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AI ‘하비’, 50억 달러 기업가치로 3억 달러 투자 유치


법률 업계를 위한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하비(Harvey)가 50억 달러(약 7조 1,500억 원) 기업가치로 3억 달러(약 4,290억 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와 코투(Coatue)가 공동 주도했으며, 세쿼이아캐피탈(Sequoia Capital), GV, DST 글로벌, 컨빅션(Conviction), 엘라드 길(Elad Gil), 오픈AI 스타트업 펀드, 엘리멘탈(Elemental), SV 엔젤, 크리스 프레드릭슨(Kris Fredrickson), REV 등이 참여했다.

Harvey logo - 와우테일

이번 투자로 하비는 1조 달러 규모의 법률 시장을 겨냥한 AI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높은 공개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아이언클래드(Ironclad)는 2022년 시리즈 E에서 32억 달러, 클리오(Clio)는 2024년 시리즈 F에서 30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어 하비의 성과가 더욱 돋보인다.

설립 3년 만에 53개국에 고객을 보유하게 된 하비는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직원 수를 현재 340명에서 두 배로 늘려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세무회계 등 새로운 전문 서비스 분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변호사 출신이자 공동창업자인 윈스턴 와인버그 CEO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이런 규모의 투자 유치가 필요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하비는 폴 와이스(Paul, Weiss) 등 대형 로펌과 KKR, PwC 등 주요 기업의 사내 법무팀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 337개의 법률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직원 중 18%가 변호사로 구성되어 법률 업계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회사의 차별화 요소다.

하비의 핵심 서비스는 오픈AI의 ChatGPT, 앤스로픽의 클로드 등 최신 대형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구축된 법률 전용 AI 솔루션이다. 단순히 범용 AI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들이 직접 설계한 법률 업무 전용 데이터와 워크플로우를 결합해 실무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각 로펌의 고유한 업무 방식과 문서 체계에 맞춰 모델을 개별 맞춤화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때 활용되는 로펌의 기밀 문서들은 해당 기업에서만 접근할 수 있도록 완전히 격리된 환경에서 처리된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는 법률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만큼, 하비는 회사 조직의 10% 이상을 보안 전문가로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공인 보안 표준을 충족하며 정기적인 제3자 보안 테스트를 실시해 고객 데이터의 안전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하비의 비즈니스 개발팀에서 근무하는 변호사 겸 MBA인 후안 파블로 산도발 셀리스에 따르면, 고객들이 하비를 사용해 수 주가 걸리던 법률 업무를 몇 분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계약서 검토, 법률 리서치, 문서 작성 등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업무들을 AI가 대신 처리하면서 변호사들이 보다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법무 서비스는 시간당 수임료 방식으로 과금되어 왔지만, 와인버그 CEO는 특정 법률 업무가 점차 정액제로 전환되고 있으며, AI 도구의 광범위한 활용이 오히려 변호사들에게 더 많은 업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AI 도구 없이는 대기업을 지원하거나 경쟁할 수 없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법률 업계의 AI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클라이너 퍼킨스의 일리야 푸시만 파트너는 하비가 모든 측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며 수직적 AI 기업이 어떻게 구축되고 실행되어야 하는지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픈AI가 첫 ChatGPT를 출시하기 훨씬 이전부터 많은 기업들이 AI 변호사 서비스 구축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한 가운데, 하비는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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