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피싱 막는 에이기스AI, 3,600만 달러 투자 유치


생성형 AI가 피싱 공격의 경제성을 바꾸고 있다. 과거 표적형 피싱은 공격자가 피해자의 직장과 인간관계를 조사하고 신뢰할 만한 이메일을 직접 작성해야 했다. 이제 대규모언어모델(LLM)은 공개 정보를 수집해 특정 직원에게 맞춘 문구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맞춤법이 어색하거나 문장이 부자연스러운 이메일을 골라내는 기존 보안 교육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AI 피싱 막는 에이기스AI, 3,600만 달러 투자 유치

AI 기반 이메일 보안 스타트업 에이기스AI(AegisAI)가 3,6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배터리벤처스(Battery Ventures)가 투자를 주도했고 기존 투자사 액셀(Accel)과 파운데이션캐피털(Foundation Capital)이 참여했다.

지난해 9월 1,3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성사된 후속 투자다. 누적 투자금은 4,900만 달러로 늘었다. 기업가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람이 알아채기 어려운 AI 스피어피싱

스피어피싱은 불특정 다수에게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일반 피싱과 다르다. 공격 대상의 직책과 거래처, 동료, 최근 활동을 조사한 뒤 신뢰할 만한 사람이나 기업을 사칭한다. 송금이나 계정정보 제공, 악성 문서 열람처럼 구체적인 행동을 유도한다.

생성형 AI는 이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낮춘다. 공격자는 공개된 기업 홈페이지와 링크드인, 소셜미디어에서 정보를 수집해 피해자의 업무 상황에 맞는 이메일을 만들 수 있다. 탈취한 정상 계정에서 이메일을 보내면 발신자 인증도 통과한다. 악성 링크나 첨부파일 없이 송금이나 기밀정보 제공만 요구하는 업무 이메일 침해(BEC)는 기존 악성코드 탐지 시스템을 우회하기 쉽다.

에이기스AI가 2만 건 이상의 피싱·사기·악성코드 이메일을 분석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AI가 작성한 스피어피싱의 비중은 2025년 2.8%에서 13.9%로 증가했다. 회사는 AI 생성 이메일이 사람이 작성한 공격보다 기존 필터를 통과할 가능성이 75% 높았으며, 탐지에 실패한 AI 공격의 72.6%가 정상 계정을 이용해 이메일 인증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에이기스AI가 자체 수집한 이메일 표본을 분석한 결과로 전체 이메일 보안 시장을 대표하는 공식 통계는 아니다. 다만 피해 규모가 커지는 방향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FBI의 2025년 인터넷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고된 사이버 범죄 피해액은 208억7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업무 이메일 침해 피해액은 약 30억5천만 달러였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이메일의 문장이 아니라 ‘의도’를 읽는다

에이기스AI는 자체 LLM과 여러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이메일의 발신자와 문맥, 의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과거 공격에서 발견된 악성 주소나 정해진 패턴을 대조하는 대신, 이메일이 어떤 행동을 유도하고 그 요청이 평소 관계와 업무 흐름에 부합하는지 판단한다.

예를 들어 기존 시스템은 악성 링크와 첨부파일, 위조된 발신 도메인을 찾는다. 하지만 실제 거래처의 계정이 탈취돼 정상적인 말투로 송금을 요청하면 기술적인 이상 징후가 거의 없을 수 있다. 에이기스AI는 대화의 맥락과 요청의 의도, 발신자의 평소 행동을 함께 분석해 이런 공격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회사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오탐을 최대 9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역시 회사가 제시한 성능 수치로, 독립적인 비교시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에이기스AI는 마이크로소프트365와 구글워크스페이스에 API 방식으로 연결된다. 기존 이메일 서버의 MX 레코드를 변경하지 않아도 받은편지함에서 위협을 분석하고 문제가 있는 메시지에 대응할 수 있다.

고객으로는 AI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레임워크 기업 랭체인(LangChain), 암호화폐 결제기업 메시(Mesh), 개인정보보호기업 로커(Lokker) 등이 공개됐다. 로커에서는 탈취된 세일즈포스 인프라를 통해 전송된 공격을 탐지했다. 악성 링크나 첨부파일이 아니라 신뢰받는 공급사의 정상 시스템이 공격 경로로 사용된 사례다.

받은편지함 밖까지 추적하는 ‘뱅가드’

에이기스AI가 지난 3월 공개한 뱅가드(Vanguard)는 이메일 안에서 분석을 끝내지 않는다. 의심스러운 링크와 첨부파일을 발견하면 AI 에이전트가 실제 사용자처럼 외부 웹사이트를 방문해 공격 경로를 조사한다.

피싱 사이트는 보안업체의 자동화된 분석을 피하기 위해 접속자의 위치와 브라우저, 방문 시간에 따라 다른 페이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자동 분석 시스템에는 정상 화면을 보여주고 실제 피해자에게만 로그인 페이지나 악성 파일을 노출하는 방식이다. CAPTCHA를 이용해 보안 크롤러의 접근을 막는 경우도 있다.

뱅가드는 의심스러운 링크를 따라가 CAPTCHA와 리디렉션, 위장 페이지를 확인하고 문서와 첨부파일의 동작을 분석한다. 이후 공격에 사용된 인프라와 최종 목적을 정리한 위협 보고서를 생성한다.

이번 투자금은 뱅가드의 정식 출시와 자율 방어 에이전트 확대, 기업 고객 영업에 투입된다. 받은편지함 안의 탐지에서 외부 웹과 문서, 공격 인프라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는 것이 다음 성장 단계다.

구글 보안 시스템 만든 창업팀

에이기스AI는 2025년 사이 코르마에(Cy Khormaee)라이언 뤄(Ryan Luo)가 설립했다.

두 사람은 구글의 핵심 보안 조직에서 리캡차(reCAPTCHA)와 세이프브라우징(Safe Browsing), 웹리스크(Web Risk) 개발에 참여했다. 이들 시스템은 웹사이트와 링크, 사용자 행동을 분석해 피싱과 악성코드로부터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보호한다.

코르마에는 구글에서 세이프브라우징과 리캡차, 웹리스크 관련 팀을 이끌었다. 뤄는 약 10년 동안 구글에서 리캡차와 세이프브라우징 엔지니어링을 담당했다. 두 사람은 웹 전체의 악성 행동을 분류한 경험을 이메일의 언어와 의도를 이해하는 문제에 적용했다.

에이기스AI는 지난해 9월 스텔스 모드에서 나오며 액셀과 파운데이션캐피털이 공동 주도한 1,3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에는 피싱과 업무 이메일 침해 탐지가 주력 제품이었다. 이번 시리즈A에서는 받은편지함을 넘어 공격 인프라를 추적하는 보안 에이전트 회사로 범위를 넓혔다.

배터리벤처스 주도…누적 4,900만 달러

이번 시리즈A는 배터리벤처스가 주도했다. 액셀과 파운데이션캐피털도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배터리벤처스는 생성형 AI가 기존 이메일 보안의 기본 전제를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기계가 개인별로 다른 공격 문구를 만들고 정상 계정을 통해 전송한다면 고정된 규칙과 과거 공격 패턴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회사는 투자금을 이용해 제품과 엔지니어링 조직을 확대하고 기업 고객 확보에 나선다. 스텔스 모드를 벗어난 지 1년이 되지 않은 초기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 확대와 함께 실제 탐지 성능과 오탐률을 장기간 입증하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

AI 이메일 보안 경쟁 본격화

이메일 보안 시장에는 프루프포인트(Proofpoint), 마임캐스트(Mimecast), 마이크로소프트 디펜더 포 오피스365처럼 악성 링크와 첨부파일, 스팸을 차단해 온 기존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행동 분석과 AI 에이전트를 앞세운 신생 기업이 가세하고 있다.

어브노멀 AI(Abnormal AI)는 기업 내부의 이메일 관계와 평소 행동을 학습해 업무 이메일 침해와 공급사 사칭, 계정 탈취를 탐지한다. 전 세계 고객에게 적용하는 행동 모델과 조직별 커뮤니케이션 기준선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에이기스AI와 가장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기업이다.

서브라임 시큐리티(Sublime Security)는 보안팀이 탐지 규칙을 직접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개방형 이메일 보안 플랫폼을 제공한다. 자율 탐지 엔지니어와 보안 분석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새로운 공격에 맞는 탐지 규칙을 생성한다. 회사는 지난해 1억5천만 달러를 유치해 이메일 보안 자동화 사업을 확대했다.

오션(Ocean)도 AI가 생성한 피싱과 업무 이메일 침해를 탐지한다. 이메일의 본문만 읽지 않고 브라우저를 이용해 링크가 연결되는 페이지와 로그인 절차까지 확인한다는 점에서 에이기스AI의 뱅가드와 겹친다. 오션은 올해 2,800만 달러를 유치하며 스텔스 모드에서 나왔다.

머티리얼 시큐리티(Material Security)는 이메일 공격을 차단하는 데서 나아가 구글워크스페이스와 마이크로소프트365 안의 계정, 파일, OAuth 권한까지 보호한다. 이메일을 통해 계정이 탈취된 이후의 데이터 유출과 내부 확산에 초점을 맞춘다.

경쟁의 핵심은 AI라는 이름보다 새로운 공격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고 오탐을 줄일 수 있느냐에 있다. 이메일 한 건을 위험하다고 분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격에 사용된 계정을 차단하고 같은 메시지를 받은 사용자를 찾아 제거하며 외부 링크와 파일까지 조사해야 한다.

공격자와 방어자가 모두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탐지 속도만큼 판단의 근거와 자동 대응의 안전성도 중요해진다. 에이기스AI가 구글에서 축적한 대규모 보안 시스템 경험을 기업 이메일 시장의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