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반도체 장비 ‘소스 파운드리’, 5억 달러 수혈…’AI 몰락 펀드’의 반격


미국의 스텔스(비공개) 반도체 장비 스타트업 소스 파운드리(Source Foundry)가 제품을 내놓기도 전에 기업가치 5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를 인정받으며 거액을 조달했다. 블룸버그·CNBC 등 외신과 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AI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SA)‘가 이 회사에 4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해 누적 5억 달러를 베팅했다. 눈길을 끄는 건 그 투자자다. 불과 몇 주 전 ‘올해 최악의 헤지펀드 붕괴’로 불린 사태의 주인공이 곧바로 반도체 장비에 재기를 건 것이기 때문이다.

스텔스 반도체 장비 '소스 파운드리', 5억 달러 수혈…'AI 몰락 펀드'의 반격

스텔스 스타트업, ASML 독점에 도전장

소스 파운드리는 2025년 7월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됐다. 스탠퍼드대 출신 연구자 압둘말릭 오바이드(Abdulmalik Obaid)와 조 버그(Joe Burg)가 창업했고, 초기 투자자로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인 노광(리소그래피) 분야에서 장비·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병목을 깨고, 더 싸고 빠른 반도체 제조 공정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EUV 장비는 세계 최첨단 칩 생산에 필수적이지만 대당 수천억 원에 달하고 공급도 제한적이라, AI 칩 수요 폭증의 최대 병목으로 꼽혀 왔다. 국내에서도 어썸레이 같은 스타트업이 EUV 노광 핵심 소재(펠리클)에 도전하는 등 이 난공불락의 영역을 겨냥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소스 파운드리는 철저히 비공개 상태로, 이번 투자 역시 공식 발표 없이 외신의 관계자 인용 보도로만 알려졌으며 양사 모두 공식 확인을 거부했다.

투자자의 이력: 450억 달러에서 지옥으로, 그리고 반격

이 베팅을 주도한 SA의 설립자는 20대 중반의 연구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Leopold Aschenbrenner)다. 그는 오픈AI의 ‘슈퍼얼라인먼트(초정렬)’ 팀에 몸담았다가 2024년 해고된 뒤, 165쪽 분량의 에세이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2027년경 AGI(범용인공지능)가 도래하며 전례 없는 반도체·전력 인프라 폭발이 뒤따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이 논리를 그대로 투자로 옮겨, 스트라이프 창업자 콜리슨 형제와 냇 프리드먼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자금을 받아 펀드를 세웠다.

전략은 극단적이었다. SK하이닉스(HBM), 코어위브(AI 클라우드), 네비우스, 마이크론, 블룸에너지(전력) 같은 AI 인프라 관련주에 최대 4배 레버리지를 일으켜 집중 투자한 것이다. 이 베팅은 한때 1,000%가 넘는 경이적 수익률로 보답했고, 펀드 규모는 7월 초 최대 450억 달러까지 불었다.

그러나 7월 들어 ‘AI 수익성 회의론’이 번지며 인프라 관련주가 한 달 새 35~47% 급락하자, 과도한 레버리지가 부메랑이 됐다. 프라임브로커(대형 증권사)들의 마진콜이 이어졌고, SA는 골드만삭스·JP모건의 주선으로 약 160억 달러 규모의 상장주식 포트폴리오를 켄 그리핀의 헤지펀드 시타델(Citadel)에 통째로 넘기는 헐값 매각(파이어세일)에 내몰렸다. 펀드는 한 달 만에 약 67%를 잃었다. 사실상 붕괴였다.

전망: 상장주식은 날렸지만, 논리는 버리지 않았다

주목할 대목은 아셴브레너가 이 와중에도 핵심 비상장 자산은 지켰다는 점이다. 오픈AI의 라이벌 앤트로픽(Anthropic) 지분(약 50억 달러 규모로 추정)을 사수했고, 상장주식을 모두 정리한 직후 곧바로 소스 파운드리에 4억 달러를 추가로 쏟아부었다. ‘AI의 진짜 병목은 하드웨어이고, 그 정점에 노광 장비가 있다’는 자신의 논리를 상장 시장에서 비상장 시장으로 옮겨 다시 베팅한 셈이다.

물론 낙관만 할 순 없다. ASML의 EUV 아성은 수십 년간 수백억 달러가 투입돼 쌓아 올린 것으로, 신생 스타트업이 단기간에 무너뜨리기는 극히 어렵다. 제품도 나오지 않은 회사가 50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은 것 역시 실적이 아닌 ‘논리’에 대한 베팅에 가깝다. 그럼에도 AI 하드웨어 병목이 산업 전체의 화두가 된 지금, ‘몰락한 천재’의 반도체 장비 베팅이 어디로 향할지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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