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업 직원 자산 다각화 돕는 ‘캐시(Cache)’, 1,250만 달러 투자 유치


기술 기업 직원들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 즉 한두 종목의 회사 주식에 순자산 대부분이 묶여 있는 현상을 해결하는 AI 기반 자산관리 솔루션 캐시(Cache)가 1,250만 달러(약 172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1억 2,500만 달러(약 1,72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cache logo - 와우테일

이번 투자는 퍼스트 라운드 캐피탈(First Round Capital)이 주도했으며, 콰이어트 캐피탈(Quiet Capital)을 비롯해 오토데스크 전 CEO 아마르 한스팔, 아스피리안 설립자 팀 코치스 등 기술 및 금융 분야의 주요 리더들이 참여했다.

캐시의 창업자 스리칸스 나라얀은 자신 역시 우버 주식에 순자산이 집중되어 있었고, 이를 팔아 다각화할 경우 35% 이상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비단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기술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입사 보너스나 성과 보상으로 주식을 지급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식 보유량이 늘어나면서 개인 자산에서 회사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커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5년간 근무한 직원의 순자산 90%가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으로만 구성되어 있거나, 애플이나 엔비디아, 아마존 주식이 순자산의 98~99%를 차지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많다. 이처럼 특정 주식에 자산이 집중되면 해당 기업의 주가 변동성에 개인의 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다. 주가가 예상만큼 오르지 않거나 하락할 경우, 그동안 쌓아 올린 부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더욱이,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여 다각화하려고 하면 양도소득세라는 막대한 세금 부담이 뒤따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선택이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통적인 금융 상품 중 하나가 바로 교환 펀드(Exchange Fund)다. 교환 펀드는 여러 투자자들이 각자 보유한 개별 주식(주로 한 회사 주식에 집중된)을 하나의 펀드에 모아 풀(pool)을 형성하고, 이 펀드가 다시 나스닥-100이나 S&P 500과 같은 주요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다양한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특징은 기존 주식을 펀드에 ‘교환’하는 과정에서 당장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투자자가 펀드 지분을 나중에 매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 납부를 이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세금을 즉시 내지 않고도 다각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기존 교환 펀드는 주로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와 같은 대형 금융기관의 프라이빗 웰스 고객에게만 제공되었으며, 최소 투자금이 100만 달러 이상이고 연간 수수료가 최대 2.5%에 달하는 등 높은 진입 장벽이 있었다. 또한, 펀드가 받아들일 수 있는 특정 주식의 종류나 수용 능력에도 한계가 있어 투자자들이 다각화하고 싶어 하는 특정 주식을 펀드에 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캐시는 이러한 전통적인 교환 펀드의 한계를 극복하며 혁신을 가져왔다. 캐시의 현대적인 교환 펀드는 최소 투자금을 10만 달러로 낮추고, 기존 공급업체 대비 수수료를 50%에서 75%까지 대폭 인하하여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또한, 소비자가 직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나스닥 100을 기반으로 구축된 최초의 교환 펀드로서 경쟁사들의 분기별 주기와 달리 격주로 온보딩이 가능하게 했다. 

캐시의 핵심 기술인 ‘인덱스 싱크(Index Sync)’는 포트폴리오가 나스닥-100 및 S&P 500과 같은 벤치마크에 긴밀하게 정렬되도록 유지한다. 기여된 주식을 ETF 보유분과 연동함으로써 섹터 격차를 채우고, 지수 추적 오차를 방지하며, 세금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투자자들이 실제로 보유한 더 많은 주식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나스닥-100 벤치마크 펀드인 UNIX는 0.99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S&P 500 벤치마크 펀드인 Bedrock은 11개 GICS 섹터 전반에 걸쳐 지수를 긴밀하게 추적하며 출시되었다. 펀드가 격주로 마감됨으로써 투자자들은 몇 달을 기다리지 않고도 더 빠르게 자산을 다각화할 수 있다.

캐시는 서비스 출시 1년여 만에 플랫폼 운용 자산(AUM)을 6억 2,500만 달러까지 성장시켰다. 평균 고객 투자액은 90만 달러에 달하며, 고객 1인당 평균 75만 달러의 양도소득세 납부를 연기하고 있다. 캐시의 고객 중 90%가 교환 펀드를 처음 이용한다는 사실은 캐시 앞에 놓인 엄청난 시장 잠재력을 보여준다. 특히 테슬라 주식처럼 변동성이 큰 종목을 다각화하려는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캐시는 단순한 금융 회사를 넘어 자산 관리 플랫폼 운영을 훨씬 간단하고 저렴하게 만드는 엔드 투 엔드 플랫폼을 구축하며 혁신을 이끌고 있다.

한편, 캐시와 같은 형태의 교환 펀드는 미국의 특정 세법 환경에 특화된 솔루션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 이를 직접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률 및 세제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스리칸스 나라얀이 해결하고자 했던 ‘집중된 주식 보유’ 문제는 전 세계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이므로, 캐시의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한국 시장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시장의 특성과 규제를 고려한 유사 서비스의 등장은 향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