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네오클라우드 퍼머스, 코아튜·엔비디아 참여 5억 500만 달러 확보… 55억 달러 가치


챗GPT 하나가 구글 검색보다 10배 많은 전력을 쓴다. 대형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려면 원자력발전소 한 기의 출력이 필요하다. 수요는 이렇게 폭발적인데, 이를 감당할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은 AI 수요가 가파르게 오르는데 컴퓨팅 공급은 한참 뒤처졌다. CBRE에 따르면 아·태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5년 한 해 동안 하이퍼스케일러와 기업 수요가 동시에 치솟으며 강한 성장세를 기록했고, 2026년에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Firmus logo - 와우테일

이 공백을 겨냥한 회사가 퍼머스(Firmus)다. 싱가포르에 법인을 둔 AI 인프라 전문 기업 퍼머스는 글로벌 테크 투자사 코아튜(Coatue)가 주도하고 엔비디아(NVIDIA)가 참여하는 5억 5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지난 6개월간 누적 조달액은 13억 5000만 달러가 됐으며, 기업가치는 55억 달러로 평가됐다.

퍼머스는 2019년 올리버 커티스(Oliver Curtis), 팀 로젠필드(Tim Rosenfield), 조나단 레비(Jonathan Levee)가 공동 창업했다. 커티스는 금융·광업 엔지니어링 배경을 가진 인물로, IEEE HPCA 2025에서 발표된 동료 심사 논문의 공동 저자이며 침지 냉각·모듈식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분산 데이터 관리 분야 특허도 여러 건 보유하고 있다. 원래는 비트코인 채굴로 시작했지만 에너지 효율적인 AI 팩토리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현재 커티스와 로젠필드가 공동 CEO를 맡고 있으며, 커티스는 2023년 싱가포르로 이주해 아·태 전역의 AI 팩토리 구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퍼머스가 ‘네오클라우드(neocloud)’ 범주에 드는 이유는 단순히 GPU를 대여해주는 게 아니라, AI 연산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직접 설계·제조·운영하는 수직 통합 모델 때문이다. 코어위브(CoreWeave)나 네비우스(Nebius)처럼 범용 클라우드가 채우지 못하는 고밀도 GPU 컴퓨팅을 전담하되, 에너지 효율과 소버린 AI 인프라 요소를 추가로 갖췄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퍼머스의 핵심 사업은 ‘프로젝트 사우스게이트(Project Southgate)’다. 엔비디아, CDC 데이터센터스와 협력해 호주 전역에 AI 팩토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45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1단계 거점은 호주 북부 태즈메이니아 론서스턴. 수력 발전 기반의 청정 전력 그리드를 갖춘 이 지역은 저탄소 컴퓨팅을 원하는 기업에 매력적인 입지를 제공한다. 이 캠퍼스에는 최종적으로 엔비디아 GB300 그레이스 블랙웰 칩 3만 6000개가 들어서며, 90MW 규모의 1단계는 2026년 완공이 목표다. 이후 멜버른·시드니·캔버라·퍼스로 확장하는 전국 네트워크의 총 용량은 2028년까지 1.6GW에 달할 계획이다.

고객 계약도 쌓이고 있다. 올 3월에는 미공개 글로벌 테크 기업과 멜버른 시설에 엔비디아 GB300 GPU 약 1만 8400개를 배치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젝트 사우스게이트 기준으로 두 번째 대형 고객이다.

퍼머스 AI 팩토리의 기술적 강점은 냉각이다. 완전 액체 냉각(liquid-everywhere) 방식으로 기존 공랭식 대비 에너지 소비를 최대 60% 줄이고 건설 비용도 절반으로 낮췄다. 플랫폼은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Vera Rubin) DSX 레퍼런스 디자인 기반으로 설계돼 차세대 가속 컴퓨팅에 맞춤화됐다. 자체 공급망도 남다르다. 호주 제조사 벤맥스(Benmax)와 마스 그룹(Maas Group, ASX:MGH)을 파트너로 삼아 AI 팩토리 핵심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며, 연간 최대 1.5GW 규모의 시설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이 공급망에만 3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다.

자금 조달의 규모와 속도도 눈에 띈다. 2025년 9월에는 엘러스턴 캐피탈(Ellerston Capital) 주도로 엔비디아가 참여한 3억 3000만 달러를 유치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호주 전역 5개 거점 확장 자금으로 5억 달러를 추가 조달했다. 2026년 2월에는 블랙스톤 택티컬 오퍼튜니티스와 블랙스톤 크레딧 앤 인슈어런스가 주도하고 코아튜가 참여한 100억 달러 규모의 부채 금융 시설도 클로즈했다. 호주 역사상 최대 민간 신용 거래 중 하나다.

싱가포르 운영도 자리를 잡았다. 테마섹(Temasek)이 지원하는 ST 텔레미디어 글로벌 데이터센터(STT GDC)와 파트너십을 맺어 이미 싱가포르에서 엔비디아 H100 GPU 기반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이끈 코아튜의 로버트 인 AI 인프라 헤드는 “AI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보다 훨씬 빠르게 가속하고 있다”며 “퍼머스는 차세대 규모의 컴퓨팅을 위한 에너지 효율적인 AI 팩토리 모델로 그 간극을 메우고 있다”고 했다. 커티스는 “프로젝트 사우스게이트는 효율적인 AI 컴퓨팅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강력한 기반이 되고, 싱가포르에서 쌓은 경험은 동남아시아 전반으로 확장하는 검증된 청사진”이라고 밝혔다.

다음 수순은 상장이다. 퍼머스는 호주증권거래소(ASX)에서 20억 달러 규모의 IPO를 추진 중이다. 55억 달러의 최신 기업가치는 6개월 전 대비 약 3배다.

아·태 네오클라우드 전쟁, 이제 시작

퍼머스가 뛰어드는 네오클라우드 시장의 성장 속도는 예사롭지 않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Synergy Research Group)에 따르면 글로벌 네오클라우드 시장은 2025년 연간 매출 25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31년에는 약 4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수요가 하이퍼스케일러의 공급 속도를 앞지르면서, 전문화된 GPU 인프라 제공업체들이 그 빈틈을 채우는 구조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코어위브(CoreWeave), 네비우스(Nebius), 엔스케일(Nscale), 람다랩스(Lambda Labs) 등에 총 6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며 외부 네오클라우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선두권인 코어위브, 네비우스, 엔스케일, 크루소(Crusoe) 등은 아직 미국·유럽 중심이다. 아·태, 특히 호주는 수요는 뜨겁지만 공급이 집중적으로 채워지지 않은 공백 지대다. JLL에 따르면 아·태 GPU-as-a-Service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5.5%에 달한다.

이 공백을 노리는 경쟁자가 없는 건 아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샤론AI(Sharon AI, SHAZ)는 스스로를 ‘호주 최대 네오클라우드’로 내세운다. 멜버른 넥스트DC(NextDC) M3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B200 기반 슈퍼클러스터를 운영 중이며, 2025년 12월에 전환사채로 1억 달러를 조달했다. 최근에는 인도 클라우드 기업 ESDS와 5년간 1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AI 클라우드 인프라 계약도 따냈다. 다만 현재 가동 GPU는 1000개 수준에 불과하며, 자체 AI 팩토리를 직접 짓는 퍼머스와는 규모 및 모델에서 차이가 크다.

글로벌 네오클라우드 중 아·태로 손을 뻗는 곳도 있다. 얀덱스(Yandex)에서 분사한 네비우스(Nebius)는 2026년 3월 엔비디아로부터 20억 달러 전략 투자를 유치하며 ARR 목표를 연말 70~90억 달러로 제시했다. 아·태 지역 진출도 선언했지만, 아직 실제 거점은 없다.

싱가포르와 그 주변은 지역 내 AI 인프라의 허브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데이터센터 용량을 추가로 1.2GW 허용하기로 했으며, 싱가포르의 용량 제약을 흡수하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는 동남아 최고 성장 허브가 됐다. 퍼머스가 이미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AI 클라우드와 동남아 확장 전략은 이 흐름과 정확히 맞물린다.

퍼머스가 아·태 네오클라우드 경쟁에서 갖는 구조적 강점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태즈메이니아의 청정 수력 전력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경쟁력,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파트너십, 그리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소버린 AI 인프라 포지셔닝. 55억 달러짜리 퍼머스가 호주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날은 아·태 네오클라우드 전쟁의 새 국면이 열리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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