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랄 AI, 17억 유로 투자 유치.. ASML이 최대 주주 등극


프랑스 인공지능 스타트업 미스트랄 AI(Mistral AI)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홀딩(ASML Holding NV) 주도로 17억 유로(약 2조 3,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미스트랄의 기업가치는 117억 유로(약 15조 8,000억 원)에 달해 유럽 최대 규모의 AI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Mistral AI logo - 와우테일

ASML은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13억 유로를 투자해 미스트랄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완전희석 기준으로 11%의 지분을 확보한 ASML은 미스트랄 전략위원회에 참여하는 이사회 의석도 확보했다. 크리스토프 푸케(Christophe Fouquet) ASML CEO는 “ASML은 미스트랄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번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AI 기반의 혁신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통해 ASML 고객에게 명확한 이익을 제공하고, 미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공동 연구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기존 투자사인 DST 글로벌(DST Global),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프랑스정부투자은행 비피프랑스(Bpifrance),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 라이트스피드(Lightspeed), 엔비디아(NVIDIA) 등도 참여했다.

유럽 AI 생태계의 새로운 전환점

2023년 4월 설립된 미스트랄은 구글 딥마인드 출신의 아르튀르 망시(Arthur Mensch) CEO와 메타 출신의 기욤 람플(Guillaume Lample), 티모테 라크루아(Timothée Lacroix)가 공동 창업한 회사다. 세 창업자는 모두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다.

미스트랄은 오픈소스와 상용 대형언어모델(LLM)을 모두 제공하는 회사로, 특히 효율성과 성능의 균형을 중시하는 모델 개발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일반 목적 모델, 전문 모델, 연구 모델로 구분해 다양한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챗GPT와 경쟁하는 대화형 AI 어시스턴트 ‘르 샤(Le Chat)’, 개발자용 플랫폼 ‘라 플랫폼(La Plateforme)’, 코딩 전용 모델 ‘코데스트랄(Codestral)’ 등이 있다.

미스트랄의 매출은 2023년 1,000만 유로에서 2025년 6,000만 유로로 급성장했으며, 기업 고객 확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챗GPT 대신 르 샤를 사용하도록 권장할 만큼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

ASML의 전략적 베팅

ASML은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의 유일한 공급업체다. 대만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가장 첨단 칩을 제조할 때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한 대당 가격이 약 1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EUV 장비는 인간 머리카락 두께의 1만 분의 1인 8나노미터 수준의 정밀한 패턴을 새길 수 있다.

이번 미스트랄 투자는 하드웨어 중심의 ASML이 AI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례적인 행보다. ASML은 미스트랄의 AI 기술을 자사의 반도체 장비 포트폴리오에 통합해 예측 유지보수, 공급망 관리 최적화 등 AI 기반 효율성을 구현할 계획이다.

망시 미스트랄 CEO는 “이번 투자는 같은 가치 사슬에서 운영되는 두 기술 리더를 하나로 모았다”며 “우리는 ASML과 수많은 파트너들이 AI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엔지니어링 과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전체 반도체와 AI 가치 사슬을 발전시키도록 돕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주권을 향한 유럽의 의지

이번 투자는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유럽이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스트랄은 오픈AI,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에 대응할 수 있는 유럽의 대표적인 AI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적 통상 정책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ASML과 미스트랄의 협력은 유럽이 실리콘밸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된다.

미스트랄은 작년 6월 6억 유로를 투자받으며 58억 유로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이번 투자로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뛰었다. 회사는 조달한 자금으로 인재 채용과 인프라 확장, 새로운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ASML-미스트랄 제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통한 AI 개발 방식을 재정의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과 유럽연합의 엄격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제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편, 국내에서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새로 꾸리고 AI 3대 강국에 진입하기 위한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한국 스타트업 및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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