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배터리 소재 ‘그룹14’, SK 주도 4억6300만 달러 투자 유치


실리콘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 그룹14 테크놀로지스(Group14 Technologies)가 SK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4억6300만 달러(약 6200억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그룹14는 총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며 차세대 배터리 소재 분야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Group14 Technologies Group14 SK 1 - 와우테일
Group14’s BAM-3 factory in South Korea delivers SCC55® to Asia’s top battery manufacturers, strengthening the silicon battery supply chain worldwide.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주도 투자사인 SK를 비롯해 포르쉐 인베스트먼트, ATL, OMERS, 디카보나이제이션 파트너스, 라이트록 클라이밋 임팩트 펀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이밋 이노베이션 펀드 등 기존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조달 자금은 미국과 한국에서 그룹14의 핵심 제품인 실리콘 배터리 소재 ‘SCC55’ 제조 규모를 확대하는 데 투입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투자와 함께 그룹14가 SK와 공동 운영해온 한국 상주 소재 합작법인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는 것이다. 2021년 설립된 이 합작법인은 그룹14의 배터리 활물질(BAM) 공장을 운영하며, 전기차급 규모의 SCC55를 생산해왔다. 기존에 SK가 75%의 지분을 보유했던 이 합작법인을 그룹14가 완전히 인수하면서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릭 루베 그룹14 최고경영자는 “고성능 에너지 저장 장치의 미래가 우리의 실리콘 배터리 소재로 이미 현실이 됐다”며 “이는 그룹14에게 중요한 전환점이자, 지역별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고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으로부터 고객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룹14의 한국 BAM-3 공장은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는 아시아에 전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 10기가와트시(GWh) 규모 공장은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전기차 및 소비자 전자제품 배터리 제조업체에 SCC55를 공급하고 있다.

TDK(티디케이) 계열사인 ATL의 조 킷 추 람 부사장은 “그룹14의 기술이 이미 AI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수백만 개의 ATL 배터리에 적용되고 있다”며 “차세대 고성능 실리콘 배터리 구현을 위한 실리콘 양극재의 공급 확대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룹14의 핵심 기술인 SCC55는 기존 흑연 양극재의 한계를 극복한 혁신 소재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최대 10배 많은 전자를 저장할 수 있어 차세대 양극재로 각광받고 있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 부서지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그룹14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리콘이 팽창할 여유 공간을 제공하는 독특한 스캐폴드(비계) 구조를 개발해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소재를 사용할 경우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최대 50% 높일 수 있고, 급속 충전 시간도 10분 이하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기존 흑연과 혼합해 사용하거나 완전히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여전히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연평균 15% 이상 성장해 현재보다 5배 큰 시장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와 투자자들은 전기차를 더욱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 기업들에 대한 투자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그룹14는 워싱턴주에 2개, 한국에 1개 등 총 3개의 상업 규모 BAM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더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독일에 최첨단 실레인 가스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의 핵심 원료를 공급하게 된다.

업계에서 그룹14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현재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량의 95%를 차지하는 고객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전기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본격적인 실리콘 배터리 시대의 문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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