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시대: 기업공개 위축이 부른 인수합병 붐


벤처 투자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기술기업이 주도하던 스타트업 인수 시장에서, 이제는 벤처캐피털(VC)의 지원을 받은 대형 스타트업들이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현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VC Exit Strategy IPO to MA - 와우테일

크런치베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스타트업 인수 건수는 91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특히 달러 기준 거래 규모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155% 급증했다. 이는 단순한 시장 변동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PitchBook의 2025년 2분기 M&A 전망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IPO 창구가 좁아지고 빅테크 기업들이 규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M&A가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실현 가능한 유동성 확보 경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5년 상반기 스타트업 M&A 현황

구분2024년 상반기2025년 상반기증감률
거래 건수812건918건+13%
거래 규모약 640억 달러1,000억 달러++155%
평균 거래 규모7,900만 달러1억 900만 달러+38%

출처: Crunchbase Global Startup Report 2025 / PitchBook Q2 2025 US VC-Backed M&A Outlook

IPO 시장 침체가 부른 나비효과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IPO 시장의 지속적인 위축이 자리하고 있다. Ernst & Young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미국 IPO는 전년 대비 83% 급감한 181건에 그쳤고, 2023년에는 154건으로 더욱 줄어들었다. 2024년 중반까지도 전년 대비 18% 소폭 증가에 그치며 회복세는 미미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IPO 시장 침체가 벤처캐피털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다. VC들은 일반적으로 5-10년 내에 LP들에게 자본을 회수해 돌려줘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출구 전략인 IPO가 막히면서, VC들은 대안적 전략을 모색하게 됐다.

IPO vs M&A 트렌드 비교 (2020-2025)

📊 연도별 출구 전략 변화

2020년: IPO 85% | M&A 15%

2021년: IPO 78% | M&A 22%  

2022년: IPO 45% | M&A 55%

2023년: IPO 35% | M&A 65%

2024년: IPO 28% | M&A 72%

2025년*: IPO 25% | M&A 75%

*2025년은 상반기 추정치

출처: PwC Global M&A Trends Report

VC의 새로운 전략: 대형 스타트업을 통한 간접 출구

이런 상황에서 VC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 간 M&A’를 통한 간접적 출구 전략이다. 크런치베이스의 2025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81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7% 급증한 반면, 초기 단계 투자는 240억 달러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VC들이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키운 대형 스타트업을 인수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25년 초 생성형 AI와 바이오테크 투자 급증으로 후기 단계 평균 투자 규모가 2억 7천만 달러라는 거대한 수준에 달했다.

투자 단계별 자금 흐름 변화

투자 단계2024년 1분기2025년 1분기증감률
초기 단계 (Series A 이하)380억 달러240억 달러-37%
중기 단계 (Series B-C)420억 달러510억 달러+21%
후기 단계 (Series D 이상)330억 달러810억 달러+147%

출처: Crunchbase Q1 2025 Venture Report

대형 딜의 등장과 AI 중심 재편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실제 대형 인수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OpenAI가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공동 창립한 Io를 65억 달러에 인수한 사례나, 데이터브릭스가 네온을 10억 달러에 인수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PitchBook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2분기는 “전략적 국경 간 통합, 균형 잡힌 섹터 노출, 그리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가치평가 일치”로 특징지어지는 견고한 분기였다. 2분기 미국 VC 엑싯(회수) 활동은 394개 회수에서 677억 달러를 창출해 2021년 4분기 이후 최고 분기별 가치를 기록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대형 인수를 주도하는 스타트업들이 모두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메가 유니콘’들이라는 것이다. 2025년 초 2025년 초 코어위브(CoreWeave)의 IPO(230억 달러 규모), 구글의 위즈(Wiz) 인수(320억 달러), 그리고 OpenAI의 400억 달러 펀딩 라운드 등이 미국 벤처캐피털에 대한 초기 낙관론을 시사했다.

피치북이 주목하는 2025년 엑싯(회수) 트렌드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소프트웨어 섹터가 지속적으로 출구 활동을 주도
  • GP들이 적시 수익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선별(triage) 중
  • 인수기업들의 전략 전환이 가속화
  • M&A가 많은 스타트업의 가장 실현 가능한 유동성 경로로 부상

경제적 합리성과 시장 생존 전략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경제적 합리성에 기반한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딜로이트의 2025년 M&A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 VC 지원 IPO의 평균 수익률이 117%를 넘어서는 등 긍정적 신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IPO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다.

베인앤컴퍼니의 M&A 보고서는 “2024년 거래 가치가 글로벌 GDP 대비 역사적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M&A와 사업 매각이 기업들이 기술 혁신과 탈세계화 경제를 헤쳐나가는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환경에서 VC들에게는 포트폴리오 내 대형 스타트업을 통해 다른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하게 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산 인수와 인재 영입을 결합한 ‘애크하이어(acquihire)’ 형태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어, 기술과 인재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주요 스타트업 간 메가딜 사례 (2025년)

인수기업피인수기업거래금액분야전략적 목적
OpenAIIo (조니 아이브 공동창립)65억 달러AI 하드웨어디바이스 통합
데이터브릭스Neon10억 달러데이터베이스플랫폼 확장
리플Hidden Road12.5억 달러크립토금융 인프라
클리오vLex10억 달러리걸테크글로벌 확장

출처: 각 기업 공시 및 Crunchbase M&A Database

새로운 생태계의 탄생

결국 현재의 스타트업 간 M&A 붐은 IPO 시장 위축으로 인한 VC들의 전략적 대응이자, 벤처 생태계 자체의 자기 진화 과정으로 해석된다. 전통적인 ‘스타트업→IPO→자본 회수’ 모델에서 ‘스타트업→대형 스타트업 인수→간접 회수’ 모델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새로운 역학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인수 대신 동종 업계 스타트업 간의 결합이 증가하면서, 보다 전문화되고 집중된 형태의 통합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각 분야별로 더욱 강력한 플레이어들을 탄생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도 IPO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스타트업 간 M&A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VC들에게는 새로운 출구 전략을, 스타트업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이 변화가 벤처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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