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23andMe, 파산 보호 신청…CEO 앤 워치츠키 사임 후 독립 입찰자로 나서 


유전자 검사 기업 23andMe가 미국에서 파산 보호를 신청하며 자산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3월 23일(현지시간), 회사는 동미주리 연방 파산 법원에 자발적으로 챕터 11을 신청하며, 법원 감독 아래 자산을 매각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동시에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앤 워치츠키(Anne Wojcicki)가 즉시 효력을 발휘해 CEO직에서 사임하고, 독립 입찰자로서 회사를 인수하려는 의사를 표명했다.

23andMe logo - 와우테일

23andMe 이사회 특별위원회 의장 마크 젠슨(Mark Jensen)은 “철저한 전략적 대안 검토 끝에 법원 감독 하의 매각이 최선의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는 “이 과정이 운영 및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비용 절감을 지속하며 법적·임대 관련 부채를 정리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우리는 직원과 자산의 가치를 믿고 있으며, 인간 게놈을 통해 사람들의 건강과 이해를 돕는 사명을 고객과 환자를 위해 이어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앤 워치츠키는 X에 올린 게시물에서 “특별위원회가 챕터 11 절차를 통해 회사를 매각하려는 계획을 발표한 것에 실망했지만, 회사를 지지하며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며 “최선의 입찰자로서 회사를 추구하기 위해 CEO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그녀는 “우리의 성공도 많았지만 오늘의 도전 과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낀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속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회사와 그 미래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3andMe의 몰락: 재정난과 데이터 유출

23andMe는 2006년 설립 이후 타액 기반 DNA 검사 키트로 고객들에게 유전적 조상과 건강 정보를 제공하며 주목받았다. 2021년 리처드 브랜슨의 SPAC(특수목적인수회사)을 통해 상장하며 약 35억 달러(약 4조 7천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고, 한때 시가총액이 60억 달러(약 8조 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수익을 내지 못하며 주가는 99% 이상 폭락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5천만 달러(약 670억 원) 이하로 추락했다. 2024 회계연도 첫 9개월 동안 매출은 7% 감소한 가운데 1억 7,400만 달러(약 2,3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2023년 발생한 대규모 데이터 유출 사건은 회사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해커들은 약 690만 명의 고객 데이터를 탈취했으며, 이는 유대계와 중국계 고객을 표적으로 한 것으로 보였다. 유출된 데이터에는 성별, 출생 연도, 유전적 소인, 조상 정보 등이 포함되었고, 일부는 해커 포럼에서 판매되었다. 2024년 9월, 23andMe는 이 사건 관련 집단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3천만 달러(약 400억 원)를 지급하며 합의했다. 이 사건 이후 고객 유지율이 급격히 떨어졌고, 키트 주문량도 감소했다.

내부 갈등과 구조조정

회사의 어려움은 재정적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2024년 9월, 독립 이사 7명 전원이 워치츠키의 회사 비공개 전환 제안에 반대하며 사임했다. 이들은 그녀의 계획이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11월, 23andMe는 전체 직원의 40%인 약 200명를 해고하고, 수익성 악화로 치료제 개발 사업을 중단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태를 내부 갈등의 정점으로 평가하며, 워치츠키와 이사회의 대립이 파산 신청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데이터 보안 우려와 캘리포니아 경고

파산 신청으로 고객 데이터의 운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andMe는 “데이터 저장, 관리, 보호 방식은 변하지 않으며, 인수자는 관련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회사가 매각되면 새로운 소유자가 프라이버시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롭 본타(Rob Bonta)는 23andMe 고객들에게 재정난에 빠진 회사가 보유한 유전자 데이터를 삭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는 회사의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민감한 정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캘리포니아 프라이버시법에 따라 데이터 삭제 권한이 있음을 강조했다.

시장 한계와 향후 전망

23andMe는 일회성 키트 판매에 의존하며 지속적인 수익을 내지 못했다. 구독 모델로 전환하려 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경쟁사 AncestryDNA도 시장 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전자 검사 시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물론 암을 비롯한 치료제 분야에서 유전자 분석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지만, B2C 대상의 유전자 검사 시장은 다른 이야기가 되고 있다. 

23andMe의 파산은 혁신 기술 기업이라도 수익성과 데이터 보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500만 명 이상의 고객은 자신의 유전자 정보가 어떻게 처리될지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이 사건은 개인 데이터의 중요성과 기업 책임에 대한 논의를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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