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글로벌 AI 시장을 뒤흔들었던 딥시크(DeepSeek)가 지난 수요일 오전 위챗 공지를 통해 R1 추론 AI 모델의 업데이트 버전을 공개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모델은 개발자 플랫폼인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통해 공개되며,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MIT 라이선스를 적용받는다.

딥시크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는 ‘마이너’ 업그레이드이지만, 685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대규모 모델로서 일반 소비자 하드웨어에서는 구동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량화 버전의 혁신적 성능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딥시크가 함께 공개한 ‘디스틸(distilled)’ 버전인 DeepSeek-R1-0528-Qwen3-8B 모델이다. 이 경량화 모델은 알리바바가 지난 5월 출시한 Qwen3-8B를 기반으로 구축되었으며, 동급 규모 모델들 대비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수학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AIME 2025 벤치마크에서 구글의 제미니 2.5 플래시보다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발표한 Phi 4 추론 모델과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HMMT 수학 점수를 달성했다.

디스틸 모델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

디스틸 모델은 대형 모델의 지식을 소형 모델에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기술로, AI 민주화의 핵심 동력으로 여겨진다. DeepSeek-R1-0528-Qwen3-8B는 40-80GB RAM GPU(엔비디아 H100 등) 한 대로 구동 가능한 반면, 원본 R1 모델은 80GB GPU 12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접근성 면에서 혁신적이다.

딥시크는 업데이트된 R1이 생성한 텍스트를 활용해 Qwen3-8B를 파인튜닝하는 방식으로 이 모델을 개발했다. 허깅페이스 모델 페이지에서 딥시크는 이 모델을 “추론 모델에 대한 학술 연구와 소규모 모델 중심의 산업 개발 모두에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AI 경쟁 지형의 변화

이번 딥시크의 발표는 최근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AI 추론 모델 경쟁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의미한다. OpenAI는 지난 4월 o3와 o4-mini 추론 모델을 발표하며 수학, 코딩, 과학 분야에서 특화된 성능을 강조했다. 구글 또한 Gemini 2.5 Pro와 Flash 모델을 통해 ‘생각하는’ 기능을 도입하며, 개발자들이 추론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특히 구글의 제미니 2.5 플래시는 ‘생각 예산(thinking budget)’ 개념을 도입해 비용과 성능 사이의 균형을 조절할 수 있는 혁신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딥시크의 경량화 모델이 이를 상회하는 성능을 보여준다는 점은 중국 AI 기업의 기술력이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픈소스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

딥시크의 MIT 라이선스 적용은 AI 업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LM Studio 등 여러 플랫폼이 이미 API를 통해 해당 모델을 제공하고 있으며, 상업적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자 커뮤니티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폐쇄적 모델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OpenAI나 제한적 접근을 제공하는 구글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특히 디스틸 모델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하드웨어 요구사항으로 인해 중소기업이나 개인 개발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AI 기술의 대중화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 우려와 규제 이슈

한편 딥시크는 올해 초 R1 모델 발표 이후 미국 일부 규제 당국으로부터 국가 안보 위험을 제기하는 기업으로 지목받았다. 이번 업데이트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킬지 주목된다.

그러나 오픈소스 정책과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딥시크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특히 경량화 모델을 통한 접근성 개선은 AI 기술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업계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틸 모델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AI 생태계의 핵심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이며, 대형 기술 기업들 역시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