과 공동개발(JDM)하는 방식으로 훨씬 깊은 수준의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한다. 독점 기술에 묶이는 것을 경계하는 하이퍼스케일러 입장에서는, GPU 벤더와 무관하게 개방형 표준(SONiC, FBOSS) 기반으로 자신들 요구에 맞춤 설계된 스위치를 원하는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

인접 레이어에서는 서로 다른 문제를 푸는 기업들이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업스케일 AI(Upscale AI)는 스케일아웃이 아닌 스케일업 영역에서 엔비디아 NVSwitch를 대체할 자체 ASIC 칩을 개발하며 2억 달러 시리즈A를 유치했다. 넥스트홉 AI와 직접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같은 데이터센터 안의 다른 레이어를 담당하는 보완적 관계에 가깝다. 에이어 랩스(Ayar Labs)는 스위치 칩 패키지 안에 광학 소자를 직접 통합하는 코패키지드 옵틱스(CPO) 기술로 5억 달러를 유치했다. 스위치를 만드는 넥스트홉 AI와 경쟁하기보다는, 넥스트홉의 차세대 스위치 제품에 CPO 기술이 탑재될 수 있는 공급망 파트너 성격이 강하다.

델오로 그룹(Dell’Oro Group)은 2026년 SONiC 기반 개방형 표준 스위치 채택이 가속화되고 공급 다변화를 원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신규 벤더에게 문을 열면서 새로운 진입자들의 기회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단일 벤더가 AI 인프라의 폭발적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넥스트홉 AI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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