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구글·브로드컴과 3.5기가와트 TPU 계약…연매출 환산치 300억 달러 돌파


AI 기업의 컴퓨팅 자원 확보 경쟁이 기가와트 단위 인프라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anthropic logo - 와우테일

앤트로픽(Anthropic)이 구글(Google), 브로드컴(Broadcom)과 차세대 TPU 기반의 수 기가와트 규모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급이 시작될 예정이며, 앤트로픽이 지금까지 맺은 컴퓨팅 계약 중 최대 규모다. 같은 날 앤트로픽은 연간 매출 환산치(ARR)가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2025년 말 약 90억 달러 수준에서 불과 수개월 만에 세 배 이상 뛴 것이다.

브로드컴이 연결하는 구글 TPU

이번 계약은 구글-앤트로픽-브로드컴 3사의 협력 구조다. 브로드컴은 구글의 텐서 처리 장치(TPU) 설계와 제조를 지원하는 핵심 파트너로, 이번 계약에서 앤트로픽에 구글 TPU 기반의 컴퓨팅 용량을 공급하는 중간 역할을 맡는다. 약 3.5기가와트 규모의 차세대 구글 TPU 용량을 2027년부터 브로드컴을 통해 앤트로픽에 공급하는 구조다.

이미 진행 중인 협력도 있다. 앤트로픽과 구글 클라우드는 2025년 10월 수백억 달러 규모의 TPU 확장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브로드컴 CEO 호크 탄(Hock Tan)은 3월 실적 발표에서 2026년 앤트로픽에 1기가와트 규모의 컴퓨팅 용량을 공급 중이며 “2026년 출발이 매우 좋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기존 공급분과 별개로, 2027년 이후를 위한 추가 확보다.

앤트로픽과 브로드컴의 인연은 20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로드컴이 2025년 9월 실적 발표에서 한 ‘미확인 고객’이 100억 달러 규모의 맞춤형 TPU 랙 주문을 넣었다고 처음 공개했고, 그해 12월 해당 고객이 앤트로픽임을 확인하며 추가 110억 달러 주문이 뒤따랐다고 밝혔다. 이번 4월 발표는 이 파트너십의 세 번째 막인 셈이다.

브로드컴 주가는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약 3.6% 올랐다. 미즈호(Mizuho) 애널리스트들은 브로드컴의 앤트로픽 관련 AI 매출이 2026년 210억 달러, 2027년 4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브로드컴-구글 간에도 별도의 장기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구글과 브로드컴은 2031년까지의 장기 공급 보장 계약을 맺었다.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의 경쟁사 오픈AI와도 커스텀 AI 칩 공동개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어서, 미국 최대 프론티어 AI 개발사 두 곳의 핵심 칩 공급 파트너로 자리 잡게 됐다.

멀티 클라우드, 멀티 칩 전략

이번 계약은 앤트로픽의 ‘멀티 하드웨어’ 전략을 강화한다. 앤트로픽은 AWS 트레이니엄(Trainium), 구글 TPU, 엔비디아 GPU 등 다양한 AI 하드웨어에서 클로드를 학습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칩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마존은 앤트로픽의 1차 클라우드·학습 파트너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양사는 프로젝트 레이니어(Project Rainier)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클로드는 현재 AWS 베드록(Bedrock), 구글 클라우드 버텍스 AI(Vertex AI),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파운드리(Azure Foundry)까지 3대 클라우드 플랫폼 모두에서 이용 가능한 유일한 프론티어 AI 모델이다.

공급 위치 역시 전략적으로 설정됐다. 이번 증설 컴퓨팅 인프라의 대부분은 미국 내에 구축되며, 이는 앤트로픽이 2025년 11월 미국 AI 인프라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약속의 연장선이다.

앤트로픽 CFO 크리슈나 라오(Krishna Rao)는 “구글·브로드컴과의 파트너십은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확장하는 우리의 접근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전례 없는 성장 속도에 맞추기 위한 지금까지 가장 큰 컴퓨팅 약정”이라고 말했다.

연간 매출 환산치 300억 달러, 두 달 만에 고객 2배

인프라 확장의 배경에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있다. 앤트로픽의 연간 매출 환산치(ARR)는 현재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5년 말 약 90억 달러에서 크게 도약한 수치다.

앤트로픽의 ARR은 창업 후 3년 연속으로 연간 10배 이상 성장했다. AI 코딩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Claude Code)의 연간 매출 환산치는 25억 달러를 넘어 연초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뛰었고, 주간 활성 사용자 수도 같은 기간 두 배로 늘었다.

고객 기반 성장세도 가파르다.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기업 고객 수는 2월 시리즈G 발표 당시 500곳이었으나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000곳을 돌파해 두 배로 늘었다.

앤트로픽은 2026년 2월 GIC와 코투(Coatue) 주도로 30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G를 마감했다. 이번 라운드로 기업가치는 3800억 달러로 평가받았으며, 직전 시리즈F 평가액 1830억 달러에서 두 배 이상 뛰었다. D.E. 쇼 벤처스(D.E. Shaw Ventures), 드래고니어(Dragoneer),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ICONIQ, MGX가 공동 주도했다.

펜타곤 갈등과 법원 판결

사업이 급성장하는 한편, 앤트로픽은 미국 국방부(DoD)와 법정 다툼이 한창이다. 분쟁의 시작은 앤트로픽이 자율무기와 대규모 민간인 감시 목적의 클로드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두 가지 원칙을 고수하면서부터였다. 국방부는 클로드를 “모든 합법적 목적”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한 해제를 요구했고, 협상이 결렬되자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다. 구글·오픈AI 직원 수백 명이 앤트로픽을 지지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하는 등 업계 전체를 뒤흔든 이 갈등의 전말은 와우테일이 상세히 다뤘다.

캘리포니아 연방 판사 리타 린(Rita Lin)은 국방부의 공급망 위험 지정에 대해 “미국 회사가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잠재적 적국·파괴공작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오웰식 발상은 법에 근거가 없다”며 무기한 중단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앤트로픽은 “이 소송은 앤트로픽, 고객,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했으며, 우리의 목표는 모든 미국인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와 생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번 구글·브로드컴 계약은 민간 기업 중심의 AI 인프라 확장이 정치적 파장과 무관하게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앤트로픽이 단일 계약으로 수 기가와트를 확보하는 규모는 AI가 비트코인 채굴 등 전력 집약 산업과 동등한 에너지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경쟁 구도도 한층 명확해지고 있다. 오픈AI도 AMD와 6기가와트 GPU 공급 계약 및 10% 지분 취득 워런트 계약을 맺으며 칩 공급원 다변화에 나선 상태다. 기가와트 단위 컴퓨팅 확보가 프론티어 AI 경쟁의 새 기준이 되고 있다.

AI 인프라와 관련해선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지형도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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