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블, 연매출 5억 달러 돌파… 앱 만드는 비개발자 80%가 만든 기록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코딩을 배워야 했다. 그것도 수년이 걸리는 훈련을 거쳐야 했다. 개발자가 아니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Lavable 500m ARR - 와우테일

AI 앱 빌더 스타트업 러버블(Lovable)이 지난 9일 ‘빌드 이코노미(The Build Economy)’ 리포트를 발표했다. 2025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자사 플랫폼 사용 데이터와 2026년 5월 사용자 설문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소프트웨어 창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누가 앱을 만드는가

러버블 사용자의 80%는 비기술 직군이다. 창업자·공동창업자(45.7%)가 가장 많고, 프리랜서(9.8%), 프로덕트(6.9%), 운영·비즈옵스(5.9%) 순이다. 개발자(Engineering)는 전체의 5.8%에 불과하다.

직군뿐 아니라 출신 산업도 다양하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테크 업계 밖에서 왔다. 리테일(8.4%), 교육(8.4%), 미디어(7.9%), 금융(6.4%), 헬스케어(5.8%), 부동산(5.2%) 등 전 산업에 걸쳐 있다. 경력도 짧지 않다. 55%는 11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자신이 속한 산업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창작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브라질의 사브리네 마토스(Sabrine Matos)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여성 대상 범죄 피해 사건을 계기로 공공 범죄·법률 기록 기반 신원조회 플랫폼 플링크(Plinq)를 러버블로 구축했다. 첫 몇 달 만에 1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연환산 매출 220만 헤알(약 40만 달러)을 돌파했다.

무엇을 만드는가

리포트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2026년 기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두 가지는 ‘사업용 디지털 프레즌스(웹사이트·커머스)’와 ‘내부 운영 도구(CRM, 재고관리, HR 플랫폼)’로, 이 두 카테고리가 전체 분류 프로젝트의 절반에 가깝다.

이는 기업용 SaaS 시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연간 수천만 원짜리 구독 계약을 맺는 대신, 직접 만드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이를 ‘SaaSpocalypse(SaaS 종말)’의 신호로 해석한다.

빌드 활동은 주중에 집중된다. 평일 활동이 주말 대비 30% 높다는 데이터는 소프트웨어 창작이 취미나 야간 부업이 아닌 직업적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규모와 성장

현재까지 러버블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프로젝트는 5천만 개를 넘어섰다.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매주 100만 개의 새 프로젝트가 생성된다. 러버블로 만들어진 앱·사이트에는 한 달에 7억2천만 건의 방문이 발생한다. 이용자의 60.5%는 향후 수익화를 계획 중이다.

회사 재무 지표도 가파르다. 2025년 7월 ARR 1억 달러에서 11월 2억 달러, 2026년 1월 3억 달러, 2월 4억 달러를 거쳐 이번에 5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3년 말 창업한 스타트업이 3주년도 되기 전에 이룬 성과다.

투자 측면에서는 2025년 12월 캐피털G(CapitalG)와 멘로 벤처스(Menlo Ventures) 앤솔로지 펀드 주도로 3억3천만 달러 시리즈B를 완료, 기업가치 66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6억5천만 달러에 달한다.

지역 확장 — 한국은 23위

러버블 사용자는 전 세계 무인도·의존령 10곳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분포한다. 남극, 바티칸, 태평양 원격 도서 지역에도 사용자가 있다. 한국은 2026년 기준 활동량 23위 국가로 집계됐다.

경쟁 환경 — 바이브 코딩 시장의 판세

러버블이 주도하는 이 시장은 자연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공통점을 가진 경쟁자들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볼트(Bolt.new)는 출시 5개월 만에 연환산 매출 4천만 달러를, 레플릿(Replit)은 에이전트 모드 출시 9개월 만에 ARR을 1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개발자 대상 코드 에디터인 커서(Cursor)는 ARR 20억 달러, 기업가치 293억 달러로 시장 최상위에 위치한다. 다만 커서는 비기술 사용자보다 개발자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포지셔닝이어서 러버블과 직접 경쟁보다는 보완 관계에 있다. AI 코딩 스타트업 지형도 2026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해결되지 않은 질문

테크크런치는 이번 리포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핵심 질문 하나를 남겼다. “만들기는 쉬워졌다. 유지보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소프트웨어는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변한다. 외부 의존성, 서드파티 서비스, 인프라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고 이 과정에서 코드는 부서진다. 기업들이 직접 만들지 않고 SaaS를 구매하는 이유가 바로 이 유지보수 부담을 외부에 넘기기 위해서다. 러버블이나 경쟁 플랫폼이 앞으로 프로젝트 이탈률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바이브 코딩이 SaaS를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더 정직한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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