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대 퇴학생이 만든 AI 부정행위 도구 ‘클루리’, 530만 달러 투자유치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퇴학당한 21세 청년이 설립한 스타트업이 530만 달러(약 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술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인 창업자 청인 로이 리(Chungin Roy Lee)와 그의 동료 닐 샨무감(Neel Shanmugam)이 설립한 ‘클루리(Cluely)’는 “모든 것을 속일 수 있는” AI 도구를 제공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Cluely co founders - 와우테일

논란의 시작: InterviewCoder와 컬럼비아 퇴학

로이 리는 2024년 가을 컬럼비아 대학교 컴퓨터공학 전공으로 편입한 후, 창업을 목표로 닐 샨무감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실패를 거듭하던 중, 두 사람은 바이럴 마케팅을 활용한 창업 아이디어를 고민했고, 그 결과 Leetcode 스타일의 기술 면접에서 부정행위를 돕는 AI 도구인 InterviewCoder를 개발했다. 이 도구를 활용해 로이는 메타(Meta), 틱톡(TikTok), 아마존(Amazon), 캐피털 원(Capital One) 같은 대기업에서 2025년 여름 인턴십 오퍼를 받았다.

로이는 이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해 공개했고, 영상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아마존은 영상 삭제를 요구하며 컬럼비아 대학교에 압력을 가했다. 아마존은 “이 학생을 퇴학시키지 않으면 컬럼비아 졸업생을 더 이상 채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지난 2월 28일 컬럼비아는 로이가 “파일 배포 협약(File Distribution Agreement)”을 위반했다며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 로이가 면접 영상을 공개한 것이 문제로 지목되었고, 이후 기밀 문서 유포를 이유로 추가 징계가 이어졌다. 결국 2025년 3월, 로이와 닐은 공식적으로 퇴학당했다.

바이럴과 논쟁: Leetcode 면접의 허점

InterviewCoder는 Leetcode 스타일의 기술 면접이 실질적인 엔지니어링 능력을 평가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업계 일부에서는 Leetcode를 구시대적이고 시간 낭비라고 비판해왔으며, 클루리(Cluely)의 창업자들도 이에 동의했다. 예를 들어, Homebrew의 창시자가 구글의 코딩 면접에서 탈락한 사례가 언급되며 Leetcode 면접의 한계가 부각되었다. 로이가 X 플랫폼에 올린 퇴학 관련 스레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는 클루리의 기반이 되었다.

클루리의 출시와 비전

퇴학 이후 로이와 닐은 InterviewCoder를 발전시켜 클루리(Cluely)를 설립했다. 이 서비스는 면접뿐만 아니라 시험, 영업 통화, 회의, 협상 등 다양한 상황에서 부정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AI 도구를 제공한다. 이 도구는 인터뷰어 또는 시험 감독이 볼 수 없는 숨겨진 브라우저 창을 통해 작동한다.

클루리는 자신들을 계산기나 맞춤법 검사기 같은 발명품에 비유하는 선언문를 발표했다. 이들은 “과거 계산기와 맞춤법 검사기가 부정행위로 비판받았지만, 이제는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다”며 AI 도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또한, 로이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데이트 중 숨겨진 AI 도구를 사용해 나이와 예술 지식을 속이는 장면을 담은 출시 영상을 공개했다. 

YouTube 동영상

투자 유치와 비즈니스 성과

로이는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클루리가 액스트랙트 벤처스(Abstract Ventures)와 수사벤처스(Susa Ventures)로부터 530만 달러(약 70억 원)의 시드 펀딩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 서비스는 4월 초에 이미 연간 반복 매출(ARR) 300만 달러(약 40억 원)를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로이는 Cluely의 CEO로, 닐 샨무감은 COO로 활동 중이다. 컬럼비아 대학교는 학생 프라이버시 법을 이유로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클루리의 출시는 기술 업계에서 엇갈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아마존은 로이의 사례에 대해 구체적인 논평을 피했으나, “지원자는 면접 중 승인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Cluely는 이번 달 논란이 된 유일한 AI 스타트업이 아니다. 최근 한 유명 AI 연구자가 “모든 인간 노동자를 대체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스타트업을 발표하며 X에서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로이는 X를 통해 “가장 큰 리스크는 징계 통지서를 공개하며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며, “위험해 보이는 일도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 자신의 직감을 믿고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교에 대해 “이상한 입장을 취했지만, 학교에서 공동 창업자를 만났기에 불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로이 리와 닐 샨무감의 Cluely는 기술 면접의 허점을 파고들며 시작된 논란을 발판으로, AI 부정행위 도구라는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컬럼비아 대학교 퇴학이라는 위기를 바이럴 마케팅으로 전환해 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이들의 행보는 기술 윤리, 면접 방식, 그리고 창업의 리스크와 보상에 대한 논쟁을 계속해서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