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서 맞붙은 한국 창업자들… 클루리 급성장 vs 피클 무료 대항마


논란의 AI 스타트업 클루리(Cluely)가 엔터프라이즈 제품 출시 1주일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 700만 달러를 달성했다고 창업자 로이 리(Roy Lee)가 밝혔다.

와우테일은 앞서 클루리가 53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보도했으며, 이후 1,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급속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매출 급증은 클루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견인력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이 리에 따르면 클루리의 ARR은 제품 출시 전 300만 달러에서 현재 700만 달러로 급증했다. 그는 “회의나 면접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루리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스타트업 중 하나로, AI를 활용해 온라인 대화를 분석하고 실시간 노트를 제공하며 맥락 정보와 질문 제안을 화면에 표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정보가 사용자 화면에만 표시되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클루리는 로이 리가 X(구 트위터)에 자신이 컴퓨터 공학 면접 부정행위 도구를 개발해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정학 처분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이 기술로 제품과 스타트업을 만들어 “모든 것을 속일 수 있다”는 마케팅 문구를 사용했다. 현재는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앱스트랙트 벤처스(Abstract Ventures), 수사 벤처스(Susa Ventures) 등 유명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으며 마케팅 메시지를 “당신이 필요한 모든 것. 묻기 전에… 마치 부정행위를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순화했다.

클루리의 엔터프라이즈 버전은 일반 소비자 제품과 유사하지만 팀 관리와 추가 보안 설정 등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주요 활용 분야는 영업 통화, 고객 지원, 원격 튜터링 등이다. 로이 리는 한 상장 기업이 이번 주 클루리와의 연간 계약을 250만 달러로 두 배 늘렸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객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기능은 클루리의 실시간 노트 작성 능력이라고 로이 리는 설명했다. 그는 “회의 노트는 매우 끈끈하고 흥미로운 AI 활용 사례로 입증되었다. 경쟁사 제품들의 유일한 문제는 모두 통화 후에 제공된다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회의 도중에 노트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흥미롭게도 클루리의 실시간 노트 작성 기능에 대한 경쟁 제품이 한국 창업자에 의해 등장했다. 디지털 클론 팩토리를 표방하는 피클(Pickle)은 X에서 글래스(Glass)라는 오픈소스 무료 제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클루리와 매우 유사한 기능을 제공한다.

피클은 박채근 대표가 설립한 AI 기반 실시간 아바타 서비스 개발 스타트업으로, 작년 9월 설립되어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프로그램에 선정되고 최근 총 60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한국 창업자가 미국에 설립한 피클이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진 로이 리의 클루리와 유사한 기능의 오픈소스 제품을 출시한 것은 한국 출신 창업자들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하는 흥미로운 구도를 보여준다.

글래스는 하루 만에 850개 이상의 스타를 받고 거의 150번 포크되어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클루리의 기술적 접근법이 복제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며, 동시에 한국 출신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에서 AI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클루리는 논란적인 시작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보여주며 AI 기반 미팅 도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피클의 글래스와 같은 오픈소스 경쟁자들의 등장과 함께 기술적 차별화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의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같은 한국 배경을 가진 창업자들 간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AI 시장에서의 한국 창업자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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