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 범용칩 에피션트컴퓨터, 9700만달러 투자유치…밸류 6.5억달러


AI 반도체 시장은 지금까지 ‘특정 연산에 극도로 특화된 칩’과 ‘무엇이든 돌아가는 범용 칩’ 사이에서 대체로 앞쪽을 택해왔다. 전용 칩이 전력 효율은 좋지만, AI 모델이 워낙 빠르게 바뀌다 보니 한 세대 지나면 쓸모가 없어지는 위험을 안고 있다. 에피션트컴퓨터(Efficient Computer)가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 범용성을 포기하지 않고도 그만큼 효율적인 칩을 만들 수는 없을까.

저전력 범용칩 에피션트컴퓨터, 9700만달러 투자유치…밸류 6.5억달러

에피션트컴퓨터가 시리즈B로 9700만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기업가치는 6억5000만 달러로 책정됐고, 누적 조달액은 1억7300만 달러가 됐다. 티큐벤처스(TQ Ventures)가 이끌었고, 이클립스(Eclipse)·유니언스퀘어벤처스(Union Square Ventures)·자이언트벤처스(Giant Ventures)·트라이아토믹캐피탈(Triatomic Capital)·TO캐피탈·TF캐피탈·마나벤처스(Mana Ventures)·토요타벤처스(Toyota Ventures)·오버매치(Overmatch)·보더리스(Borderless)가 참여했다.

회사가 만드는 ‘패브릭(Fabric)’ 아키텍처는 컴퓨팅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 기존 프로세서가 명령어를 순서대로 하나씩 처리한다면, 패브릭은 프로그램을 일종의 회로로 취급해 데이터가 준비되는 즉시 해당 연산이 실행되도록 병렬로 흘려보낸다. 이 구조로 일반 연산에서 10~100배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렸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핵심은 범용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C·C++을 비롯한 표준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를 그대로 지원해, 특정 AI 연산 하나에만 특화된 ‘전용 AI칩’들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제대로 못 받치고 AI가 진화할 때마다 무용지물이 될 위험을 안는 것과는 다르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다만 지금 실제로 팔리는 물건은 데이터센터용 칩이 아니라 엣지용 칩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첫 양산품 ‘일렉트론 E1(Electron E1)’은 물리적 AI·자율주행·핵심 인프라 모니터링·우주 및 방산·웨어러블 기기처럼 배터리로 돌아가는 소형 기기에 이미 납품 중이며, 2025년 CES 혁신상을 받았다. 데이터센터급 성능은 같은 패브릭 아키텍처를 확장해 만들겠다는 목표일 뿐, 그에 해당하는 양산품이나 고객은 아직 없다. 이번 9700만 달러는 바로 이 확장 작업, 즉 엣지에서 데이터센터급으로 아키텍처를 끌어올리는 데 들어간다.

브랜던 루시아(Brandon Lucia) 최고경영자(CEO)는 카네기멜런대(CMU) 교수로, 같은 대학 교수 네이선 벡먼(Nathan Beckmann), 두 사람의 박사과정 지도학생이었던 그레이엄 고비에스키(Graham Gobieski),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창업해 삼성에 매각한 연쇄창업가 알렉스 호킨슨(Alex Hawkinson)과 함께 2022년 회사를 세웠다. CMU의 국립과학재단(NSF) 지원 연구에서 나온 기술을 사업화한 셈이다. 루시아 CEO는 “우리가 만나는 모든 고객이 전력 예산 탓에 만들지 못하는 제품 버전을 하나씩 갖고 있다”며 “이번 투자로 그런 신규 활용 사례와 영역을 훨씬 더 많이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티큐벤처스의 앤드루 마크스 공동창업 파트너는 “브랜던·그레이엄·네이선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어낸 능력, 그리고 그 돌파구를 사업으로 전환해낸 점에 확신이 섰다”며 “이미 네 차례나 테이프아웃(설계 확정)했고, 이미 대량으로 칩을 고객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피션트컴퓨터는 지난해 말 시드로 약 1600만 달러를, 올해 2월 트라이아토믹캐피탈 주도 시리즈A로 6000만 달러를 유치한 바 있다 — 시리즈A 이후 7개월 만에 이번 시리즈B로 이어진 셈이다.

경쟁 구도도 이 ‘엣지 vs 데이터센터’라는 두 단계에 맞춰 갈린다.

지금 에피션트컴퓨터가 실제로 겨루는 엣지·물리적 AI 시장에는 이미 자리 잡은 곳이 많다. 나스닥 상장사 앰비크(Ambiq)는 초저전력 엣지 AI 반도체로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90% 가까이 늘었다. 네덜란드의 이나테라(Innatera)는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 기반 초저전력 칩 ‘펄사(Pulsar)’로 연기감지기·웨어러블에 이미 들어가 있으며, 기존 AI칩 대비 지연은 최대 100분의 1, 소비전력은 최대 500분의 1이라고 주장한다. 아날로그 인메모리 연산 방식의 미씩(Mythic)도 같은 시장을 노린다.

데이터센터급으로 넘어가면 판이 훨씬 커진다. 전설적 칩 설계자 짐 켈러가 이끄는 텐스토렌트(Tenstorrent)는 에피션트컴퓨터와 마찬가지로 ‘범용성을 유지한 효율’을 내세우지만 체급이 다르다 — RISC-V 기반 CPU ‘아스칼론’과 AI 코어 ‘텐식스’를 라이선스 지식재산권(IP)으로 파는 전략을 쓰며, 최근 피델리티 주도로 8억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가 32억 달러로 뛰었고 퀄컴이 80억~100억 달러에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앰피어컴퓨팅(Ampere Computing)은 ARM 기반 서버용 CPU로 정확히 같은 ‘범용+효율’ 승부를 걸었던 회사로, 소프트뱅크가 2025년 3월 65억 달러에 통째로 인수했다 — 이 시장이 대기업이 거액을 주고 사갈 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에피션트컴퓨터가 애써 거리를 두려는 ‘특정 연산 전용 AI칩’ 진영에는 세레브라스(Cerebras)·에치드(Etched) 같은 회사들이 있다. 세레브라스는 지난 5월 나스닥에 상장해 55억 달러를 조달했고 상장 첫날 주가가 108% 뛰었다 — 전용 칩도 충분히 큰 사업이 될 수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또 다른 추론 전용 칩 강자였던 그록(Groq)은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와 200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으며 창업자 조너선 로스를 포함해 인력의 90%가 엔비디아로 넘어갔고, 지금은 엔비디아 자체 데이터센터용 추론 플랫폼 안에서 일한다 — 전용 칩 진영조차 결국 ‘범용 데이터센터’라는 중력에 끌려가는 모습이다. AI 추론 칩 경쟁 구도 전반에 대해서는 여기를 참고하시길.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Energy-Efficient General-Purpose Chip Maker Efficient Computer Raises $97M at $650M Valu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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