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포지, 3천만 달러 투자유치.. “우주에서 반도체 소재 제조”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 본사를 둔 우주 기술 스타트업 스페이스 포지(Space Forge)가 우주 환경에서 웨이퍼 소재를 제조하기 위해 시리즈 A 라운드에서 약 3,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NATO 이노베이션 펀드가 주도했으며, 기후기술 전문 벤처캐피털 월드 펀드(World Fund)가 공동 주도했다.

space forge team - 와우테일

우주 제조 기술의 혁신적 접근법

인공지능과 전기차 산업의 급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 실리콘 기반 기술은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스페이스 포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주의 독특한 물리적 환경을 활용하는 혁신적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주에서의 반도체 제조가 갖는 핵심 장점은 무중력 상태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특성에 있다. 지상에서 크리스털을 성장시킬 때는 중력의 영향으로 밀도 차이에 따른 대류 현상이 발생하며, 이는 불균일한 온도 분포와 결정 결함을 야기한다. 반면 무중력 환경에서는 이러한 대류가 발생하지 않아 훨씬 균질하고 완벽한 크리스털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우주는 진동이나 외부 충격이 거의 없는 극도로 안정된 환경을 제공한다. 지상에서는 기계적 진동, 온도 변화, 대기 압력 변동 등이 크리스털 성장 과정에 미세한 교란을 일으키지만, 우주에서는 이러한 간섭 요소들이 최소화된다.

구체적인 제조 공정과 기술적 우위

우주에서의 반도체 제조 과정은 여러 단계로 구성된다. 원료 물질들이 우주선 내의 특수 제조 챔버로 운반되어 정밀하게 제어된 온도와 압력 조건 하에서 크리스털 성장이 진행된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액체 상태의 반도체 원료가 표면 장력에 의해 완벽한 구형을 유지하며, 이는 균일한 열 전달과 물질 확산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제조된 반도체 소재는 결함 밀도가 현저히 낮아 전자의 이동도가 향상되며, 이는 전력 효율성과 처리 속도 개선으로 직결된다. 조슈아 웨스턴(Joshua Western) 최고경영자는 “우주에서 칩을 제조하는 아이디어는 공상과학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미 1970년대부터 그 가능성이 알려져 있었다”며 “50년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 기술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상 제조 대비 현저한 성능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용적 적용 사례와 전략적 파트너십

스페이스 포지의 기술은 이미 실용적 적용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영국 통신회사 BT(구 브리티시 텔레콤)는 우주에서 성장시킨 크리스털 소재를 5G 기지국에 통합하여 전력 소비를 줄이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주에서 제조된 크리스털의 낮은 결함 밀도는 장치의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이중 용도 잠재력은 방산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NATO 이노베이션 펀드가 투자를 주도한 이유이며, 미국의 주요 방산업체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는 극도로 정밀한 반도체 소재가 필요한데, 우주에서 제조된 소재의 낮은 결함 밀도는 양자 상태의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혁신적 지구 귀환 시스템과 기술적 도전

스페이스 포지는 로켓 제조는 하지 않고 기존 우주 발사 서비스를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웨스턴 CEO는 발사를 “해결된 문제”라고 표현하며, 회사의 핵심 역량을 우주 제조와 지구 귀환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독창적인 지구 귀환 시스템이다. 아폴로 캡슐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 대신, 스페이스 포지는 “우주에서 온 메리 포핀스”라고 불리는 우산 형태의 우주급 열 차폐막 ‘프리드웬(Pridwen)’을 개발했다. 또한 귀환하는 위성을 안전하게 착수시키기 위한 부유식 그물 시스템 ‘필더(Fielder)’도 개발했다.

우주에서의 제조 과정은 극한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 기술적 복잡성을 수반한다. 극저온과 극고온을 오가는 온도 변화, 우주 방사선, 그리고 제한된 전력 공급 등이 주요 도전 과제다. 스페이스 포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주급 내구성을 갖춘 제조 장비를 개발하고 있으며, 자동화된 제조 프로세스를 통해 인간의 개입 없이도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유럽 내 인프라 구축과 지정학적 의미

스페이스 포지는 유럽 전역에 귀환 인프라를 구축하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주 포르투갈령 아조레스 제도의 산타 마리아 섬에 사무소를 개설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 지역은 유럽 본토에서 위성 귀환에 적합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 산업 규모 확장을 위한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정학적 변화도 스페이스 포지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대만산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자체적인 차세대 반도체 소재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월드 펀드의 다리아 사하로바(Daria Saharova) 제너럴 파트너는 “미래 컴퓨팅에 필요한 차세대 초소재의 탄력적이고 자체적인 공급망이 시급하며, 이러한 칩 공급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어야 한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향후 계획과 경제적 전망

스페이스 포지는 아직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상태다. 2023년 콘월에서 진행된 첫 시도는 버진 오빗(Virgin Orbit)의 로켓 이상으로 6분 30초 만에 종료되었으며, 포지스타-0(ForgeStar-0) 위성을 포함한 전체 페이로드를 잃었다.

이번 투자 자금을 통해 회사는 최신 우주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올해 말 포지스타-1(ForgeStar-1) 실증기와 프리드웬 열 차폐막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스타워즈에 대한 오마주로 이 임무의 공식 명칭을 “포지 어웨이큰스(The Forge Awakens)”로 발표한 것도 5월 4일 스타워즈 데이에 맞춰 공개되었다.

현재로서는 우주 제조의 비용이 상당히 높지만, 발사 비용의 지속적인 감소와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경제성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반도체 소재의 경우, 성능 향상으로 인한 프리미엄이 추가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우주에서의 반도체 제조는 지상 기술이 도달하기 어려운 성능 영역을 개척하여, 차세대 컴퓨팅과 통신 기술의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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