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퀀텀, 10억 달러 투자유치.. 세계 첫 실용 양자컴퓨터 상용화 박차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사이퀀텀(PsiQuantum)이 시리즈 E 라운드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메가펀딩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사이퀀텀의 기업가치는 70억 달러로 평가되며, 현재까지 총 누적 투자금은 18억 달러를 넘어섰다.

psiquantum image - 와우테일

투자는 블랙록(BlackRock) 계열사 펀드가 주도했으며, 테마섹(Temasek), 베일리 기포드(Baillie Gifford)가 참여했다. 새로운 투자자로는 맥쿼리 캐피털(Macquarie Capital), 리빗 캐피털(Ribbit Capital), 엔비디아 벤처 투자 부문인 엔벤처스(NVentures), 아다지 캐피털 매니지먼트(Adage Capital Management), 카타르 투자청(QIA) 등이 합류했다. 기존 투자자인 블랙버드(Blackbird), 써드 포인트 벤처스(Third Point Ventures), T. 로우 프라이스 어소시에이츠(T. Rowe Price Associates) 등도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이번 투자금은 호주 브리즈번과 미국 시카고에 세계 최초의 실용급 양자컴퓨팅 센터 건설, 대규모 프로토타입 시스템 배치, 양자 포토닉 칩과 내결함성 아키텍처 성능 향상에 사용될 예정이다.

사이퀀텀은 2016년 설립된 팰로앨토 기반 양자컴퓨팅 회사로,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활용한 범용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제레미 오브라이언(Jeremy O’Brien) CEO를 비롯해 테리 루돌프(Terry Rudolph), 피터 셰드볼트(Peter Shadbolt), 마크 톰슨(Mark Thompson) 등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출신 연구진들이 공동 창업했다.

사이퀀텀의 핵심 기술은 단일 광자(photon)를 이용한 포토닉 큐비트 방식이다. 기존 초전도 큐비트나 이온 트랩 방식과 달리 광자는 열이나 전자기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아 제어 전자장치를 큐비트 근처에 배치할 수 있어 시스템 크기와 비용, 신호 무결성 면에서 유리하다. 또한 표준 통신용 광섬유를 통해 칩 간 연결이 가능해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는 뉴욕주 글로벌파운드리즈 팹8에서 자체 설계한 오메가(Omega) 포토닉 양자 칩셋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 칩셋에는 100만 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구축에 필요한 모든 첨단 구성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네이처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모든 포토닉 구성 요소가 최첨단 성능을 뛰어넘는 것으로 입증됐다.

특히 사이퀀텀은 바륨 티타네이트(BTO) 소재를 제조 공정에 통합했다. BTO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광학 소재 중 하나로, 초고성능 광 스위치에 이상적이며 광학 양자컴퓨팅 확장의 핵심 구성요소다. 이 소재는 차세대 AI 슈퍼컴퓨터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아 추가 성장 동력으로 기대된다.

냉각 시스템 부문에서도 혁신을 이뤘다. 기존 양자컴퓨터에서 흔히 사용되는 ‘샹들리에’ 스타일의 희석냉장고 대신, 데이터센터 서버랙과 유사한 모듈형 큐보이드 설계의 고밀도 냉각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단일 캐비닛에서 수백 개의 양자 칩을 냉각할 수 있는 용량을 갖췄다.

사이퀀텀은 엔비디아와도 광범위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양자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GPU-QPU 통합, 실리콘 포토닉스 플랫폼 등 다양한 개발 영역에서 파트너십을 맺었다. 피터 셰드볼트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양자컴퓨터는 독립적으로 유용하지 않으며, AI용 데이터를 생성하고 GPU 클러스터로부터 입력을 받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팅의 실용화가 가시화되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신약 개발과 단백질 폴딩 시뮬레이션, 정밀의학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헬스케어 양자컴퓨팅 시장은 2024년 2억 달러에서 2034년 52억 달러로 연평균 38.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는 리스크 분석, 포트폴리오 최적화, 사기 탐지 등에 활용될 수 있다. HSBC와 퀀티넘(Quantinuum)의 협력 사례처럼 주요 금융기관들이 양자컴퓨팅 기술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에서도 큰 역할이 기대된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2035년까지 양자컴퓨팅 활용으로 연간 7기가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 향상, 재생에너지 효율화, 복잡한 환경 시스템 모델링 등이 주요 응용 분야다.

사이퀀텀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청(DARPA)의 US2QC(Underexplored Systems for Utility-Scale Quantum Computing)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호주 연방정부 및 퀸즐랜드주 정부와 9억4천만 호주달러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해 브리즈번에 세계 최초의 실용급 내결함성 양자컴퓨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제레미 오브라이언 CEO는 “실제로 유용한 100만 큐비트급 내결함성 머신을 구축해야만 양자컴퓨팅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며 “우리는 첫날부터 무엇이 필요한지 정의했고, 이는 과학 실험이 아닌 대규모 엔지니어링 도전과제”라고 강조했다.

psiquantum logo - 와우테일

블랙록의 토니 김 펀더멘털 주식 기술 그룹 헤드는 “AI는 지난 50년간 기술을 뒷받침해온 클래식 컴퓨팅 위에 구축됐다”며 “이제 우리는 양자역학에 기반한 인접 컴퓨팅 플랫폼의 여명기에 서 있으며, 이는 물리적 세계를 혁신적인 정확도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일리 기포드의 루크 워드 프라이빗 컴퍼니 투자 매니저는 “6년 전 사이퀀텀의 독창적인 양자컴퓨팅 확장 접근법을 인정하며 첫 투자를 했다”며 “실용성에 뿌리를 둔 비전을 바탕으로 사이퀀텀은 이제 수조 달러 산업이 될 수 있는 분야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으며, 인류의 가장 큰 도전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이퀀텀은 올해 브리즈번과 시카고에 데이터센터급 양자컴퓨팅 센터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며, 2027년 말까지 시스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의 상용화가 가시화되면서 관련 업계의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