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자에게 말을 걸다


[편집자주] 와우테일은 지난 2022년부터 220팀이 넘는 ‘와우투게더’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최근에 진행했던 20팀의 딥테크 팀의 인터뷰를 모아 ‘2026년에 주목할 한국 딥테크 스타트업 20’을 발간했다. 본 글은 책의 발간사인데, 스타트업의 홍보 대상을 투자자로 설정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와우테일은 여전히 딥테크 스타트업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인터뷰 문의

스타트업에게 고객은 누구일까? 당연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 특히 딥테크 스타트업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고객이 있다. 바로 투자자다.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초기 단계에서는 자체 매출보다 창업지원기관의 지원금과 투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창업팀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뿐 아니라 개발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자 역시 중요한 또 다른 고객인 셈이다. 투자자에게 기술의 가치와 시장 가능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와우파트너스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미디어 와우테일은 2022년 3월부터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을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인터뷰 프로젝트 ‘와우투게더’를 진행해왔다. 2025년 12월 말 기준, 220개가 넘는 기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인터뷰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점차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와 연결된 창업팀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스타트업은 안정적인 개발과 연구를 이어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딥테크 스타트업의 고민은 명확하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기술의 가치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AI,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 분야일수록 이 간극은 더 크다. 데모데이에서의 짧은 발표만으로는 복잡한 기술과 시장 가능성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창업자가 투자자의 궁금증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20분 남짓한 데모데이 발표만으로 진정한 기술력과 시장 잠재력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와우투게더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창업자가 투자자의 궁금증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가정 하에,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에게 명확히 전달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20분 이상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가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기술의 핵심은 무엇인지, 어떤 시장을 공략하는지,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왜 지금이 투자 적기인지를 명확히 전달하고자 했다.

인터뷰 전에는 질문지 답변을 검토하고, 서비스를 투자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멘토링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영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인터뷰 이후에는 와우테일이 매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데모데이의 짧은 발표만으로 관심 창업팀을 찾기는 어려운데, 충분한 시간을 들여 투자자가 궁금해하는 지점을 제대로 설명 듣고 미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3개월 이내에 참여 기업의 30% 이상이 후속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투자자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경기콘텐츠진흥원의 ‘판교경기문화창조허브’ 사업을 통해 AI 콘텐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이 전략을 적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약 4개월 동안 30팀의 영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꾸준히 기사를 발행한 결과, 참여팀들이 약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투자자 타깃 홍보 전략의 유효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투자는 최소 3~4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와 연결된 창업팀의 투자 소식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뷰에 참여한 창업팀의 정성적인 평가는 더욱 고무적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에게 서비스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투자자 노출과 미팅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최종적으로 투자로 이어지지 못할 수도 있지만, 투자자와의 연결고리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 분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딥테크 스타트업에게야말로 이 전략이 더욱 절실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바이오나 소재·부품·장비처럼 기술 이해가 어려운 분야에서 특히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휩쓴 AI 기술이 콘텐츠에도 적용되면서,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해 투자자가 궁금해하는 지점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했는데, 사실 딥테크 분야도 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로 어떤 시장을 공략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를 투자자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2026년, 한국의 딥테크 스타트업을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거세고, 국내외에서 한국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한국을 AI 3대 강국, K-바이오 5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상황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창업지원 사업과 연구개발 사업이 예고되어 있고, 모태펀드 출자금이 늘어나며 펀드 결성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재집권 이후 한국의 제조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그 기초가 되는 첨단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호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딥테크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은 뛰어나지만 투자자와의 연결고리가 부족하고, 자신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수많은 스타트업 중에서 진정한 잠재력을 가진 팀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창업팀은 지원금과 투자자가 필요하고, 투자자는 투자할 만한 창업팀이 필요하다. 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시도다. 와우테일이 그동안 진행한 220여 개의 인터뷰 중에서 2026년에 주목해야 할 딥테크 스타트업 20개를 엄선했다. AI, 바이오헬스, 소재·부품·장비,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들이다. 각 기업의 핵심 기술과 시장 전략, 그리고 투자 가치를 투자자의 시선으로 정리했다. 단순히 기술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왜 이 기업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어떤 시장 기회를 포착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담고자 했다.

이 책을 통해 투자자들은 한국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투자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선배 기업들이 어떻게 기술을 사업화하고 투자자를 설득했는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딥테크 분야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뛰어난 기술과 명확한 시장 전략, 그리고 적절한 시기의 투자가 만나야 가능하다. 투자자에게 노출된다고 해서 사업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제품시장적합성을 찾아가는 창업팀이 투자자와 연결되어 안정적인 개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고객 확보 가능성은 분명 높아질 것이다. 투자를 받은 창업팀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 성공 가능성은 분명 더 커진다.

이 책이 딥테크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가교가 되기를, 그리하여 한국 딥테크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지원한 창업팀의 성과가 늘어날수록, 그 성과는 곧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의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알라딘 딥테크 스타트업 20 - 와우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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