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트 규제 거래소 리퀴드컴퓨트, 1500만 달러 시드 투자유치


원유는 저장할 수 있지만 컴퓨트는 저장할 수 없다. 오늘 오후 GPU 하나가 놀고 있다면, 그 용량은 그대로 증발해 사라진다. 그런데도 지금 이 ‘증발하는 자산’을 놓고 월가 대형 거래소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ICE,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는 온(Ornn)과 손잡고 GPU 컴퓨트 선물 상품을 준비 중이고,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CME그룹은 실리콘데이터(Silicon Data)와 함께 올해 10월 컴퓨트 선물 출시를 예고했다. 컴퓨트가 원유·전력처럼 표준화된 거래 자산으로 바뀌는 구조적 전환이 진행 중이다.

컴퓨트 규제 거래소 리퀴드컴퓨트, 1500만 달러 시드 투자유치

이 흐름 한복판에서 리퀴드컴퓨트(Liquid Compute)가 스텔스를 벗고 등장했다. 뉴욕 기반의 이 회사는 AI 인프라를 거래하는 규제 거래소를 짓고 있다. 창업자들은 컴퓨트가 원유 같은 전통 상품이 아니라 전력망(power grid)에 더 가깝다고 본다. 용량이 위치·설정·워크로드에 따라 제각각이고(이질적), 쓰지 않으면 곧바로 사라지기(소멸성) 때문이다. 리퀴드컴퓨트는 흩어진 물리적 컴퓨트 용량을 표준화된 ‘컴퓨트 그리드’로 연결하는 시장 레이어를 먼저 짓고, 그 위에 현금 결제 파생상품을 얹는 금융 레이어를 쌓는 2단계 구조를 취한다. 이를 위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지정계약시장(DCM)과 청산기관(DCO) 지위를 신청한 상태다. 두 지위를 모두 확보하면 컴퓨트를 기초자산으로 한 현금·실물 결제 계약을 직접 거래·청산할 수 있는 거래소가 된다.

리퀴드컴퓨트는 옛 사명 ‘플루토(Pluto)’ 시절이던 2025년 UC버클리 재학 중 만난 로닛 자인(Ronit Jain)과 아라브 파텔(Aarav Patel)이 창업했다. 두 사람은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2025년 겨울(W25) 배치 출신이다.

자인 CEO는 “컴퓨트 접근성이 곧 지능 접근성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며 “우리는 일반 사용자와 금융 참여자 모두가 이 자원에 접근하고, 가격을 매기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핵심 마켓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리퀴드컴퓨트는 1500만 달러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퍼스트마크캐피탈(FirstMark Capital)과 케미스트리(Chemistry)가 공동으로 라운드를 이끌었고, K8 캐피탈(K8 Capital), 나이트캐피탈(Night Capital), 트루브릿지(TrueBridge), 브레인차일드홀딩스(Brainchild Holdings), UFO 홀딩스(UFO Holdings), 와이콤비네이터, 헤지펀드 발랴스니에셋매니지먼트(Balyasny Asset Management) 창업자인 엔젤투자자 드미트리 발랴스니(Dmitry Balyasny)가 참여했다.

애덤 넬슨(Adam Nelson) 퍼스트마크캐피탈 파트너는 “컴퓨트는 빠르게 미국의 전략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산업계와 정부에 용량이 어떻게 가격이 매겨지고, 배분되고, 자금이 조달되는지 투명하게 보여줄 시장 인프라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마크 골드버그(Mark Goldberg) 케미스트리 매니징 파트너는 “이 시장을 만드는 대부분의 회사가 컴퓨트를 원유 같은 대체 가능 상품으로 취급하지만, 리퀴드컴퓨트는 다른 전제에서 출발했다”며 “전력 시장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에 가깝게, 물리적 시장을 먼저 짓고 그 위에 규제 금융 레이어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리퀴드컴퓨트는 서스쿼해나 프리딕션스(Susquehanna Predictions), BGC그룹(BGC Group), 윈터뮤트(Wintermute)와 트레이딩·데이터 라이선싱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이번 투자금은 매칭·청산 인프라 구축과 컴퓨트 그리드 확대, CFTC 신청을 뒷받침할 컴플라이언스·시장운영 인력 채용에 쓰인다.

월가가 뛰어든 ‘컴퓨트 파생상품’ 경쟁

컴퓨트를 금융자산화하려는 시도는 리퀴드컴퓨트만이 아니다. 온(Ornn)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창업자들이 만든 GPU 현물 가격지수 ‘OCPI’를 앞세워 3300만 달러 시드를 유치했다. 온은 자체 거래소를 짓는 대신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 ICE와 손잡고 이 지수를 기초로 한 현금결제 선물을 상장하는 길을 택했다. 실리콘데이터(Silicon Data)는 컴퓨트 거래 마켓플레이스 ‘컴퓨트익스체인지(Compute Exchange)’를 만들었던 카르멘 리(Carmen Li)가 창업했고, 글로벌 트레이딩회사 DRW의 지원을 받아 3050만 달러 시리즈A를 유치했다. 실리콘데이터 역시 CME그룹과 손잡고 10월 컴퓨트 선물을 출시할 예정이다. 리 CEO의 전 회사인 컴퓨트익스체인지(Compute Exchange)는 DRW 창업자 돈 윌슨(Don Wilson)이 공동 창업한 GPU 현물 경매 마켓플레이스로, 지금까지 10억 달러 이상의 컴퓨트 거래를 중개했다.

온과 실리콘데이터가 각각 ICE·CME라는 기존 거래소에 지수를 공급하며 그 위에 상장되는 길을 택한 반면, 리퀴드컴퓨트는 물리적 오더북과 청산까지 직접 소유하는 거래소·청산기관 자체가 되는 길을 택했다는 점이 다르다. 컴퓨트를 ‘금융 자산’으로 다루는 또 다른 접근으로는, AI 인프라에 기관 자본을 직접 투입해 데이터센터를 짓는 볼타(Volta)가 있다. 거래소 모델과 인프라 금융 모델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두 회사 모두 ‘컴퓨트를 인프라 자산군으로 다룬다’는 같은 진단에서 출발했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Liquid Compute Raises $15M to Build a Regulated Exchange for AI Infrastru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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