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골라 공격”을 현실로…스티플 바이오, 에피토프 정밀 ADC로 1억 달러 유치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암세포만 골라 공격한다는 개념으로 출발했지만, 현실에서는 늘 같은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표적 단백질이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조직에도 존재해, 항체가 건강한 세포까지 공격하는 ‘온-타깃/오프-튜머’ 독성이다. 유망한 후보들이 용량 제한 독성에 막혀 임상에서 반복 좌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티플 바이오(Stipple Bio)는 이 오래된 딜레마를 에피토프 수준의 정밀도로 풀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다.

stipple bio logo - 와우테일

스티플 바이오는 4월 6일 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라캐피탈(RA Capital), a16z 바이오+헬스(a16z Bio+Health), 넥스테크 인베스트(Nextech Invest)가 공동 주도했으며, 기존 투자자인 에머슨 콜렉티브 인베스트먼트(Emerson Collective Investments), GV(구글벤처스), 롤라 캐피탈 파트너스(LoLa Capital Partners), 고든MD 글로벌 인베스트먼트(GordonMD Global Investments)도 참여했다. 라운드는 수요 초과로 목표액을 크게 웃돌았다.

회사는 2022년 프레드 허치 암센터 부교수 에런 링(Aaron Ring) 박사와 UCSF 약화학과 부교수 아시시 망리크(Aashish Manglik) 박사가 공동 창업했다. 에런 링은 예일대 학부를 마치고 스탠퍼드 의대에서 MD/PhD를 취득한 뒤, 단백질공학과 시스템면역학을 융합해 암 치료 표적을 발굴해온 과학자다. 그의 연구실에서 나온 IL-18, IL-2, SIRPα/CD47 경로 기반 면역항암제들이 현재 여러 임상시험에 진입해 있으며, 스티플 바이오 외에도 심카 테라퓨틱스, ALX 온콜로지, 세라노바 바이오를 창업한 연쇄창업자이기도 하다. 망리크는 GPCR 구조생물학 권위자로,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공동 연구를 이어온 사이다.

두 창업자의 출발점은 단순한 가설이었다. 같은 단백질이라도 암세포 표면에서는 정상 세포와 미묘하게 다른 형태의 에피토프(항체가 달라붙는 항원의 특정 부위)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차이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항암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ADC 개발에서 페이로드(세포독성 약물)는 교체할 수 있고, 링커는 최적화할 수 있고, 항체당 약물 비율(DAR)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에피토프는 다르다. 에피토프는 표적 단백질의 생물학적 특성에 묶여 있어 임의로 바꿀 수 없다. ADC 실패의 상당수가 “항체가 못 붙어서”가 아니라 “잘못된 에피토프에 붙어서” 발생하는 이유다. 항체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의 같은 에피토프에도 결합하면, 페이로드가 아무리 좋아도 독성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업계의 무게중심도 바뀌고 있다. 항체를 먼저 찾고 나중에 테스트하는 방식에서, 에피토프를 먼저 검증하고, 항체가 결합 후 실제로 세포 안으로 흡수되는지, 기능적 특성까지 확인한 뒤 선별하는 방식으로다.

스티플 바이오의 포인틸리스트 플랫폼(Pointillist Platform)은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점묘법에서 이름을 따온 이 플랫폼은 “붙는 항체”가 아니라 “작동하는 에피토프”를 먼저 찾는다. 종양 특이적 세포 표면 에피토프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암세포에는 결합하지만 정상 조직에는 붙지 않는 항체 결합체를 만들어낸다.

주력 후보물질 STP-100은 이 플랫폼으로 도출한 ADC다. 표적 단백질과 타깃 암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임상적으로 검증된 경로를 표적으로 하되, 기존에는 종양 특이적 결합이 어려워 독성 문제로 접근이 막혀 있던 단백질이라고만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IND 신청 시점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STP-100은 2027년 초 임상 진입이 목표이며, 이번 투자금은 2029년까지 회사를 뒷받침할 규모다.

CEO 제프 랜도(Jeff Landau)는 스탠퍼드에서 바이오테크놀로지 학사와 헬스케어 기업가정신 MBA를 취득했다. 랜도는 스텔스를 벗어나는 시점을 의도적으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과학적 기반을 확립하고, 접근법을 명확히 정의하고, 여러 가치 창출 시점을 거쳐 자금을 확보한 뒤에야 세상에 나오는 것이 팀의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다른 제약·바이오사들로부터 플랫폼 협업 제안도 받고 있지만, 이번 자금의 핵심 가치는 주력 파이프라인에 있는 만큼 독자 보유 후보물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a16z 바이오+헬스 제너럴 파트너 비니타 아가르왈라(Vineeta Agarwala) 박사는 기존 항체 의약품 임상 경험이 에피토프 수준 특이성의 중요성을 이미 입증했다며, 종양 특이적 에피토믹스(epitomics)를 정밀 종양학의 새로운 축으로 개척하는 스티플 바이오의 비전에 창업 초기부터 확신을 가져왔다고 말했다.ADC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161억 달러이며, 2035년에는 392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엔허투(Enhertu)가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빅파마들의 ADC 플랫폼 인수도 이어지고 있다. AbbVie는 2025년 초 이뮤노젠(ImmunoGen)을 약 101억 달러에 인수하며 ADC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기존 ADC들은 표적 단백질이 정상 세포에도 존재한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스티플 바이오가 공략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종양 특이적 에피토프를 직접 매핑해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방식은 현재 공개된 경쟁자가 없는 독자적인 접근으로, 회사 스스로도 이를 가장 큰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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