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AI로 소규모 팀 유지하며 매출 창출.. “초기 VC 투자 적게 받길 원해”


실리콘밸리가 AI에 주목하고 있다.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적은 인원으로도 성공적인 기업을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silicon valley vibe shift - 와우테일

최근 AI 스타트업들이 20명 안팎의 소규모 팀으로 수천만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정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일부 창업자는 초기 단계에서 벤처캐피털(VC) 자금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2010년부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출신 창업팀에 투자해 온 아더와이즈펀드(Otherwise Fund)의 테렌스 로한(Terrence Rohan)은 최근 이 액셀러레이터 창업자들 사이에서 분위기 변화(Vibe Shift)를 감지했다. 그는 X에서 한 창업자의 말을 인용하며 “예전에는 에베레스트를 오를 때 산소가 필수였지만, 이제는 산소 없이 오르는 이들도 있다. 나도 최소한의 산소(VC 자금)로 정상에 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 창업자의 발언은 VC 관심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로한에 따르면 해당 투자 라운드는 초과 청약될 만큼 VC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Reddit 공동 창업자이자 Seven Seven Six의 설립자인 알렉시스 오하니안(Alexis Ohanian)은 이를 똑똑한 선택이라 평했다.

자금 조달을 줄이면 창업자의 지분율이 높아져 사업 지속성과 매각 시 선택지가 넓어진다. YC 출신 스타트업들이 투자 제안보다 적은 자금을 받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134억 달러 가치를 지닌 HR테크 기업 리플링(Rippling)의 CEO 파커 콘래드(Parker Conrad)는 이에 반대한다. 그는 X에서 “경쟁자가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R&D와 마케팅에 투자하면 더 나은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며 자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한은 콘래드의 주장이 전통적인 관점이라 인정하면서도 “게임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적은 인원으로 빠르게 매출을 올리고 이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AI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이 접근법의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빠르게 성장하는 AI 기업들이 여전히 최대한 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AI 코딩 도구 커서(Cursor)를 개발한 Anysphere는 20명으로 연간 반복 매출(ARR) 1억 달러를 돌파했고, 현재 100억 달러 가치를 목표로 투자유치를 논의 중이다. AI 음성 복제 기업 일레븐랩스(ElevenLabs)도 50명으로 비슷한 ARR을 달성한 뒤, 지난 1월 33억 달러 가치로 1억 8천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로한에 따르면 VC들이 매력적인 제안을 던지며 자금을 제공하지만, 기업들은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며 자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YC 창업자들은 이제 VC의 장단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2020~2021년 고평가로 자금을 조달했던 스타트업들이 이후 다운 라운드를 겪은 사례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일부 YC 창업자에게 엘리트 VC로부터 거액을 유치하는 것은 더 이상 최우선 목표가 아니다.

최근에 실리콘밸리에 AI가 코딩을 도와주면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유행하고 있다고 전해드렸는데, 이를 통해 소규모 팀을 유지하면서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최소로 한다는 것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변화(Vibe Shift)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브의 전성 시대인가?

이런 환경에서 투자자는 또 어떤 변화를 강요받을까? 일단 극초기 투자는 무조건 필요할 것 같은데.. 그걸 넘어 팀 결성 전부터 똘똘한 예비창업자를 키우는 벤처스튜디오 모델이 필요한걸까? AI가 몰고 온 나비 효과는 투자자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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