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6z, 대학 대신 ‘빌더 학교’ 세운다…4200만 달러 조달


몇 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서는 대학 무용론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명문대 학비는 4년에 거의 50만 달러(약 7억 원)에 육박하는데, 정작 AI는 그 학위가 보장해주던 신입사원 일자리부터 위협한다. 대학을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든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물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 신화의 표준처럼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앤드리슨호로위츠(a16z)가 22일 이 흐름에 아예 학교라는 형태로 답을 내놓은 배경이다.

a16z, 대학 대신 '빌더 학교' 세운다…4200만 달러 조달

호로위츠앤드리슨아카데미(The Horowitz Andreessen Academy)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거나 대학 1~2학년을 마친 학생을 위한 샌프란시스코 소재 학교다. a16z가 만들었지만 a16z와는 법인이 분리된 영리 교육기업으로 운영된다. 성적도, 시험도, 숙제도 없다. 대신 커리큘럼은 세 갈래로 짜였다. 학생이 스스로 정하는 개인 프로젝트나 창업 아이디어를 뜻하는 ‘퍼슈트’, 이틀에서 4주 사이의 압축 강의인 ‘코스’, 실제 기업에서 일해보는 ‘코옵’이다. 코스는 샘 올트먼이나 마크 앤드리슨 같은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직접 강단에 서고, 코옵은 a16z가 투자한 850여 개 회사에서 나온 채용 자리만 1만9000개가 넘는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창립 파트너로는 안두릴, 앤트로픽, 코인베이스, 구글, 메타, 엔비디아, 오픈AI, 팔란티어, 레플릿, 스트라이프까지 10개 회사가 참여한다. 컴퓨트나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곳도 있고, 커리큘럼을 같이 짜거나 채용을 연계하는 곳도 있어 참여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다. 여기에 데이터브릭스, 붐슈퍼소닉 등 채용 파트너 40여 곳이 더 합류해 학생들을 인턴이나 정규직 후보로 고려하기로 했다.

첫 기수 ‘파운딩 클래스 펠로십’은 2027년 가을 시작하는 1년 과정으로, 학비는 받지 않는다. 학생 한 명당 컴퓨트 크레딧 5만 달러어치와 여행·연구 예산 5000달러도 지원한다. 아카데미는 이와 별도로 2028년 가을 개강을 목표로 2년제 유료 과정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 과정은 정식 인가를 받지 않아 학위도 나오지 않고, 미국 연방 학자금 대출도 받을 수 없다. 예상 학비는 스탠퍼드 같은 명문 사립대(연간 약 6만8000달러) 수준인 6만~9만 달러로 책정될 전망이다.

아카데미를 이끄는 건 가간 비야니(Gagan Biyani) CEO다. 그는 32억 달러 가치의 에듀테크 유니콘 유데미와, 성인 교육 플랫폼 메이븐을 함께 창업한 인물이다. 비야니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세대를 더 미래지향적인 방식으로 교육할 기회가 있고, 그 자체가 큰 시장 기회”라며 고등교육 시장 규모를 2조 달러로 짚었다. 다만 “우리는 대학을 부정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18세라면 창업 아이디어 하나에 인생 10년을 걸어야만 가치 있다는 통념을 거부하는 것이지, 대학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카데미는 4200만 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3500만 달러를 a16z가 직접 투자하며 라운드를 이끌었고, 마크 앤드리슨과 에릭 토렌버그가 이사회에 합류했다. 엔젤 투자자 명단도 화려하다. 쿼라 공동창업자 애덤 댕겔로(Adam D’Angelo), 쇼피파이 CEO 토비 뤼트케(Tobi Lütke), 도어대시 CEO 토니 쉬(Tony Xu), 오픈AI 애플리케이션 부문을 이끌었던 피지 시모(Fidji Simo), 와이콤비네이터 CEO 개리 탄(Garry Tan), 팔란티어 CTO 샴 상카르(Shyam Sankar)가 참여했다. 그리고 알파스쿨(Alpha School)의 조 리먼트(Joe Liemandt)도 이름을 올렸는데, 그는 이미 비슷한 실험을 해본 인물이다.

대학 대신 현금을 주던 시대에서, ‘학교’를 짓는 시대로

실리콘밸리가 청년들에게 대학을 포기하라고 권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이 2011년 시작한 틸 펠로우십(Thiel Fellowship)은 22세 이하에게 대학을 그만두는 조건으로 2년간 20만 달러를 현금으로 쥐여줬다. 지금까지 배출한 펠로우만 290명이 넘고, 이들이 세운 회사의 가치를 다 더하면 7500억 달러를 넘는다. 유니콘 배출률은 13.79%에 달한다. 이더리움의 비탈릭 부테린, 피그마의 딜런 필드가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딜런 필드는 이번 아카데미의 초빙 강사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리먼트의 알파스쿨은 결이 조금 다르지만 역시 ‘학교 자체를 재발명하겠다’는 시도다. 2014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문을 연 이 사립 초중고교는 정규 교사 대신 AI 학습 앱과 ‘가이드’가 하루 2시간만 핵심 과목을 가르치고, 나머지 시간은 학생이 원하는 활동에 쓰게 한다. 회사 측 주장으로는 이 방식으로 1년 치 학습량을 20여 시간 만에 끝내고 전국 상위 1% 성적을 낸다. 지금은 맨해튼·마이애미·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으로 빠르게 매장을 늘리며 13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다만 계열 영리 업체들과 얽힌 지배구조나 성과 통계의 신빙성을 두고 논란도 따라다닌다.

틸 펠로우십이 ‘현금을 주고 대학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이고 알파스쿨이 ‘초중고교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쪽이라면, 아카데미는 그 중간 지점인 ‘고졸 직후’를 정식 캠퍼스·커리큘럼·코옵으로 파고든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대학 무용론을 다룬 책으로 유명한 조지메이슨대 경제학자 브라이언 캐플런은 “50명한테 통하는 방식이 5000명한테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어치브파트너스의 라이언 크레이그 매니징 디렉터는 “대학이 되겠다는 계획을 가진 부트캠프”라고 평하며, 연방 학자금 지원 없이 명문대 수준 학비를 매긴 대안 대학들이 역사적으로 대부분 실패했다는 점을 짚었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a16z Bets $42M on a School Instead of Col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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