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ERP 릴렛, 12주 만에 7천만 달러 추가 투자 유치


AI 기반 기업자원관리(ERP) 플랫폼 릴렛(Rillet)이 안드리슨 호로위츠(a16z)와 아이코닉 캐피털이 공동 주도한 시리즈 B 라운드에서 7천만 달러를 투자받았다고 발표했다.

rillet logo - 와우테일

이번 투자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시리즈 A 펀딩 완료 후 단 12주 만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릴렛은 세콰이어 캐피털이 주도한 시리즈 A에서 2천500만 달러를 조달한 바 있으며,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총 1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다. 기업가치는 약 5억 달러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릴렛은 유럽 디지털 뱅크 N26의 전 미국 대표 니콜라스 코프와 N26 결제 인프라 설계자 스텔리오스 모데스가 2021년 공동 창립했다. 코프 CEO는 “N26에서 최고 수준의 재무팀과 함께 일했지만, 핵심 비즈니스 지표를 얻기 위해 몇 주씩 기다려야 했던 경험이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고 밝혔다.

릴렛이 기존 ERP 시장에서 차별화되는 지점은 ‘AI 네이티브’ 접근 방식이다. 오라클의 넷스위트, 세이지의 인택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내믹스 같은 기존 시스템들이 단순히 거래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에 그쳤다면, 릴렛은 처음부터 AI가 시스템 내에서 직접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재무팀은 실시간으로 협업하고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며, 데이터 발생 즉시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스프레드시트와 별도 분석 툴에서 처리해야 했던 작업들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되는 셈이다.

실제 성과도 눈에 띈다. 출시 후 200개 이상의 기업이 고객사로 참여했으며, 시리즈 A 이후 12주 동안 연간 반복 수익(ARR)이 두 배로 증가했다. 연매출 1억 달러 규모의 포스트스크립트(Postscript)는 릴렛 도입으로 장부 마감 기간을 3일로 단축했고, 급성장 스타트업 윈드서프(Windsurf)는 2명의 팀만으로 전체 재무 운영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고객사들은 기존 시스템 구축에 12개월이 걸렸던 것과 달리 4주 만에 릴렛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아르마니노, 위스 같은 미국 상위권 회계법인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구축했다.

릴렛 팀 구성도 독특하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전 EY 컨트롤러, 고객성공 책임자는 PwC 출신, 구현 담당 부사장은 공인회계사 겸 전 고객이다. 실무진이 직접 제품을 만들다 보니 회계 업무의 현실적 니즈가 제품 곳곳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투자로 안드리슨 호로위츠의 알렉스 람펠, 아이코닉의 세스 피에르폰 제너럴 파트너가 이사회에 합류한다. 람펠 파트너는 “재무팀도 영업이나 엔지니어링 분야처럼 AI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며 “릴렛이 AI 시대에 맞는 ERP 인프라를 구축해 그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에르폰 파트너는 “릴렛은 단순한 회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구식 시스템에서 벗어난 재무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더 빠른 인사이트, 더 적은 인력, 더 스마트한 의사결정이라는 명확한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릴렛의 성장 배경에는 회계 업계의 구조적 변화도 있다. 향후 15년 내 회계사의 75%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액센추어는 일상적인 재무 업무의 80%가 자동화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릴렛은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인간과 AI의 새로운 협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5천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회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그동안 대기업들의 레거시 제품이 지배해왔다. 하지만 릴렛 같은 AI 네이티브 플랫폼의 등장으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계획에 대해 코프 CEO는 “AI 역량을 더욱 확장하고 금융기술 생태계 전반과의 통합을 심화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AI 에이전트와 인간 전문성이 협력하여 기업의 재무 성과 관리 방식을 완전히 바꿀 협업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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